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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는 귀신이 없다
게시물ID : panic_922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닝겐낚는어부
추천 : 20
조회수 : 6037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01/25 02: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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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저번에 제가 올린 공포글의 가벼운 프리퀄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http://todayhumor.com/?panic_88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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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의 모국가에서 근무할 당시의 일이다.

휴무를 앞두고 술에 진탕 취해 집으로 돌아가던 길, 양철 드럼통에 종이를 집어넣어 태우던 나이 지긋한 남자를 보았다.

딱히 붙임성이 있는 성격은 아니지만 술에 취해서였을까 다가가서는 뭐하는건지 물어봤다.

"귀신의 달이라서 종이돈을 태워서 해코지를 막는거라네."

"아니, 내가 써도 모자랄판에 귀신을 위해서 돈을 태웁니까? ㅋㅋㅋㅋㅋ"

귀신따위 믿지않더라도 특유의 문화를 무시하는 불경스러운 태도였다. 그러지 않았어야 했는데.

"돈이라도 써서 해코지를 막을 수 있으니 다행이지"

"그나저나 여기도 귀신이 있습니까? 한국에선 보통 귀신이라하면 차가운 이미지입니다만.. 이런 더위라면 귀신도 버텨내지 못할텐데요."

"자네, 귀신이 잘 나타날 수 있는 조건을 아나? 높은 습도와 귀신을 믿는 사람들의 존재라네. 두가지 조건이 잘 충족되는 대표적인 지역이 일본이 있지만.. 여기도 만만치 않지. 자네는 귀신을 보거나 영기를 느껴본 적이 있나?"

"아직까진 없지만 뭐 이렇게 더워서야 귀신이 많으면 시원해지고 좋겠군요 ㅎ" 

끝까지 장난을 치며 건방을 떠는 나에게 남자는 이상하리만치 침착하고 진지했다. 

마지막 종이를 통속에 넣어 태운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잠시 응시하다가 입을 뗐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볼 일이 없길 기원하게"

 뭐라 대답할 틈도 없이 뒤돌아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가리는 연기가 흡사 피어오르는 향을 보는 것 같았다.

 이상하리만치 술이 깨는걸 느끼며 팔에 손을 비비며 돌아왔던 난 그 때 약간의 한기마저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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