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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275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크리스마스
추천 : 2
조회수 : 24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2/01 23:2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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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는 각잡힌 인생을 살아왔다.  모든 생각과 행동에는 각이 있어야 했다. 일반인들은 폼생폼사라고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각생각사였다. 그는 자신의 각이 흐트러지는 것을 싫어했다. 와이셔츠는 한치의 주름도 없이 각이 잡혀 있어야 했고, 책들은 크기에 맞게 꽃혀 각이 맞아야 했으며, 체위는 후배위만을 고집했다. 남들이 모두 욕하더라도 식사는 항상 직각식사를 했으며, 길을 걸어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법이 없었다. KTX보다 무궁화를 좋아하였고, 차는 항상 1세대 그랜져만 타고 다녔다. 그가 생각하는 완벽한 각은 직각이었다. 직각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이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둥그스름한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날 그가 걸어가던 길을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가 덥쳤다. 옆으로 조금만 움직였다면 피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왜 그가 피하지 않았는지는 이 이야기에 나와 있지 않다. 차에 부딪혀 날라가는 순간 그는 죽음을 예감했다. 그리고 땅에 떨어져 목이 꺾이는 순간, 교통사고 사망자의 일반적인 모습이 떠올랐다. 이대로 널부러진채 꼴사나운 모습으로 발견되는 것은 도저히 용납을 할 수 없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모아 다리를 펴고, 팔을 모은채 허리를 굽혔다. 그가 원하던 완벽한 직각이었다. 경찰은 그의 시체에 어떤 의미가 있음을 느꼈으나, 끝내 그 사실을 알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던 대로 완벽한 직각의 페인트 자국을 아스팔트 위에 남긴채 쓸쓸히 사라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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