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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저들의 분열의 프레임에 이용당하지 말자
게시물ID : sisa_8668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7
조회수 : 30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3/15 03:41:39
삼성동으로 피신, 진지전 태세를 갖춘 박근혜가 헌재 판결에 불복할 것이라고 밝혔든 말든간에, 이제 대선은 현실이 됐습니다. 그리고 사상 처음으로 지금까지 '여당'이었던 세력들이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는 대선을 치르게 됐습니다. 

물론 중도를 표방하는 '바른 정당'세력이 과거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적 행보를 간다고는 하지만, 그 안의 후보들이라고 하는 남경필이나 유승민에게서 특별히 비전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겁니다. 오죽하면 바른정당의 김성태 의원이 얼마 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보수가 염치가 있다면 재집권을 꿈꾸는 것이 옳지 않다고 했겠습니까. 

그렇지만, 이 60일은 야당에게도 웃을 수 없는 시간입니다. 민주당은 당내에서 서로 물어뜯고 씹을 것이고, 후보 각자 각자의 사소한 말 실수 하나, 사람 쓰는 데 있어서 실수 하나도 무조건 갈등의 증폭이 될 겁니다. 또 그걸 매개로 해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못된 세력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다행히 그 시간이 두 달 밖에 안된다는 것을 감사해야 할 지경일 겁니다. 국민들의 지지도도 하루 단위로 출렁일 것이고, 대선까지 가야 할 길은 험난할 겁니다. 

이미 국민의 눈 밖으로 난 그 세력들이 미리 깔아놓은 함정들도 복선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사드 문제가 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근혜가 민주주의 시스템을 통해 평화적으로 축출된 겁니다. 제가 살고 있는 미국도 그렇지만, 일본과 중국이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미국은 지금 트럼프라는 희대의 광대가 정권을 잡고 있는 상황, 그리고 중국과 일본은 우리와 같은 민주혁명은 꿈도 꿀 수 없는 정치적 체제를 갖고 있습니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체제이고, 일본은 가업을 중요시하는 그들의 장점이 농상공업 부문에서는 잘 발휘되고 있지만, 정치조차 가업이 되면서 겉으로는 서구적 의회 체제를 갖추고 있으되, 그 내용의 실체는 결국 막부 시대의 호족 정치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거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상황은 녹녹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평화적 정권교체는 대세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른바 자유한국당, 그리고 친박 세력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창당한 새누리당 세력입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각성을 막아 온 가장 단단한 배리어는 북한의 존재였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의 대리전으로 치러진 가장 참혹한 내전을 겪은 댓가로 미국의 보호를 받게 됐고, 그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경외심 같은 것을 갖게 됐습니다. 그 전쟁의 핵심은 미국의 세계전략에 따라 제한적으로 치러진 내전이라는 것이었고, 한반도의 민중은 자기들의 의지나 세계정세의 이해와는 상관없이 세계를 양분하고 있던 양대 세력과, 그들의 선택을 받은 대리 통치 세력들이 내모는대로 전쟁에 총을 들고 나가 싸워야 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에겐 깊고 깊은 증오의 강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증오의 에너지는 한반도의 남북을 지배하고 있는 각각의 세력들에 존재 이유와 정당성을 부여했습니다. 남북은 서로 증오의 언어를 쏟아부으면서도 뒷거래를 해 왔습니다. 이회창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긴장을 만들려 북한에 돈을 주고 총질을 해 달라고 부탁한 총풍 사건을 보면 이 '적대적 공존'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러나 안보 프레임이 너무 많이 쓰여지고, 그것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기득권 세력의 속내에 대해 이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것이고, 박근혜의 퇴진 역시 일정정도 안보프레임이 더 먹히지 않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촛불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도, 사드가 배치되는 상황에서도 계속됐습니다. 그리고 혁명의 첫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혁명의 2막이 시작된 것입니다. 

한국의 이런 상황을 바라보면서, 걱정되는 것은 극단의 안보 이념을 존재의 에너지로 삼고 있는 극우들이 숫자는 축소될 수 밖에 없으나, 이들이 더 극렬한 방법으로 시대정신에 저항하고 극단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분열의 프레임이 아직 살아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이 분열의 프레임은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촛불은 이 분열의 프레임을 뛰어넘어 우리가 한 공동체 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기적이긴 했지만, 조기 대선을 앞둔 지금 가장 극렬하게 작동할 것입니다. 우리 공동체의 분열을 통해 자기들의 사리를 채우려는 세력들은 아직 완전히 청산되지 못했으니까요. 

이제 정권교체가 되면 바로 이 분열을 일으키고 뿌리가 되는 세력들을 완전히 청산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자유한국당이라는 세력이 정치를 계속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이번에 정권교체를 하고 나서는 저들을 국민들이 쳐 내야 합니다. 춘천 시민들이 부끄러움으로 알고 있는 김진태가 그 당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고, 경남 도지사를 하며 공공 도립병원을 없애고 의무급식을 없앤 홍준표도 그 당에서 대선 주자로 나온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정치판에서 계속 봐야 한다는 것은 사실 우리의 부끄러움이나 다름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촛불 혁명을 통해 얻은 교훈 중 하나는,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런 세력이 권력을 잡는다는 플라톤의 격언을 되씹을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두 달입니다. 우리 안에서의 분열 프레임도 넘어야 하고,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분열 프레임을 넘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남북 분열의 국제적 프레임을 뛰어넘는다면 과거 김대중 노무현 집권 시절에 그랬듯, 한국은 동북아 평화 질서의 주도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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