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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중입니다. 썰 좀 풀겠습니다.
게시물ID : military_664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삼시세끼냉면
추천 : 7
조회수 : 127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3/14 17: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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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신체검사에서 저는 172cm에 50kg으로 3급을 받게 됩니다.
고등학교 신체검사때 저는 항상 178cm를 유지했으며 설령 저 키로 나왔어도, 49.5로 적혀있었던 몸무게로 계산을 하면 4급에 해당하는 bmi지수를 아슬아슬하게 받을 수 있었죠.
병무청을 나와서 저는 어쩔수 없겠거니, 가야겠거니 생각만 했습니다.

21세, 어머니가 아프시기 시작해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생활고로 인해 학교 생활을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세개 혹은 네개씩 했습니다.
그 덕분에 남들 다가는 군대 입영신청 시기를 놓쳐서 한학기 휴학을 했고, 여전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석을 노려 입대를 시도 했지요.
그러나, 신체적 특성과 과한 노동 덕분에 야윌대로 야윈 몸은 군대를 빠지기엔 무겁고, 군대에서 받아주기에는 가벼운 몸이 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십수번의 실패와 한학기를 날리게 되었죠.

22세, 고등학생때부터 예체능을 공부하던 저는 현장에서 잠깐 멀어진 것만으로 감각이 둔해짐을 느끼고, 일단은 다시 복학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저를 계속 괴롭히는 문제는 단 한개도 해결되는 기미조차 없었죠, 생활고와 군대.
군대를 가기 위해서는 제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했으나, 생활고라는 놈은 저를 쉬게두지 않았죠.
슬프게도 제가 공부하는 분야의 필드에서는 졸업후에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게는 커다란 장벽을 두는 곳입니다. 그것은 감각과 인맥이라는 것 때문이지요.
2학기즈음, 군대 입영신청 인원수가 폭발하자 병무청은 신체검사기준을 완화합니다. 178cm에 48.5kg. 저는 신체등급 4등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23세, 군대 경쟁률이 셌던만큼, 사회복무요원 경쟁률도 만만치 않더군요. 그래서 저는 흔히 기피직종이라 불리는 복지시설 공석에 넣어서 8월 25일 입영일자를 받게 됩니다.
아버지는 경제활동을 하고 계시기 때문에 겸직을 허가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 저는 또 다시 한학기 휴학을 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건강은 나날히 악화되어 집은 점점 힘들어져 갔거든요. 그때 계속된 노동으로 몸은 엉망이 되었죠.
그리고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더 어마어마한 일을 겪게 되죠.
제가 일하게 된 곳은 장애우 생활시설이었습니다. 그 곳에서의 경험은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고만 말해두겠습니다.

24살이 된 저는 여전히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 복무를 하던 시설은 아닙니다. 군대도 못간 장애인이라는 직함은 안 그래도 미칠 것 같던 저를 더 미치게 만들었거든요.

9시부터 6시까지 근무, 그리고 병원에 가서 어머니의 수발을 드는 일상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무지에서 받는 민원인들의 인격적 모독과 가끔 미칠듯이 저를 찾아오는 고독감과 자괴감은 저를 점점 옭아메는군요. 언제부턴가 저는 꿈을 쫓는 사람이 싫어졌습니다. 저는 이렇게도 빌어먹을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앞으로도 1년 6개월간 이 생활을 지속해 나갈 자신도 없구요. 전 절망합니다. 어머니의 병상생활에 따라온 생활고에 절망합니다. 집의 장남으로서 집에 한 푼 보탬할 수 없는 상황에 절망합니다. 그 중에서도 미래를 위해 나아갈 꿈과 에너지를 잃은 제 자신에게 가장 절망합니다.

짧게 적어보려했는데 좀 북받쳐서 두서없는 글이 됐네요. 그냥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난 이상 2년은 전혀 반갑지 않은 시간이라고 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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