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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을 보고서...
게시물ID : movie_648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늙고푸른질서
추천 : 7
조회수 : 67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02/13 01:06:57

김기덕 감독의 2003년작

투명한 일급수 같아서
단숨에 마셔버리고 싶은 영화.
나무와 산과 물과 물 흐르는 소리.
이들을 사랑한다면 보는 내내 
자연의 아름다움에 몸서리치게 되리라

개구리와 뱀과 물고기의 허리에 실을 감아
돌을 묶어놓는 장난기 많은 동자승
그의 순수한 웃음. 
악행은 업이 되어 대가를 치루게 되리라 
훈계하는 노승의 눈망울. 

수중산사 라고 칭하고싶은 
물 위를 떠다니는 암자 한 채와
속세와 이어주는 배 한 척.

노를 젓는 장면이 몹시 많아 보는 내내
고은 시인의 
노를 젓다가 문득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물 속을 들여다보게 되었다는 시가
생각이 났다.

2000년대 초반 
지금처럼 미세먼지는 꿈도 못 꿀 
맑은 하늘을
우리는 그때 가졌었는데...
그 당시 싱그러운 봄의 하늘을 보고 
문득 슬퍼졌다

조류의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카메라 구도. 
물처럼 흐르는 스님의 삶 같아서 황홀할 따름.

엄마손에 이끌려 절에 들어온 아픈 소녀.
청년이 된 동자승의 성욕을 
언제나 그랬듯 김기덕은 퇴폐미를 주륵주륵
흘려가며 영화 속에 새겨넣었다

남자라면 반드시 발기하고야 말았을
정사신도 예쁘기 그지 없다.

먹 대신 물을 묻혀 붓글씨를 쓰는 장면과
고양이 꼬리에 먹을 찍어 반야심경을 써내려가는
(아파 신음하는 고양이를 어루만지며)
노승의 아우라에 전율을 느꼈다.

눈과 귀와 코를 화선지로 틀어막고
자살과 분신을 시도하는 샷 또한
굉장한 충격이었다.

감독 본인이 출연하여 
스스로 지은 업보를 달게 받는
시련의 겨울. 

복면을 칭칭 감고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보면 안되는 엄마가 안고 온 아기, 
새로운 동자승이 맞는 봄. 

영화 제목을 들어간 그리고 봄의 의미는
죄를 짓고 벌을 받고 
사랑을 하고 또 나누고 
울고 웃는 인간 세상의 굴레.
즉 윤회를 가르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은 욕망이라는 몽둥이로 
온 몸을 두드려맞은 기분이다. 
오늘 밤새 뒤척이고
내일 아침 뻐근한 몸으로 일어나겠지만
정신이 번쩍들겠다. 감사하고 또 고마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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