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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블랙리스트, 나의 블랙리스트
게시물ID : sisa_8401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2
조회수 : 1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25 10:49:43
블랙리스트라는 말의 기원은 찰스 2세가 자기 아버지를 시해한 데 관여했던 사람들의 명단을 적어놓고 해코지를 한 데서 기원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읽은 게 기억납니다. 그리고 그 블랙리스트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매우 특별한 상징이 됐습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예술인을 탄압한 증거였습니다만, 이젠 그것이 수구 정권의 몰락의 단초가 됐습니다. 그리고 공화국의 정신을 부정하는 자들이 반 헌법적인 행위를 자행한 것의 증거가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한국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담겨 있는 이름들을 살펴보면 과연 이 사람들이 그런 리스트를 통해 특별 관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인가 하는 겁니다. 정권은 그저 자의적인 기준으로 자기들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억압해 온 것이고, 이것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는 헌법에 반하는 행위입니다. 

정권에 입맛에 따라 문화인들을 좌우로 갈라놓고 지원과 탄압의 기준을 삼아 놓는다는 자체가 시대착오지요. 그런데 이들은 스스로 자기들을 타임머신에 태워 유신시대로 돌아가고자 한 것입니다. 87년의 공화국 정신이 그렇게 부정당한 것입니다. 

김기춘과 조윤선의 몰락을 보면서 유신 시대의 그림자가 조금씩 지워진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블랙리스트가 백일하에 드러나 버린다는 것은 박정희 시대의 망령이 사라진다는 것도 의미하니까요. 최근 박근혜 측이 탄핵 재판을 어떻게든 미루려고 많은 사람들을 증인신청한 것은 저들의 초조함을 대변합니다. 그것의 핵심은 지금까지 그들의 존재를 정당화해왔던 것들에 대한 부정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촛불을 더 밝혀야 하는 것은 이런 의미입니다. 그 촛불 앞에서 태워버려질 망령들과 날아가 버릴 그 시대의 그림자들을 정말 다시한번 확실하게 지워 버리는 것. 그래서 블랙리스트 같은 과거 망령의 그림자들이 다시는 역사의 도화지 위에 그려지지 않게 하는 것. 

아, 그런데 저도 개인적으로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습니다. 조금 의미가 다른. 

제 블랙리스트엔 이런 이름들이 담겨 있습니다.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 아름다운 글로서 비극적인 삶을 넘었던 마야 안젤루, 힙합 문화로 한 시대를 꽃피운 투팍 샤커, 흑인 고등교육의 문을 열었던 부커 워싱턴, 자신의 뿌리를 집념으로 찾아 알려 흑인들의 슬프지만 굳센 역사를 알려준 알렉스 헤일리, 인종 편견과 멸시를 이기고 반전의 상징으로까지 섰던 복서 무하마드 알리, 남아공의 인권 운동가 스티브 비코, 흑인 차별에 당당하게 맞서다가 결국 평화를 외쳤고, 그 댓가로 시대의 제단에 몸을 바친 말콤 엑스, 소수민족들에게도 꿈이 있음을 당당히 외쳤던 마틴 루터 킹 목사... 미국에서 제가 지금 살아가면서, 제 삶을 풍성하게 해 주었고, 내가 지금 '자유로운 미국'에서 살 수 있게 해 준 많은 흑인 형제 자매들. 사실 우리 한인들이 너무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셀 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 내가 받을 수 있었던 인종차별을 막아 준 고마운 이들.... 이들은 미국에서도 블랙 리스트 안에 담겨가며 고초를 겪었던 '검은 선지자'들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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