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아침 기차를 타고 광화문으로 올라갈 때 마다,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촛불을 들고 시위현장으로 갈 때 마다, 그런 정치에는 왜 관심을 가지냐고 몇몇 사람들이 비아냥처럼 물을 때 마다,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그들에게 한마디 한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과연 세상을 바꿀 큰 흐름 위에 나라는 한방울이 얼만큼 영향이 있을 것인가. 내 목소리가, 수백만의 함성에 묻히는 내 목소리가 얼마나 멀리, 깊숙히 나갈 것인가. 나로 인해 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바뀔 것인가.
모르겠다 썅. 복잡하다.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서 나섰다면 금방 피곤해졌을 것이다.
상당히 이기적인만큼 나에게 항상 되물었던 것은, 나는 흘러온 역사 앞에, 당장 다가올 내일을 두고 부끄럽지 않은가. 수년, 혹은 수십년 후 아이들이 내게 "아저씨는 저 때 뭘하셨어요?"라고 물었을 때, "응. 아저씨는 그냥 조용히 돈이나 벌었어."라고 말하지 않기 위해.
133일동안, 1600만이 모였던 촛불집회의 '중간 평가'는, 무엇이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지를 알기에 얻을 수 있었던 민주주의. 이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