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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926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처음타본UFO
추천 : 29
조회수 : 1793회
댓글수 : 231개
등록시간 : 2017/02/25 17: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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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예전에 환상괴담 님이 쓰시는 걸 봤는데 꽤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형식도 같습니다. 댓글로 짧은 단어나 키워드를 주시면 그걸 주제로 꽁트를 써드립니다.
아래는 견본입니다.
 
 
<집착>
문득 내가 그녀에게 너무 집착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녀를 자유롭게 놓아주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두시 삼십분의 A대교에는 지나가는 자동차도 하나 없었다.
난 잠깐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도깨비불>
허공에 떠있는 작은 불꽃이 점점 다가온다.
이러지마! 살려줘!라는 내 절규에도 상관없이 그 작고 동그란 불은 내 피부에 달라붙는다.
내 살을 태운 그것들은 곧 생명이 다해 꺼져갔지만 나는 그 불들이 곧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음은 눈이야!
“10원에 한 대씩이었으니까 몇 방 남았지?”
주변에서 깔깔거리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곧 철거될 재개발 구역의 칠흑 같은 골목길에선 내 비명도 저 녀석들의 웃음소리도 들을만한 사람이 없었다.
라이터의 부싯돌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리며 또다시 매캐한 담배 냄새와 함께 몇 개의 도깨비불이 만들어졌다.
그것들이 나에게 서서히 다가온다.
 
<회전목마>
왜 나를 회전목마라고 부를까? 회전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원판이잖아.
무너지는 런던 브릿지의 멜로디 속 원판 위에서 꼬치에 꿰인 경단처럼 고정되어 더이상 달릴 수 없는 철마.
속박된 나의 등에 타고 5분 동안의 자유를 누리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
 
 
<바이올린>
계절에 걸맞지 않게 두꺼운 장갑을 낀 노인은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장갑을 끼고 바이올린을 켜는 걸까? 노인의 연주 실력이 범상치 않은 것은 확실했지만 그보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희미한 붉은 빛이 도는 바이올린과 그 바이올린이 내는 음색이었다. 흉측한 노인과 노인이 깔아둔 자판에 깔려있는 잡다한 쓰레기들만을 제외하면 세상 어디에도 없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 바이올린 얼마요?”
내가 다가가서 묻자 노인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으며 손가락 다섯 개를 펴보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50만원을 주고 사온 바이올린을 케이스에서 꺼내보았다. 만족스럽게 웃었다. 연주 실력으로 봐서 분명 하루이틀 바이올린을 켜온 노인이 아니다. 이 정도 물건이라면 거저 준다해도 500만원은 받을 줄 알았는데... 옛날엔 뛰어난 연주가였겠지만 술에 절고 귀가 먹어 옥석을 구분하지 못하는 폐인이 된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당장 활을 잡고 바이올린을 들어올렸다.
별안간 바이올린의 현이 끊어지며 내 손가락을 훑고 지나갔다. 아니, 뚫고 지나갔다.
새빨간 선혈과 다섯 개의 살덩어리가 바닥으로 토도독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고통과 공포에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었음에도 이상할 정도로 헐렁하고 두꺼운 장갑을 낀 채 손가락 다섯 개를 펴보이던 노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졸업앨범>
그 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둘도 없이 친한 친구였다.
둘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의 집에 놀러갔다가 자신의 얼굴을 날붙이로 수십 번이나 그은 졸업앨범을 발견하기 전까진.
 
 
<사과나무>
몇 달 동안 전국을 공포에 질리게 했던 연쇄살인사건이 끝났다.
경찰이 일을 잘해서는 아니었다. 단지 범인이 이유 없이 갑자기 죽은 것이었다. 어느 큰 나무 근처에서 뭔가에 목이 졸려 질식한 채로. 그는 마치 우는 것 같은 표정으로 죽어있었다고 한다.
종교인들은 그가 죽기 전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했다고 주장했으며, 경찰들은 스스로 범인을 잡아 교수대에 세우지 못했던 것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사령 카페나 오컬트 카페 등에선 거의 매일매일 나무 근처에 찾아와 귀신과 대화한다는 명목으로 소란을 피웠다.
나는 동네의 흉물이 된 그 나무를 베기 위해서 큰 전기톱을 들고 와있었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왠지 모르게 초조한 느낌이 들었다.
미안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내가 잘못 들었겠지. 나는 담배 연기를 다시 들이마셨다.
미안해. 미안해.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번엔 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왔는지 똑똑히 파악할 수 있었다. 나무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라고 생각한 순간, 나무의 긴 가지가 나의 목을 순식간에 휘감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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