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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바람펴서 헤어진지 벌써 1년이나 지났어요.
게시물ID : love_216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코스릴러
추천 : 13
조회수 : 4440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7/01/31 23:21:07
20살에 동아리에서 처음만나 5년을 사겼었어요.

연애한지 1년만에 전남친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해서 지방으로 가버렸고, 4년간의 장거리 연애를 하다 결국 전남친이 바람으로 끝이 났어요.


당시에는 남자친구를 전적으로 믿었고, 연락이 가끔 안 되도, 여자들이랑 놀러가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 만큼 전남친이 믿음을 준것도 있었어요.

전라도에서 서울로 올라온 사람이었고, 취업을 해서 경상도로 내려갔습니다. 친구 하나 없는 처음 보는 도시에서 매일 12시까지 야근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그 피곤한 몸을 이끌고 주말마다 서울 올라오면서 그 도시가 싫다며 우울해 하는 모습이 너무 안 쓰러웠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에게 싫은 소리하기 싫었고,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나 힘들다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진짜 속마음은 묻어두고, 1년 함께했던 시간에 4년을 매달려왔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저만 그런 건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제가 학교생활이 무척이나 파란만장했는데, 전남친도 제가 힘든 걸 모를리가 없었을 테니까요.

정말로 문자한통 보낼 시간 없이 바쁘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그런 상황에서도 전남친은 서울에 올라왔고, 다만 몇시간이라도 시간을 같이 보내줬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짜증을 종종 냈습니다. 제발 서울 오지말고, 거기서 쉬라고. 이제 그 도시는 당신 삶의 터전이고, 고향이 될텐데 이렇게까지 싫어하고 매번 도망치듯이 서울로 와서 어떻게 정붙이고 살겠냐구요.

사실 전남친을 위한다는 명목이었지만, 그냥 제가 피곤했던 것도 있었어요 사실. 이런 상황에서 전남친도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 상사가 괴롭혔던 일 등등 저에게 말 하지 못했고, 저희 관계는 속에서부터 썩어들어갔던 것 같아요.

헤어진지 1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미안한 감정이 남아있습니다. 제가 20살때 정말로 힘들었는데 그 때 남친이 있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도 하고 버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전남친이 새로운 환경에서 힘들어 할 때, 저 힘든게 먼저 였는지 제대로 버팀목을 해주지 못 한 것 같아서... 아직도 많이 미안합니다.



그렇다곡 바람핀것을 용서하는 것도, 미화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연인임과 동시에 친구였고, 가족이었는데 그런 가까운 '지인'으로서의 예의도 지켜주지 않았으니까요. 솔직히 평생 잘 풀리는 일 없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으로 본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노라 말했던 건 저희 5주년 일주일 전이였죠. 전남친은 헤어지자는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는 찌질이었습니다. 3달만에 만나 가까운 근교로 데이트를 갔었습니다. 데이트 내내 뚱한 표정과 고민이 있는 얼굴이었지만, 묻지 않았습니다.

저를 집앞에 내려주면서 본인에게 함께 하고 싶은 여자가 생겼고, 그 여자 역시 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나 역시 소중하고 자기 마음을 모르겠다고 하면서 울더라구요. 정작 울어야 하는 것은 저인데 가증스러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하고, 헤어지는 말도 못하는 겁쟁이었습니다.

사실 여자가 생긴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습니다. 서로의 이메일이 서로의 컴퓨터에 자동 로그인이 되어있었는데, 바빴다고 했던 날에 부산 등지에서 조개구이도 먹고 신나게 놀았던 흔적을 발견했거든요. 그래도 전남친이 아무말도 하지 않았기에, 무슨 일이 있겠거니 하고 믿었는데, 제가 병신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저희는 5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공식적으로 헤어졌습니다. 게다가 그 때는 제가 정말로 가고 싶었던 기업의 2차 면접을 불과 며칠 앞둔 날이었습니다.

제가 전남친에게 물었습니다. 새로운 여자가 생겼더라도, 저에게 예의를 지켜줄 수 없냐고, 내 상황 뻔히 알면서 꼭 면접 전에 이렇게까지 내 멘탈을 부셔놔야 겠냐고 물었더니, 또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뭐가 그렇게 미안한지 ㅎㅎㅎ 그게 진심인지조차 모르겠더라구요.


그래도 헤어질 때 잘가서 행복하라고 말했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여자 만났으니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라구요.
그 말이 제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문득문득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시간이 지나니깐 오히려 해방이 되더라구요. 저는 마지막까지 상대에 대한 예의를 다 했고,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치 부끄러움 없으니 점점 자유로워졌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저에게도 새로운 사람이 생겼고 더 좋은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ㅎㅎㅎㅎㅎㅎㅎ

남친이 저번에 저와 술을 마시며 말하더라구요. 저에겐 미안하지만 저의 전남친에게 감사한다구요. 모든 일은 나비효과와도 같아서, 의미 없어 보이는 과거도 모두 의미가 있는 일이라구요. 전남친이 바람펴줘서 저와 이렇게 만났고, 그 전남친과의 인연마저도 모두 자기를 만나기 위한 밑바탕이었다고 생각한다구요.

그말을 들은 후 전남친의 굴레를 완전히 끊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점점 기억에서 잊혀졌고, 이제 5년을 매일 눌렀던 핸드폰 번호조차 이제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냥 가끔씩 생각합니다. 나중에 전남친 인생에 어떤 문제가 생기거나,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 그건 5년을 만났던 친구이자 연인이었던 저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았던 나비효과라구요.


아무튼 바람피는 년놈들은 다 천벌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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