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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그 씁쓸함에 대하여
게시물ID : love_215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바티니
추천 : 2
조회수 : 3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1/30 23:57:41
설 연휴의 마지막. 대체휴일. 좋은건지 나쁜건지. 쉬니까 좋은데 내수진작이라는 말같지도 않은 소리가 나올 때마다 제발 개소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오늘. 난 여자친구와 꽤 진지한 이야기를 했다. 바로 여자친구의 휴학 기간 중의 계획.
 
굳이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여자친구는 제발 좀 참견해달라고.......
 
여행을 가라고 했으나 같이 못 가니까 제외, 토익과 자격증을 이야기하니 그건 뭐 이미 계획이 다 세워졌으니 제외.
 
그러다 설 당일의 이야기가 나왔다. 여자친구의 주제 전환에 난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상대방의 부모님을 만나는 것은 정말로
 
긴장되고 걱정되는 일이다. 당일 갑자기 여자친구 부모님의 호출이 있어 여자친구와 함께 여자친구의 부모님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여자친구의
 
동생도 함께 참석한 그 상황에서 나 혼자 뭔가 외지인인 듯한 느낌이었다.
 
여자친구의 부모님 두분은 나에게 질문 폭격. 왜 명절인데 내려가지 않았는지, 얼마나 만났는지, 직장은 잘 다니는지, 우리 딸이 어디가 좋은지.......
 
딸이 연애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처음들었다고 신기해 했다는 두 분의 말에 나는 긴장 속에서
 
여자친구를 살짝 보니 여자친구는 그저 싱글벙글. 나와 대조적인 모습으로 앉아있는 이 사람은 내 맘은 알기나 하는지.
 
여자친구의 동생은 자신의 언니의 의외의 모습을 알았는지 신기해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와 여자친구를 번갈아 보면서 미어캣처럼 고개를
 
돌리는 그 장면에 속으로 웃고 있던 찰나에 여자친구의 아버지께서 갑자기 나에게 술을 권하셨다. 술, 담배는 전혀 못하는 나는 속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 속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했다. 그 때 여자친구가 "오빠 술 못 마시니까 술 주지마."하면서 자신의 아버지께
 
말하니 "흠.흠.흠"하면서 술을 거두시는 모습에 난 급당황. 여자친구의 동생도 당황. 여자친구의 어머니는 흐뭇하게 웃으셨다. 이유는 모르겠다.
 
술, 담배를 안하는 나의 취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반응을 하셨던 것으로 자의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식사를 시작하고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좀 없었을 쯤에 여자친구가 많이 먹으라고 맛있는 반찬을 내 접시에 옮겨주니까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또 "으흠." 난 속으로 '제발 이러지마.'라고 한 10번을 말했을라나. 제발 나랑 둘이 있을 때의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했으나 결국 일이 터져버렸다. 내 등을 토닥토닥하면서 미소짓는 여자친구의 모습을 본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딸의 살가운 모습을 자주 못본
 
상황의 당황과 남자친구에게만 신경쓰는 당신의 딸에 대해서 섭섭함을 느꼈는지 나를 도둑놈 쳐다보듯이 쳐다보셨다. 그 눈빛은......
 
속으로 나는 '이제 박살나겠구나.ㅜㅜ'라고 생각했으나 여자친구는 내 마음은 모르고 그저 등을 토닥토닥.
 
물론 이 상황이 지나고 오해는 하나 풀렸다.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박사모나 여권지지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나랑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분들이었다.
 
그 당시의 상황이 파편처럼 흩어진 것을 긁어모으니 그렇게 결론이 나버려서 그 자리가 더 불편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긴장이 상당히 완화.
 
갑작스럽게 긴장이 완화되어 땀이 나서 휴지로 땀을 닦으려는데 웃으면서 휴지로 내 이마의 땀을 닦아주는 여자친구의 모습에
 
여자친구의 동생은 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와 여자친구를 번갈아 보고......
 
아무튼 여자친구의 부모님은 나와 여자친구의 연애를 공식적(?)으로 허락하셨고 동생은 "화이팅!!!"하면서 날 응원해줬다. 그리고 언니의 새로운
 
모습에 많이 놀랐다면서 나에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칭찬해줬다. 점심 식사가 끝나고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여자친구와 단 둘이 카페에서
 
음료를 먹으며 왜 그랬는지 물었다. 본인도 참으려고 했는데 좋아서 그랬다고. 집에서는 살갑지 못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앞에서는 이렇게
 
변하게 될 줄은 자신도 몰랐다는 말과 함께 미안하다고 내 손을 잡고 꼼지락꼼지락. 이해는 되었지만 그 긴장을 다시 생각하면......
 
그렇게 그 다음날 몸이 천근만근. 그 씁쓸했던 기억을 이틀이 지나고 떠올렸던 오늘. 나와 함께 계획을 세우던 여자친구는 나에게 말했다.
 
"짐을 빼서 오빠 집으로 들어갈까?^^ 헤헤헤헤."하면서 양손 검지손가락을 맞부딪치면서 나를 보는 그 모습에서 미래에 맞아죽는
 
환상을 본 나는 그건 절대 안된다며 선을 그었다. 여자친구는 입술을 삐쭉 내밀면서 뾰루퉁. 내 목숨이 붙어 있어야 너랑 만나지 않겠니?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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