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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품 된 기름장어의 꿈, 그리고 시민의 힘
게시물ID : sisa_8429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3
조회수 : 5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2/02 00:10:04
기름.jpeg

결국 '기름장어의 꿈'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대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입니다. 비록 접긴 했지만, 그에겐 너무나 상처가 컸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로서는 밝히기 싫었을 수많은 것들이 까발려졌고, 노구의 장어영감에겐 그런 것들을 피해 갈 수 있는 기름기가 더 이상 남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반기문의 가장 큰 패착은 그가 스스로 추대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 겁니다. 그러나 한국 정치판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물 속에 샤크가 득실득실한 곳이었지요. 그 상어들 속에서 기름장어가 살아남긴 어려웠을 겁니다. 아무튼 이 과정 속에서 수많은 의혹들이 드러났고, 사실 그 의혹 하나하나들이 어쩌면 편안하기만 했을 수도 있었던 그의 말년에 잘못하면 철창살이 놓여질 수 있는 개연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UN 사무총장이라는 영예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말년이 앞에 다가오는 듯 하자, 결국 그는 더 큰 망신을 당하느니 일찌감치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물론 설 연휴의 민심이 그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동떨어졌던것도 하나의 이유가 됐겠지요. 어쨌든 그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란 것이 귀국후 며칠 동안 그의 행보를 지켜보던 전문가들의 의견이었고 그만큼 그는 어리숙했고 모자랐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그는 '비교적' 현명한 선택을 했습니다. 상처투성이인 기름장어는 꿈을 접기로 한 겁니다. 

한가지 짚자면, 그에겐 정확히 보여줄 수 있는 비전이란 것이 없었다는 겁니다. 특별한 이상이 있었다면, 그 이상을 이룰 계획이 존재했을 것이고, 그것은 순차적으로 어떤 단계를 밟아 진행됐을겁니다. 그러나 그가 노리는 것은 그저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이었다는 것이 이번 그의 행보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이런 그의 생각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분명히 전엔 존재했던 모종의 '계획'이었을 겁니다. 그것은 박근혜와 그녀를 추종하는 세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실행 가능한 것이었을 테지요. 그러나 지금의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로 인한 시민들의 분노, 그것은 이 땅에 다시한번 개념 없는 박근혜 시즌 2가 들어서는 것을 이렇게 막아낼 수 있었다고 봅니다. 

비록 헌재 판결이 아직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앞으로 이 다이나믹한 한국의 정치 일정이 어떤 방향으로 돌아갈지 짐작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시민들은 지금까지보다 가장 큰 시민으로서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그 시민으로서의 권력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개개의 시민들이 광장에 더 많이 나가야 한다는 댓가는 치르는 게 당연해 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을 조금씩 밝히는 것이, 한국에서 이 오래된 몰상식을 끝장내고 다시 상식을 리스토어 하는 데 가장 큰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반기문 퇴진이라는 현상을 바라보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제일 큰 교훈이 아닌가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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