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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어 버린 생활양식
게시물ID : love_234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바티니
추천 : 1
조회수 : 38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2/24 23:57:34
퇴근 후 아무도 없는 방을 살펴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것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들 중 절반 가까이는 여자친구의 옷이
 
걸려있고 내 화장품 옆에는 여자친구의 스킨, 로션, 에센스, 크림, 아이크림이 자리잡고 있다. 내 책상의 책꽂이에는 여자친구의 책들이.
 
서랍 첫 칸에는 여자친구와 나의 양말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그 밑은 여자친구가 운동 중에 입는 것으로 추정되는 탑과 운동복 등.
 
그 밑 칸은 속옷. 너무나도 생경하고 설게 느껴지는 물품들이 즐비한 그 서랍을 얼른 닫은 나의 시선은 침대로 향했다. 나의 베개와
 
내 팔에 의해서 기능을 박탈당한 여자친구의 베개는 늘 벽에 붙어 있다.
 
이 일의 시작은 바로 MBC에서 방영된 동거 프로그램. 한은정과 김구라의 재미있었던 케미에 여자친구는 저 프로그램처럼 우리도
 
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난 별 생각없이 그러자고 했다. 근데 그 프로그램의 맹점을 난 간과했다. 한 쪽이 계속 이어가고 싶으면
 
계약연장이 가능하다는 그것을 크게 간과했던 나는 지금까지 그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으니
 
나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내 생각은 크게 빗나갔고 오히려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 된 상황에 여자친구는 싱글벙글했다.
 
사실 뭐 나쁘지는 않다. 주말을 이용해서 빨래와 청소를 하던 내가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여자친구가 빨래도 해주고 청소도 해주고.
 
나는 미안함에 하지말라고 했지만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계속하는 여자친구의 마음 속을 아직은 알지 못한다. 아침마다 나보다 일찍
 
일어나서 날 깨워주고 과일도 씻어주고 왜 그렇게 수고스러운 행동을 하는지. 그냥 편하게 있으면 될 것을.
 
더 미안한 것은 반전세의 절반의 월세를 본인이 부담하겠다는 그 말과 행동. 난 끝까지 반대했지만 함께 살면 경제적 부담은 함께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는 여자친구의 말에 미안함에 말을 못 읻고 머리를 긁적이는 내 모습에 여자친구는 날 안아주며 토닥토닥.
 
여자친구에게 받은 돈은 내 책상 서랍의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미안함에 쓰지 못하는 그 돈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점점
 
커지면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던 그 순간에 친구들과 놀고 있던 여자친구의 전화에 내 휴대폰은 진동으로 전화가
 
왔음을 알렸다. 영상통화로 모여있는 친구들을 보니 낯이 익은 모습이 보였다. 설 연휴에 내 머리를 해줬던 친구와 여자친구의 원래 동거인.
 
친구들은 이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 영상통화 속 여자친구의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여자친구의 베개를 이불로 가리고 여유롭게 통화에
 
임했다. 여자친구는 영상통화 끝에 "사랑해."라는 말로 마무리했고 나머지 여인들은 그런 여자친구를 썩은 표정으로 바라보며 통화는 종료.
 
통화가 끝나고 다시 한 번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왜 이렇게 미안함이 커지는 걸까? 이래도 되는 것일까?
 
우리 부모님도 여자친구의 부모님도 잘 사는지 둘러보러 오시지는 않는 분들이지만 그래도 마음 한켠에 불안감과 미안함이 커진다. 그러면서
 
의문이 생겼다. '왜 여자친구는 불편하게 나랑 같이 동거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사실 그건 지금도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 커버하기에는 사실 아직까지 얼떨떨하다. 과연 그런 사랑이 나에게도 해당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여자친구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지금의 나는 과연 그럴만한 사람인지 확신이 크지는 않다. 여자친구에게 대놓고 물어보기도 그렇고.
 
사실 아직 나 스스로에게 크게 확신이 있지도 않다. 그래도 하루하루 여자친구를 열렬히 사랑하고 싶다. 많은 시간이 허락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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