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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시들.
게시물ID : lovestory_808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꿈찾고싶다
추천 : 4
조회수 : 5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17 12: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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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황인숙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오랜 동거>- 김주대
 
눈이 따스한 피부를 만진다
눈을 통해 너의 까슬까슬한 슬픔과
아득한 넓이를 감각한다
너를 본 감각들은 고스란히 몸에 쌓여
몸이 움직일 때마다 달그락거리기도 하고
출렁거리기도 한다
너를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길을 걸을 때
몸 안의 네가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는 것이다
너는 어쩔 수 없이 눈으로 들어와
갈 데 없이 내가 된 감각
습관화된 나다
이것은 집착이 아니라 몸이 이룩한 사실이다
너는 사라질 수도 떠날 수도 없다
 
 
 
<개양귀비>- 나태주
 
생각은 언제나 빠르고
각성은 언제나 느려
 
그렇게 하루나 이틀
가슴에 핏물이 고여
 
흔들리는 마음 자주
너에게 들키고
 
너에게로 향하는 눈빛 자주
사람들한테도 들킨다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순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눈물에 대하여>-문태준
 
어디서 고부라져 있던 몸인지 모르겠다
골목을 돌아나오다 덜컥 누군가를 만난 것 같이
목하 내 얼굴을 턱 아래까지 쓸어내리는 이 큰 손바닥
나는 나에게 너는 너에게
서로서로 차마 무슨 말을 했던가
시절 없이
점점 물렁물렁해져
오늘은 더 두서가 없다
더 좋은 내일이 있다는 말은 못하겠다
 
 
 
<뼈아픈 후회>-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 놓고 가는 것
그 징표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 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신상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알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다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말 없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서시>-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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