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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새벽 너를 생각해본다.
게시물ID : animal_1777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묵월
추천 : 6
조회수 : 33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3/12 04:11:31
작년 여름,
아버지께선 가족 단톡방에 까만 솜뭉치 사진을 올리셨어.
어느집 강아지인지 몽실몽실하고 작고 귀여워 보였지.
그 강아지가 우리집 안방에 와 있을줄은 몰랐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우리 식구.
내 큰 두 손으로 널 감싸 안으면
가끔 잃어버릴 것 같아 조바심이 나기도 했어

아버지는 네가 토이푸들이라 많이 크지 않을거라고 했어.
항상 너는 작은 아기일 것 같았지.
이렇게 훌쩍 클 줄 알았다면
좀 더 사진을 많이 찍어줄 걸 그랬어.
그 조그만 아기가
지금은 처음보다 무게만 세배가 넘게 무럭무럭 자랄 줄 알았더라면.

나른한 날에 말야
널 내 품에 올려두고 누워 있으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어.
네 모습 하나하나가 다 좋아서.
짙은 갈색 곱슬거리는 털과 꼬리와
막 씻겼을 때의 샴푸 냄새와 그 보다 더 좋던 꼬수운 몸 냄새와
꺼칠하면서도 말랑한 발바닥과 장난감 같던 발톱
촉촉한 코와 나를 핥는 혀와 나름 맹수마냥 자라던 이빨과
잇몸 사이에 낀 고깃조각마냥 자라던 잇몸 털과
밝은 회색 같은 갈색 눈동자와 푸른기 도는, 유난히 잘 보이는 흰자와
탄탄해져가는 네 다리와 밥을 먹고는 똥똥해지던 배와
그러면서도 쓰다듬으면 느껴지는 갈빗대와 등뼈와
나를 그윽히 보다가 자울자울 거리던 눈빛, 가끔은 사람 같던 코골이도
내 위에 올라오던 묵직하고 따스한 무게도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만사를 다 제치고 쏜살 같이 뛰어와 두발로 방방 뛰며
꼬리를 세상 가장 빠른 메트로놈보다 흔들며 반기는 네가 좋단다.

그래, 나는 너를 아주, 아주 많이 좋아한단다.
가끔은 다른 가족들에게 미안할 때도 있었어.
내가 너를 다른 식구보다 더 좋아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말야.
그래서 지금은 말야.
또 지독히 우울하구나.
너는 단순하고도 견고한 기준으로 나를 반겨주었어.
그리움의 깊이에 정비례하며 반기는 네가 좋았어.
지금 멀리 떨어져, 오랜동안 떨어져,
한동안 못보고 지내지만
분명 다시 만나면 말야,
다시 만나면
나를 반겨주면 좋겠어.
그래주면 좋겠어.

KakaoTalk_20170312_040726702.jpg

사랑하는 형이, 땡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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