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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녀온 쿠바 - 사기와 설사 외의 것들에 대해 써봄
게시물ID : travel_218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캣홀릭신자
추천 : 13
조회수 : 1011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7/01/17 15:46:22

 어제 쓴 글을 다시 읽어보았는데...  
 보니까 내용이 (1)  바가지와 사기가 심함 (2) 설사함 이 두가지 밖에 없는것 같아 보임 -_
 이 나라의 명예를 위해 사기와 설사 외의 것들에 대하여 써보겠음. 

 1. 진성빈티지 
 사실 쿠바엔 별다른 랜드마크가 없음. 쿠바의 관광명소는 쿠바 그 자체임. 
 "도시의 화석" 같은 곳. 봉쇄된 경제 체제 하에서 내가 태어나기도 전 그리고 아마 우리 부모님이 태어나기도 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임.
 새삥한 뭔가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문화재급(?)의 동산과 부동산이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음. 
 외관만 얼추 흉내만 낸 복고, 빈티지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진짜 올드스쿨의 간지가 철철 넘쳐 흐름. 
 물론 그 빈티지 라는 것은, 넘쳐 흐르는 분위기 뿐만 아니라 불편함. 지저분함. 냄새 등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개념임 ㅋ  
 어디를 걸어도 수십년전 흑백 화보 속을 걷는 느낌이 나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작품이 나오는 곳임.
 인구의 대부분이 흑백 혼혈인 나라인데, 그 영향인지 감탄이 나오는 피지컬을 가진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많아 멍하니 앉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헤벌쭉하고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시간이 겁나 잘 갔음. 

 2. 아날로그
 인터넷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매우 매우 어려웠음.
 한시간의 무선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하여 구매하는 카드는 6$나 한다고 들었는데 (전술한 바와 같이 여긴 시내교통요금이 25원,50원 하는 나라임)
 본인이 갔을 때는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져 2$ 정도 했음. 지금은 1년 반 가깝게 시간이 경과했으니 인터넷 보급률이 많이 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함 .
 그래서 정말로 아날로그적인 여행을 하게 됨. 
 대부분의 여행자는 쿠바의 민박집인 CASA (진짜 정부의 허락을 받아 민박하는 쿠바의 그냥 가정집임. ) 방명록에다 다른 여행자가 남겨둔 기록에서 최신 여행 정보를 얻음. 
 어쩌다보니 친해진 현지인 친구랑은 약속 장소를 정확히 정해두고 정시에 도착하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사용해 만남. 
 한번은 이친구랑 전망대에 갔는데 현지인과 외국인의 입장료 차이가 정확히 10배라서 그 친구가 매우 민망해 하기도... (이나라에서 난 때려죽여도 현지인으론 안보일테니 표 두개 사서 들어가는 편법도 사용불가) 

3. 풍부한 문화적 역량 
 고퀼의 음악과 춤을 만날 수 있음. 아마추어 밴드의 역량도 기본적으로 뛰어나지만 쿠바 정상급 밴드들의 공연은 진짜 좋음. 
 해가 저물면 광장에 음악을 틀어놓고 인민의 디스코테까-_- 가 만들어지는데, 현지인들이 자연스럽게 춤을 추러 모여듦. 
 (정부가 제공 또는 통제하는 것으로 보였음. 경찰들이 지키고 있어 안전) 
 춤 잘추는 사람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어 따라하며 배우는, 길거리 교습이 자연스레 이루어짐. 
 신기해서 구경하고 있으면 말도 안통하는데 강제로-_- 춤 가르쳐주려고 현지인들이 다가옴..;;; 
 내가 쿠바에서 제일 많이 쓴 스페인어가 "돈없어" 랑 "춤못춰" 였음 -_-
 본인은 한국인 중에서도 체력장 5급 출신의 저질 몸인데 흑인 그루브를 못따라한다고 이해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기도 함 -_-
 음악과 춤 뿐만 아니라 쿠바 미술도 아프리카 베이스의 생동감이 넘치는 고퀼임. 국립미술관 존나 괜찮으니 기회가 된다면 추천함. 
 멕시코나 과테말라쪽의 예술은 강렬한 와중에도 깊은 그늘이나 분노가 느껴지는데, 
 쿠바예술은 뭐랄까 생동감이 넘치면서도 좀 더 낙천적이고 밝은 느낌도 좀 있음. 
 공산주의의 프로파간다가 예술을 망치지 않고 있다는 것도 인상깊었음. 하긴 생각이 있는 사람새끼면 저건 건드리지 말아야지...

4. 사회주의 지상락원?
  공항에서 내리자 인민복을 입은 쿠바 언니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 때, 인민복이란 타이트한 상의 + 미니스커트 + 하이힐 +그물스타킹 차림임. 진짜 맥심 화보 보는줄....;;
여기서 그물스타킹이란, 우리나라 여인네들이 신고다니는 그 귀엽고 촘촘하고 얌전한 스타킹 말고, 진짜 생선그물같이 얇고 큼직큼직하게 구멍이 뽕뽕 뚤린 "그" 그물스타킹을 의미함. 일단 이나라 기후상 그런거 아니면 신을 수 없음. 
참고로 간호사 언니들도 타이트한 흰 원피스차림에 너스캡 쓰고 흰색 그물스타킹을 신고 다님 -_-;;
뭔가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는 느낌인데, 
이 나라의 사회주의라는 것은 우리나라 윗동네 돼지 3대가 지배하는 독재왕국의 시스템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음.  

 딸리는 인프라와 절대빈곤이 느껴지긴 하지만, 중남미 다른 나라들의 실상에 비추어 볼 때 쿠바는 100% 실패한 것 같지는 않았음. 
 멕시코에는 상점에 온갖 종류의 상품이 꽉꽉 들어차 있지만, 길거리에는 다 해진 옷을 입고 구걸하는 사람과 노숙하는 사람들이 있음. 
 반면 쿠바는 상점 자체가 적고, 상품 자체도 귀하지만 구걸하는 자, 노숙자가 없고, 남루한 차림의 장애인들이라 해도 깨끗한 붕대를 하고 깔끔한 목발을 짚고 다님. 
 멕시코에선 어린 아이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구걸하거나, 엽서와 같은 조악한 기념품을 팔고 있지만 쿠바의 아이들은 학교갔다 돌아와서 신나게 뛰어 놀며 지냄. 
 사람들은 물질적으론 좀 부족하지만 식량, 의료 등 아주 기초적인 혜택에선 소외되지 않은 채, 여유롭고 낙천적이며 평화롭게 사는 느낌이었음. 

 다른 패러다임의 세상을 본 느낌이었지만, 쿠바의 개방이 가속화 되면서 이런 느낌은 점점 옅어져 가지 않을 까 싶음. 


5. 음식의 지옥
 쿠바 체제를 다소 옹호하는듯한 말을 했는데, 생각해보니 취소해야겠음.
 이따위 음식을 인민들에게 먹이는 건 죄악이 맞음. 
 현지식당을 이용할 경우 마실것까지 합쳐도 거의 한끼 2천원 이내로 식비가 해결되는데, 
 일단 이나라 식당 운영자들은 케찹과 머스터드 이외의 소스에 대한 개념을 모르는 것 같으며, 채소를 음식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보였음. 
 핫도그를 시키면 빵에 소세지만 끼워서 나옴.
 햄버거를 시키면 빵 두개에 패티에 케찹만 발라 나옴. 치즈버거를 시키면 거기에 치즈 한장 끼워줌. 
 피자를 시키면 빵에 케찹 발라 치즈를 듬성듬성 뿌리고 끝임. 
 햄치즈 샌드위치를 시키면 빵에 햄과 치즈만 끼워져서 나옴 (비슷한 것으로는 유나이티드 항공 서울-나리타 기내식이 있음). 
 다른 옵션은 볶음밥에 좀 큰 돼지고기 덩어리를 얹어파는 그런 것인데, 볶음밥이 이렇게 맛없을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됨.  
 현지인이 줄서서 먹는 식당은 좀 다를 것 같았지만 그건 그저 쿠바엔 식당이 적어서 줄을 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 똑같음. 
 한줄기 희망이라면, 가뭄에 콩나듯 진흙속 진주같은 맛집이 존재하기는 함. 잘 찾아보시길... 

 관광객용의 식당은 대략 4~10$ 사이 정도 하는데, 
 케찹, 머스타드 외 다른 소스가 존재하고 식재료로 채소를 사용하기는 함. 맛은 일반 이코노미 기내식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됨. 

 이렇게 얘기하면 쿠바 사람들이 영국인을 능가하는 요리고자같아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음. 
 쿠바 주부들이 요리하는 (민박집인 까사 등에서 차려주는) 가정식 같은건 정상적이고 맛있기까지 함.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저따위인건 사회주의 체제의 영향인 것 같은데... 베트남이나 중국 음식은 맛있는거 생각하면 꼭 그런것 같지도 않음. 

 희소식 하나 쓴다면 랍스터가 쌈. 그냥 삶고 굽기만 해도 맛있는게 랍스터니까 좋아한다면 많이 먹기를 바람. 

 쿠바 럼은 우리나라 소주 가격 정도 or 이보다 약간 비싼 정도이며 2~3$ 선에서 오리지날 레시피의 모히또와 다이키리를 마실 수 있음. 
 현지인들은 칵테일을 즐기는 것 같지는 않았고, 쿠바 럼을 스트레이트로 안주 없이 마심. 
 로컬 술집에서 마시기도 하지만 주로 병째 들고다니면서 노상에서 마시는 경우가 많음. 
 전술한 인민의 디스코떼까에선 럼 들고 춤추는 현지인들도 제법 보임. 


6. 혁명 
 
개인적 감상을 풀어놓는다면 겁나 오글거리는 중2병스러운 얘기가 나올 것 같아 자제하는데, 
이제는 하나의 상징이 된 체게바라, 그리고 쿠바 혁명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흔적을 짚어보며 감동을 느낄 수 있을거임. 
쿠바 곳곳의 그래피티로, 상점의 사진으로 체를 만날 수 있음. 다만, 영어 지원은 부족한 경우가 많음. -_-;
참고로 윗동네와는 다르게 피델의 사진을 걸어놓고 어쩌고 하는 일은 별로 벌어지지 않음. 




 또 존나 쓰잘데기 없는 얘기를 많이 썼고, 칭찬보다 까는 내용이 더 많아 보이기도 하는데...(?) 
 여행하는 매 순간순간이 좋은 의미에서도 나쁜 의미에서도 인상깊었고 ... 정말 매력 넘치는 나라였음. 
 좀 더 오래있을걸 하는 후회도 듦. 

 그리고 밥말리 좋아하는데 빠듯한 일정 때문에 자메이카로 못 건너 간건 슬픔 ㅠㅠ

 

      
출처 b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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