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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긴 겨울의 끝에 오는 것은 봄일까 #1
게시물ID : love_197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in_Arang
추천 : 0
조회수 : 3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04 14: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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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안녕하세요 얼마전에 고백하고 거절당한 아랑입니다.
아직 뭐 멘탈이 수습되진 않았고, 당분간 꽤 이럴 것 같습니다.
며칠동안 생각을 해보니 이것을 글로 쓴다면 제 감정이 조금은 잘 정리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설형태로 글을 좀 적어보려고 합니다.
매번 1,2편 쓰다가 도중에 때려쳤기에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쓰고나서 생각하려고 합니다.
제 감정을 정리하면서, 앞으로 다짐이나 도전을 담을 계획이다 보니 어찌되던 끝까지 쓸 것 같네요.
대략적인 줄거리나 구성등은 짜놓은 상태입니다.
글쓰기를 배운적도 없고 작가도 아니아서 변변찮은 글이지만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만일을 대비해 2가지 공지를 먼저 적고 시작하겠습니다.

※ 이 글은 저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한 소설이며 픽션이 들어가있습니다. 지명, 인물 등은 실제와 전혀 무관합니다. ※
※ 이 글은 저의 고유한 창작물이며, 비상업적인 공유만 가능하며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음을 밝힙니다. ※



#1.
 카페 테라스에 앉은 두 사람에게 봄날의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고 있었다. 승아는 손가락으로 찻잔을 만지작거리다 이내 들어 차가운 자몽차를 한 모금 삼켰다. 달그락. 두 사람의 어색한 침묵으로 인해 얼음이 찻잔에 부딪히는 소리만 고요하게 울려퍼졌다. 끝넘김의 쌉쌀함 때문인지 살짝 얼굴을 찌푸린 그녀는 잠시 입술을 꾹 다문채 가만히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는 천천히 입술을 열어 말했다.

 "사실 그 날 바로 대답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당황해서 말하지 못했어요."

 나는 직감했다. 오랫동안 지속된 침묵과 힘겹게 시작한 그녀의 첫 마디는 결코 긍정적인 답변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애써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다음 대답을 기다렸다.

 "오빠가 좋은 사람인 것은 맞지만 그 이상의 감정은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 번에 준 선물은 돌려드리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전에 약속했던 식사라도 같이 하면서 돌려드릴까 했는데 오빠 기분은 생각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건가 싶기도 해서요."

 뻔한 대답이었다.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소설책에서 자주 접하던 친절한 거절.

 "전처럼 모임하면서 편히 뵙고 싶은데 제 욕심... 일까요?"

 머릿속에는 지난 번 고백의 거절답변이 떠올랐다. 똑같았다. 남자친구로는 아니지만 이전처럼 그대로 편하게 만나고 싶다는 답변. 왜 항상 나의 고백은 이렇게 끝나고 말까. 애써 용기내서 고백했던 며칠 전의 시간들을 송두리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연애경력이 변변치 못 한, 사실 연애경험이 없다고 해도 거짓이 아닌 나에게, 아니 이 세상의 확신없이 고백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백은 지금까지 지내온 관계를 깡그리 날려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사실 고백이라는 선택을 두고 많은 시간을 고민했다. 그렇기에 나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포기할 수 없다는 대답은 구질구질하게 들릴 것 같고, 쿨하게 편한 오빠로 남자니 혹시 그녀의 마음에 일말이라도 있었을지 모르는 흔들림의 기회를 놓치는 것만 같았다. 생각했다. 이어질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이어질 것이고, 인연이 아니라면 무슨 선택을 해도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선물은 내 마지막 욕심으로 생각하고 받아줬으면 좋겠어. 많이 당황하게해서 미안. 지금처럼 보자는 말은 고맙고,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천천히 시간에 맡겨 볼게."

 승아의 시선이 잠시 아래를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테라스 바닥을 느린 속도로 툭툭 치고 있는 내 발 끝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저한테 미안해 하시지 않아도 되요.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무엇이 고맙다는 것일까. 한없는 그녀의 순수함에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목구멍에 치밀어 오름에도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거절당했지만 1초라도 그녀를 눈에 더 담아두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녀의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었다. 승재는 옆 자리에 놓아둔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시게요? 같이 나갈까요?"
 "아니야. 나 먼저 일어날게. 지금 너를 보고 있으면 구차하게 매달릴 것 같아서…… 피차 너나 나나 편한 마음은 아니겠지만 올해 얼마 안 남은 몇시간 행복해지도록 노력해보자. 새해 복 많이 받아."
 "네…… 오빠두요."

 나는 발걸음을 때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아픔은 아니었지만 떨리는 다리는 발걸음을 내딛기 생각보다 힘들었다. 문득 차를 가져오지 않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과 몸상태로 운전을 했다가는 복잡한 연말 시내에서 사고가 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정신을 차려 고개를 들어보니 타야 할 지하철 역은 이미 지나쳐버린 상태였다. 적당한 골목으로 들어가 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 담배를 든 손 끝에서 담배연기가 스르르 공기 중으로 퍼져갔다. 이렇게 흘려보낼 수 있는 마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까운 내 속마음처럼 입에 문 담배도 빠르게 타들어갔다.

 "어우 날씨 완전 추워. 넌 안 추워?"

 지나가는 젊은 여성이 친구에게 건내는 말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곳곳에 연말을 즐기는 커플들이 가득했다. 다시 담배 한개비에 불을 붙였다. 내내 긴장해서 몰랐던 추위가 갑자기 느껴지자 몸을 움츠렸다. 유독 오늘따라 춥게 느껴지는 것은 꼭 매서운 한파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손목을 들어 시간을 보았다. 오후2시 49분. 아직 자정이 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다. 별다른 일정은 없었지만 당장 집으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차를 몰고 어디 멀리 다녀오는 것도 싫었다. 휴대전화를 꺼내 친구들에게 뭐하냐는 메시지를 날리고 발걸음을 돌려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시내와 반대방향 지하철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군데군데 의자가 비어있었다. 적당한 자리에 앉자 무거운 피로감이 나를 엄습했다. 잠이라도 청하려고 눈을 감자 슬픔이 찾아들었다. 화선지에 먹물이 스며들 듯이 조금씩 아주 느린 속도로 천천히. 눈가에 촉촉해졌으나 눈물이 고일만큼은 아니었다. 무엇이라도 해야겠다. 친구들과 왁자지껄 수다를 떨든 PC방에서 게임을 하든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든 혼자서 있으면 점점 무거워지는 슬픔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메시지 수신을 확인했다. 친구들에게 뭐하냐고 보낸 메시지는 모두 읽지 않은 상태였다. 도착하기 전에 누구라도 대답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덜컹덜컹. 선로에 부딪히는 지하철의 바퀴소리가 귓가를 때리고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다시 휴대전화를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읽지 않은 메시지 2개.

 손으로 메시지를 눌러 내용을 확인했다.

 '나 지금 촬영와서 내일 끝나.'
 '가족모임 중이야.'

 친구들 또는 연인들로 붐비는 역 앞 광장에 서서 메신저 친구목록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친구숫자 287명. 287이라는 숫자 중 오늘 나와 함께 있을 1이라는 숫자는 존재하지 않는 듯 했다. 발걸음을 옮겨 근처 PC방으로 향했다. 의자에 기대앉아 잠시 멍하니 있던 나는 PC를 켜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남은 사용시간 10시간 32분.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니 막 오후 5시를 지나고 있었다. 그동안 일이 많아서 지난 몇년간 잠시 시간이 비는 몇 번을 제외하고 따로 PC방에 온 적이 없었던 나는 간만에 다 잊고 실컷 게임이나 하면서 밤까지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간만에 접속한 게임은 조작방법부터 화면구성까지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계속해서 게임을 지고 있는데다가 마음처럼 손가락도 움직여주질 않으니 못내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고백을 승낙받고 오붓한 커플이 되거나 혹은 대답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연말을 보내고 싶었던 기대감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 실망감, 당분간 혹은 긴 시간 그녀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슬픔으로 나의 연말은 가득 차 있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이런 연말은 딱히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여지껏 가족들과 함께 보내거나 친구들과 술잔을 부딪히거나 그렇게 32번의 연말을 보냈었다. 단 한 번도 연인과 함께 크리스마스나 연말, 휴가를 보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짜증이 나는 이유는 이런 기분을 만나서 하소연할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던 친구들은 오늘따라 왜 이리들 바쁜지. 나는 다시 습관적으로 키보드를 잡고 게임을 이어갔다.

 게임에 집중해서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자정이 가깝도록 시간을 보냈다. 야속하게도 내일 급하게 수거해야 되는 물건 때문에 새해 첫 날이자 일요일에 새벽같이 현장으로 가야하기에 억지로라도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분으로 도저히 멀쩡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에 집 앞 슈퍼에 들러 맥주를 몇 캔사서 들어갔다. 술이 약해서 잠이 들기에 충분한 양이었지만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간수치가 매우 높다는 판정을 받아 사실 술을 입에 대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늘을 살아야 내일도 살지 않겠는가. 몸에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마음이 아픈 것보다 몸이 아픈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맥주캔을 하나 둘 씩 뜯어 마시던 나는 어느 새 손에 들고 있는 맥주캔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맥주캔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날에는 술이 약하던 사람도 왠지 잘 취하지 않는다. 평소대로였다면 정신이 많이 몽롱했겠지만 취기가 살짝 돌 뿐 매우 멀쩡한 상태였다. 이만하면 되었다. 그래도 누워있다보면 잠이 들겠지 생각하며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웠다.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나에게 다시 슬픔이 스며들어와 눈가를 적시기 시작했다. 소리없이 흐느끼던 감정이 격해져서 일까. 살짝 느껴지던 취기도 스멀스멀 올라와 더욱 감정을 요동치게 했다. 왜 나는 안 되는걸까. 내가 못나서 일까. 의연하게 받아들이리라 결심했던 것과 달리 자책감과 후회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것들과 함께 취기에 섞인 졸음이 찾아왔다.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 나는 지금 감는 눈이 영원한 잠이기를, 혹시라도 눈을 뜬다면 사방이 하얗고 문이 없는 방에서 깨어났으면 하는 허세어린 생각을 하며 서서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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