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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RE. 입춘
게시물ID : panic_925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12
조회수 : 122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2/16 22: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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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이번에 입춘이 왔다고 했다.

봄이 오는 날.


하지만 내 인생은 언제까지나 회색이다.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나는.


여자와 제대로 말을 섞었던게 언제였을까.

이젠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더이상 나도 사랑하지 않는다.

직업따윈 없고 꿈도 없다.

어제도 오늘도 앞으로도 피씨방 한구석에 박혀 살아가고 있는 내가 있다.


어젯 밤, 차가운 바닥에 누워 생각했다.

입춘이 오든, 꽃이 피든, 아침이 밝든, 해가 저물든

아무런 변화 없는 인생에

자신을 버린 나에 대해서.

아무 것도 없는 나에 대해서.


그나마 입춘이 정말로 추웠다는것이 다행이다.

세상에 조그마한 동질감이라도 느낄 수 있어서.

청춘이든, 입춘이든.

쌀쌀하고 회색빛인 우리들은 정말 닮았기에.


하지만 세상엔 언젠가 봄이 온다.

나에게 오지 않는 봄이.


그것은 너무나 서러웠기에

차가운 방에 누워 눈물 흘렸다.


그리고 꿈을 꿨다.

정말, 너무 오랜만에.


초등생때의 꿈이였다.


친구들과 야구를하며 홈런을 날리던 나

같이 미끄럼틀 타며 시소를 타며 웃고있던 나

술래잡기의 술래에 만날 걸리던 나

친구에게 어른이 되고 싶다고 설레이는 표정으로 말하는 나.

모두와 헤어져도 웃으며 작별인사를 하던 나.


그냥 그런.

회상같은 꿈이였다.


웃고 있던 나는 어디갔었던걸까.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였지만

그저 그때를 떠올렸다는 것이

고민을 저멀리 떠나보내게했다.


그때를 돌아본다.

무엇이든지 할수 있을것 같던 그때.

얼른 자라 어른이 되고 싶었던 그때.

무엇보다도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했던 그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상상도 하지 못할 미래겠지.


돈도 없고, 추위에 떨며, 인생이 도움되지 못하는,

나를 사랑하지도 않는

그런 미래는 없다고 믿었었다.


나는 오랜만에 구인신문을 뒤져보았다.

이런 인생을 이어가기에 아직 나는 젊다.

나는 아직 청춘이다.


나는 꿈꿔본다.

그때와 같이.


언젠가 봄이 오듯.

나에게도 봄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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