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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신의 존재가 확실하다면?
게시물ID : phil_151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ishCutlet
추천 : 1
조회수 : 692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7/03/09 01:16:38

약 신이 존재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당신은 신을 숭배할 것입니까?
아니면 숭배하지 않을 것입니까?
숭배한다면, 또는 숭배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신을 믿고 숭배하는 이유를 들어본 것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도 이상했던 답변 중 한 가지는
'우리가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은 마땅히 숭배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못돼 쳐먹은 불효자라 그런지 이만큼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답변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사람이 그런 답변을 했습니다.



을 계속 이어나가기에 앞서 밝혀두자면, 저는 불가지론자이며, 무신론자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불가지론은 무신론과는 다르지만,
신과 관련된 일반적인 논쟁들에서 저는 무신론자와 거의 같은 입장을 취합니다.

제게 있어서 불가지론은 단순히 유신인지 무신인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신에 대한 정보 일체를 알 수 없다는 의미이며, 이것은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합니다.

1. 신이란 어떤 신인지 알 수 없다.
즉 선한 신인지, 악한 신인지, 질투의 신인지, 무관심한 신인지, 유일신인지, 다신인지 그 무엇도 알 수 없다.  

2. 신이란 존재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즉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것이 야훼, 알라, 제우스, 아후라마즈다 같은 이름을 지닌 '인격신'인지,
아니면 이 우주의 어떤 질서와 섭리인지, 이 우주 자체인지, 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다.

3. 신에 대한 그 어떤 것도 인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신에 대한 모든 주장은 허위이다.

4. 만약 신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도 그 존재를 인지할 수 없다면
그 신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과 무차별하다.

1번의 개념은 2번의 개념에 포함되지만,
현대의 주류 종교는 인격신을 주장하므로 1번을 별도의 개념으로 분리해 두었습니다.
제가 불가지론자이면서도 사실상 무신론자인 것은 3번과 4번의 개념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는 범위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신은 분명히 존재한다'면 당신의 삶은 어떻게 바뀌겠는가? 라는 것입니다.
처음 하던 이야기를 좀더 이어나가자면,
저는 종교나 사상(자칭 마음 공부하는 사람들을 포함해)을 전도하러 다니는 사람들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는 편입니다.
꽤 오래전 일입니다만, 한번은 공원에 앉아 있다가 근처 교회에서 나왔다는 사람이 말을 걸어와 되물은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 믿는 그 신이 착한 신이라는 법이 어디 있으며, 당신이 믿는 것처럼 천국에 보내준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느냐고.

그러자 그 사람이 했던 답변에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하느님은 선한 하느님이 아니에요. 질투하시는 하느님이시죠."
하느님이 선하든 악하든, 우리를 창조한 분이므로 섬겨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었죠.
신이 선하지 않더라도, 혹은 악하고 잔혹한 신일지라도 섬겨야 한다는 주장은 제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 사람은 저의 한가지 전제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입니다.
'신은 악할 수도 있다'는 것은 단순히 '선한 신'과 '악한 신'의 이분법적 구분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악하다'라는 것은 (인간의) 보편가치에 반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종교인들에게 신은 지선이며, 신의 가치는 인간의 가치에 우선합니다.
반약 신의 가치와 인간의 가치가 반목한다면, 옳은 것은 신의 가치이며 그른 것은 인간의 가치로 결정됩니다.
과거 수많은 전쟁과 학살, 재앙이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 되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소위 '악인'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리는 것은 '신의 심판'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 되지만,
인류 보편가치에 비추어 보자면 그것은 제노사이드일 뿐입니다.
말하자면 '신은 악하다'라는 선언은
인간의 가치를 기준으로 신의 가치를 평가함으로서 인간의 가치가 신의 가치에 앞선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은 악하다/선하다' 또는 '인간의 가치가 신의 가치에 앞선다/뒤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사실은 '인간의 보편가치는 신의 가치관과는 별개'라는 점입니다.

모든 인간은, 아니 모든 존재는 '단독자'입니다.
신이 존재하든 어떻든, 나의 실존은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신을 섬기는 것은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당위라는 사람들의 비유를 받아들이면,
부모님도 결국은 내가 아니며, 궁극적으로 신도 남입니다.
그것도 오래전에 자식을 버리고 어디서 무얼 하는지 소식도 없는 부모나 다름 없습니다.
부모님이 절대는 아니듯이, 신도 절대가 아닙니다.

....

쓰다보니 제 이야기가 필요 이상으로 장황하게 길어졌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신이 분명히 존재한다면, 여러분의 삶은 바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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