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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존경받아야 하는가?
게시물ID : phil_149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ishCutlet
추천 : 1
조회수 : 601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7/01/15 05:58:45
이 새벽에 갑자기 눈이 떠져서, 조금 지난 글들과 내 댓글들을 보다가
어떤 분이 남긴
"많은 사람들이 모르던데 예의는 윗사람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고, 아랫사람은 예의 따위가 아니라 존경을 갖춰야 함"
라고 한 댓글을 보았습니다.

이 댓글을 읽고,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참 다른 세상에 사는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이에 더하여,
"존경받지 못할 어른이라고 존경을 안하는건 그 어른의 문제가 아니라 아랫사람의 문제"라는 말은, 내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분은 나와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것일까요, 아니면 나와는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인 걸까요...
뭐 새삼스러운 이야기고, 제 주변에도 저 분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제가 다른 행성에서 온 사람인 것이겠죠.

어쨋거나 적어도 제 언어 체계에선,
예의는 내게서 겉으로 나와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행위이고,
존경이란 내 안에서 우러나온 감정의 동기입니다.
예의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의도 했느냐 보다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고,
존경에서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무엇을 향하고 무엇을 뜻하는가 일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오래된 사람의 인생 경험을 이해하고, 그 사람이 가진 삶에 깊은 존중을 나타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서로를 존중해야하고, 사람이 사람을 존중함에 있어 차별은 없어야겠지만, 세월의 무게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거죠.
예의라는 것은 존중의 표현입니다.
내가 그 사람을 가벼이 여기지 않음을, 그 사람의 권위를 침범하지 않음을, 그 사람과 나 사이의 선을 넘지 않음을
나타내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예의는 내 의도보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예의는 존경보다 어려울지 모릅니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고 기준이 다르기에 완벽한 예의를 지키기란 쉽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자신이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예의를 필요로 합니다.
비록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을지 몰라도, 우리는 그것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지킵니다.

그렇지만, 누구도 자신이 "아랫사람"이라는 이유로 존경을 강요 받아선 안됩니다.
누구도 저에게 존경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존경은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며, 어떤 사람을 우러러 볼 것인지는 나 이외에 누구도 간섭하지 못합니다.
누군가 나에게 존경을 강요한다면, 그는 내 마음을 존중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이를 좀 더 많이 먹었다고 해서, 직급이 높다고 해서, 어쩌다 군에 며칠 일찍 들어왔다고 해서
자신에게 존경을 강요하는 '윗분'들을 몇 보았습니다.
그런 분들이 '아랫것들'을 대하는 자세는 결코 존경 받을만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회가 존재하는 이상 불가피하게 서열의 높고 낮음이 있고 직급의 높고 낮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습니다. 

어째서, 왜 존경이 예의보다 쉽다고 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뭣 때문에 손아랫사람이 자존을 짓밟히면서 강요 당한 존경을
자신의 마음을 꺾으면서 순순히 따르는게 대체 어떻게  쉽다고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존경 받을만한 사람은 있으나 존경 받아야만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누구에게나 존경 받아 마땅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존경해야만 하는 인간은 없습니다.

제 어린 시절 기억에, 저는 존경 받을만한 어른들을 많이 만났고, 그분들을 존경했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도, 나보다 어린 친구임에도 존경 받을 만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자기 자신의 반편도 안되는 어린 아이에게 권력을 휘두르고
존경을 강요하며 폭압을 일삼는 어른도 몇이나 보았습니다.
지금도 불공정하고 부당한 처사에 분을 삭이고 눈물을 삼키는 아이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 이들을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존경해야 하나요?
저는 그거야 말로 인간에 대한 불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 받지 말아야 할 인간은 90먹은 노인네라도 존경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전두환 같은 치에게도 존경한다고 할 수 있는지 묻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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