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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당신도 그저 사람일뿐이다.
게시물ID : wedlock_69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요레요레요
추천 : 26
조회수 : 3110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7/02/11 0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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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내는 자신의 에피소드가 회자되는 것을 참 부끄러워한다.

대부분의 일화가 참 칭찬받아 마땅한 것들이지만, 몇몇가지는 정말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의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본인이 자신의 그런 다양성을 알기에, 말과 행동을 아끼는 것이 보여 귀엽다.

존경하는 아내에게 도무지 맞추지 못하는 두 가지 성격.
1. 청소 및 정리정돈에 소질없음
2. 식탐.

청소는 자주하지만 언제나 틈새는 놓치고, 정리정돈은 하고 나서 더 헤맨다.
이건 그냥 화나고 답답한 일이고, '식탐' 부분은 정말 이 사람의 독특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음식도 잘하고, 나눠먹는 것도 굉장히 좋아하고, 많이 먹는 것도 아니지만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하면 굉장히 파괴적이고 신경질적이며 몹시 괴로워한다.'
이렇게 괴로워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언제나 먹고싶은 것을 먹을 수는 없는 법.
이러한 상황에 놓이면 스스로를 안방에 가두고, 심하게 자책한다.

'이런 걸로 이렇게 짜증이 나다니, 이렇게 빡치다니 난 진짜 변태야 정말 그지같아!'

며칠 전에는 저녁부터 기분이 계속 가라앉아있길래 왜 그런가 했는데
밤에 자려고 누웠더니 흐느껴 우는것같은 떨림이 느껴졌다.

왜 그러냐고 놀라 물었더니
"무교동 낙지볶음이 너무 먹고 싶어서 잠도 안오고 우울하고 화가 나고! 
이걸 못 먹어서 빡친 내 자신이 너무나 한심해..ㅠㅠ" 라며...

나중에는 침대에 걸터앉아 심호흡까지하며 마음을 달래다가 훌쩍이며 잠이 들었다.

이럴때는 위로도 하지말고 그냥 가만히 자신의 빡침이 사그러들때까지 본인을 외면해달라고 한다.
먹지 못함의 분노가 내게서 터질까봐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뭔가 먹고싶다고 요구했을때 사다주기를 꺼려하면 그렇게 섭섭해한다.
본인도 할 수 있지만, 먹을것만큼은 사다줬으면 하는 눈치다.
지난 번, 꼭 간이 들어간 순대를 사다달라고 했는데 깜박 잊고 순대만 넣어왔더니
순대가 아니라 간이 먹고싶었던 것이라며 닭똥같은 눈물을 어찌나 서럽게 흘리던지...

하긴, 난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삼식이' 인데(아침/저녁은 집밥, 점심은 도시락)
가끔 먹고 싶은 것은 그런 남편이 사다줬으면 하는 마음을 백 번 이해한다.

요즘은 '핵불닭볶음면'을 너무나 먹고싶어한다.
편의점 몇 군데와 대형마트를 둘러봤지만, 외진 동네라 그런가 눈에 띄지를 않았다.
택배시킨다고 했더니 10개들이는 필요없다며, 하나만 있으면 된다니 인터넷쇼핑도 못하고......

날이 갈수록 핼쓱해지고 점점 기분이 지하동굴로 내려가는 와이프를 보고 있자니 무섭고 두렵다.

난 무엇이든 다 맛있고, 아내가 해주는 것은 전부 잘 먹지만
딱히 강렬하게 먹고 싶은 음식이 있던 적이 없는지라...다른 가정의 부인되시는 분들도 이런 부분이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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