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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대한민국에서 뚱뚱한 여자로 살아가기란... 글의 베댓이 멘붕
게시물ID : menbung_420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adia
추천 : 12
조회수 : 3083회
댓글수 : 226개
등록시간 : 2017/01/12 23: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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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펌글

오유에서 인스티즈란 곳에 링크걸려진 걸 보고 들어갔다가
한 글에 대한 반응이 멘붕이라 퍼왔습니다.




오늘은 민족 대 명절 추석이다.
하지만 지금 나의 기분은 바닥이다.
차례를 지내러 큰집에 갔다가 큰어머니께 들었던 짜증나고 충격적이었던 조언이 생각난다. " 내가 아는 지인은 음식을 입에 넣고 씹고 바로 뱉어서 살을 뺐다더라."마치 이 말은 '너도 이렇게라도 해서 살을 빼라' 라는 듯이 들렸다.
큰어머니는 탁자에 나를 앉혀놓고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살을 뺴라는 얘기만 했다. 말이 조언이었지, 내가 느꼈던 감정은 2시간 동안 큰엄마의 혀로인해 서서히 목이 졸리는 기분이었다.입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울고있었다. 그 자리에 있고싶지 않았다. 도망치고 싶었다.
나는 나에대해서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싫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람들이 싫은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말이 싫다.
나는 그들의 말에 전혀 아무렇지 않을 자신이 없고,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없을 정도로 자존감이 높지 않다.
아마 지금의 나의 자존감에 점수를 매겨보라면 10점만점에 1점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 살만 쫙 빼면 너가 원하는 것을 다 사주겠다." 좋아했던 오빠가 한 말이다." 살만 50키로까지 빼면 오천만원 줄게" 아빠가 한 말이다." 얼굴은 괜찮은데 몸이..." 역시 초면인 아저씨 손님에게 편의점 알바생이었던 시절에 들었던 말이다." 정말 많이 컸구나. 이제 날씬해지기만 하면 되겠다." 오랜만에 제사에서 뵌 친척어른에게 들었던 말이다." 너는 살이 점점 갈수록 찐다." 큰아버지에게 들었던 말이고," 와우~~하체!!대박!!" 대학교에서 모르는 남자들에게 뒤에서 들었던 말이고" 야 저거봐. 내가 여자 하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야" 이것도 역시 대학교에서 생판 모르는 남자들에게 지나치며 들었던 말이다." 어우 oo는~ 등치가~~ 소도 때려잡겠어" 큰아버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말을 전해들은 이야기" 얘 너 oo이한테 까불지마라. 한대 맞으면 날라가겠다." 옆에 앉은 날씬한 동기에게 내 몸을 번갈아 보며 비교했던 동아리 선배. 
일일이 열거하자면 손만 아플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화법으로 나에게 살을 빼라고 말 했다.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나는 그 순간과 말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22년 세월을 살면서 꾸준히 잘 먹고 움직이지 않았던 내가, 그래서 지금의 몸을 가지고 있는 내가
그들이 말 한마디 조언해 주면 한 순간에 살을 쫙 뺄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나보다.
그들의 조언과 말들이 진심어린 걱정일 수도, 놀리기 위해 하는 조롱일 수도, 나를 깎아내리며 그들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함일 수도 있지만 
그 목적이 어찌되었든 나는 항상 상처를 받았다.
주변인들의 말은 언제나 화살이 되어 내 가슴에 박혔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말을 들은 날이면 어김없이 폭식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계속해서 사랑을 찾아 갈구하는 이유이다.지금의 내 모습을 사랑해주는 남자는 아무도 없다. 길을 걸으면 모든 사람들이 나를 불쌍, 혹은 경멸어린 시선으로 보는것만 같다.
나의 지금모습을 온전히 사랑해주는 사람은 이세상에 그 아무도 없다.
심지어 나를 낳고 키워주신 부모님 조차도 지금의 내 모습을 사랑하지 않으신다.

모두들, 정말 모두가 나에게 걱정이랍시고 조언을 한다.그들은 모른다. 그들은 나에게 한 마디의 조언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나는 이미 수백, 수천 번의 조언을 받았고, 또 그만큼 상처받았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 지긋지긋하다.
왜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그들에게서 사랑을 갈구하는가?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나를 아껴줬으면 좋겠다.
나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죽어버리고 싶다.
아니, 죽여버리고 싶다.
나를 둘러싸고 말을 뱉고 손가락질 하는 그들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죽여버리고 싶다.

어차피 주변사람들은 변하지 않는다.
오늘도 내일도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상처를 안겨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변해야 한다. 너무나 잘 알고있는 사실이다.

지금 내 육신을 둘러싸고 있는 육중한 살들을 다 도려내고 싶다.
이것들을 걷어내고
날 상처주고 모욕주고 안주거리로 씹어대던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들이 그렇게 쉽게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내가 아니라고.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너 정말 많이 고생했다고...

대한민국에서 뚱뚱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고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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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충격적이어서요.

한 등치 하는 저는, 사실 게으른 성격이고 방안에 있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걷는 것도 무척 좋아해서
하루 최소 1만걸음을 걷고, 개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걸음 수는 더 늘었고, 나름대로 관리한다고 저녁은 샐러드 먹는데...
그래도 빠질 기미는 안 보이더니 어느날 못 참고 폭식하면 몇 키로씩 찌고...

요새는 이건 정신적인 문제인가 싶어 정신과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왕왕들어요.
왜나면.... 맛난 걸 못 먹거나 소량만 식사하면 제가 느끼는 행복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구요.


저는 사실 남 신경 안 쓰(려고 노력하)고 짧은 거 잘 입고 나름 꾸미고, 잘 먹고 잘 웃고 활기차게 다녀서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제가 전혀 상처를 안 받는다고 생각하는지 조언을 빙자한 폭언을 종종하더군요.
사실 그러거나 말거나 무딘 성격이라 크게 신경 안쓰는데, 10대시절과 20대 초반 감수성 여릴 때
들었던 말들은 아직도 남아서 이따금씩 떠오릅니다. 

물론 살을 빼서 가냘파져도 나쁠건 없겠지만 저는 이대로도 좋고 저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맞춰진 기준에서 어긋나면 왜 이리도 엄격한걸까요? 



주제와 맞지않지만...ㅋㅋㅋ 이건 정말 우스갯소리로 물어보는건데요.
저는... 제 자신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주변 사람들도 좋은 분들이 많거든요.
근데 살빼면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잖아요. 난 사실 지금도 주변 사람들이 잘 대해주는데
그럼 날씬한 분들은 평소에 얼마나 황홀하고 극진한 대접을 받는걸까요? ㅋㅋㅋ
아니면... 그냥 푸대접을 받는것에 제가 익숙해져버려 푸대접이라고 느끼지 못하는걸까요?ㅠㅠㅋㅋㅋ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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