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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달고나는 썼다.
게시물ID : panic_926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Y-
추천 : 34
조회수 : 1965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7/02/28 20: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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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샀다.

일에 찌들고 찌들어 맥주 한 캔이 너무나 끌리는 날이었다..

다만 그곳에서 나는 맥주와 육포 말고도 다른 하나를 샀다.

달고나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달고나가 끌렸다.


편의점에서 나와 일단 달고나만 꺼냈다.

봉지에 포장되어 깔끔한 동그라미 모양의 막대 달고나였다.

막대 달고나에는 어리숙하게 사람그림이 찍혀있었다.

어차피 기계로 찍은 것이겠지만

그래도 내 어릴적 아주 작은 추억을 떠올리기엔 충분했다.


어릴적, 우리 동네에는 달고나 할아버지가 있었다.

100원인지 300원인지 잘 기억도 안나지만

이 700원짜리 막대 달고나보단 훨씬 쌌던 것 만은 기억하고 있다.


나와 친구들은 그 할아버지에게 매일 같이 찾아가 매일 같이 달고나를 먹었다.

그러다보니 문양 파내기에도 요령이 생겨 한개 가격에 두개, 세개는 먹곤 했던 것 같다.

동그라미, 네모 문양은 뭐 그냥 하나 더 주는 수준이었고

하트 문양은 아주 조금 더 어렵지만 그래도 껌이었다.

다만 그 다음 문양인 비행기가 어려웠었다.

특히 꼬리날개 부분을 이쑤시개를 툭툭 건드리다보면 깨지기 마련이다.

한번인가. 성공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다음인 사람문양은 단 한번.

참.

그러고보니 이 사람 문양에는 특이한 추억이 있다.


평소와 같이 달고나를 먹으러 갔었을 때 였다.

다만 달랐던 것은 그 날은 나 하나만 찾아갔다는 점이다.

할아버지는 나를 보자 웃으면서 달고나용 냄비 비스무레한 것을 불에 올렸다.

그 날, 나는 할아버지에 대해서 문득 궁금해졌었다.

그래서 나는 설탕을 붓는 할아버지에게 물어봤었다.

어떤 대답을 하셨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할아버지는 옛날에 전쟁에 나갔다는 말만 해줬었던 것만이 기억난다.

그러고보니 할아버지의 가슴팍에는 빛바랜 뱃지 같은게 있었다.

그건 훈장이었던 것일까.


어찌됐든 난 원형 달고나를 받아 1분도 걸리지 않고 분해했다.

완벽한 동그라미였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이번엔 하트모양 달고나를 주셨다.

이번에도 완벽하다.


다음엔 정석인 보스, 비행기였다.

매번 실패했지만 그 날은 무언가 잘 풀렸다.

마의 꼬리 구간을 넘겨 완성시켰다.

뿌듯함이 엄청났었다.

친구를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을 했던 것은 확실히 기억난다.


할아버지는 그러자 마지막으로 달고나를 주셨었다.

사람 모양 달고나.

처음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때 할아버지의 표정은 무언가.

무언가 말하기 힘든, 그런 정말 모호한 표정이었다.


결국 나는 사람 모양의 다리부분을 부러뜨리고 말았다.

너무나 아쉬웠던 것은 잘 기억난다.

또, 할아버지가 눈물을 글썽였던 것도.

그 사람 모양 달고나를 보며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린 것이다.

나는 당황스러워서 그 할아버지에게 돈만 드리고 도망치듯 나왔었다.


그런 일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할아버지,

다리 한 쪽이 없으셨다.

어느 쪽 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할아버지는 그래서 언제나 앉아 있기만 하셨었다.


어린 나는 그 사람 모양 달고나가 어떤의미 였는지 몰랐다.

비행기보다 쉬운 문양인 사람 모양을

왜 할아버지가 가장 어려운 비행기 뒤에다 뒀는지.

왜 다리가 부러진 사람 모양을 바라보며 할아버지가 눈물을 흘렸는지.

나는 몰랐던 것이다.

모른 채 상처 입히고 말았던 것이다.


참으로 쓰디 쓴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결국 어떻게 되셨을까.

지금에 와서 알 방법은 없지만.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전쟁에서 다리를 잃은 영웅이

그 차가운 길바닥에서 매일같이 달고나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그의 마지막이 어땠을지는 당연하지만.

별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달고나를 뜯었다.

입에 물었다.

의외로 달고나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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