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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징병제는 할지 말지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해야할지가 문제인겁니다.
게시물ID : military_669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늘날씨맑음
추천 : 4
조회수 : 32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3/16 10:23:50
인력감소와 형평성 부족문제 때문에 해야할 것은 해야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해야했을때 과연 단순히 징집된 여군 병사들을 지금의 시스템으로 편입할 수 있는지가 문제겠지요.
물론 시스템 뿐만이 아닌, 의식의 문제도 있을것이구요.

저는 공군 병사, 부사관으로써 7년정도 모 부대에서 항공기 정비병/정비사로 근무했습니다.
인력은 항상 모잘랐으며 누군가 휴가를 나갔을때 한사람이 두사람 몫을 하지 못할정도였기 때문에 두어사람이 그 일을 나누어 했었어야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그 기저에는 짬 안되는 놈이 x빠지게 일했다는건 변함이 없었죠.) 군대라는 조직 특성상 규정이 더 생겼음 생겼지 없어지지 않기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써야 할것들은 많아지고 업무량 역시 많아집니다.
과연 군병력이 계속 줄어든다면? 언젠간 조직은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껍니다. 물론 군대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인간을 쥐어짜 효율을 올리는것도 가능하겟지요.
일 예로 한달에 40시간 이상 야근을 찍으면 감사대상에 들어가게 됩니다. "왜 너만 일 이렇게 많이해? 조직에 문제가 있냐? 야근수당 타먹으려는 수작이냐?" 라는 식으로요. 하루에 4시간까지밖에 안찍힙니다. 그나마 1시간 까먹고 들어가기 때문에(5시 일과종료후 7시에 야근종료를 찍으면 1시간이 올라갑니다) 실제 하루에 5시간 이상 초과로 일하면(10시 퇴근) 얼마나 일하든 4시간만 찍힙니다. 제 기억에 보통 11시 다되서 퇴근하고, 어떤날은 12시에 퇴근했던 기억도 종종 있네요.
항공기가 서비스 되지 않으면 다음날 작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자재가 없다거나)가 아니면 무조건 고치고 퇴근해야 합니다. 저같은경우는 전자장비쪽이라 갈아끼면 그만인 경우가 많지만 기체 자체를 정비해야 하는 선/후배들은 야간비행이 늦게 끝나는날 마지막 착륙한 항공기에 결함이 있다면.. 빨라야 12시 퇴근인거죠.
부서당 인력이 한두명만 더있어도 돌아가면서 하면 됩니다. 근데 그게 안되니 말단 하사들만 죽어나는거죠. 공군은 병사 수도 적기때문에 막무가내로 일을 시켜먹을수도 없습니다. 밥먹는 시간은 지켜줘야 하고(일하다가도 밥먹을 시간 되면 식당보내고 간부들은 더 일하다가 두어시쯤 들어와서 라면먹습니다.) 야근도 쓸데없이 시킬 수 없어 한두명밖에 못시키고 그나마도 야근중에 비계획정비가 나오면 그냥 사무실보라고 놔두고 갑니다. 그리고 하사들은 으레 야간비행=야근이 되는거지요. 하루에 3일정도 11시 퇴근(하계기준)입니다.
40시간 안찍으려고 어떤날은 그냥 명부에 올리지도 않고 안찍고 퇴근하기도 하고, 한두시간 정도는 그냥 밥도 안먹고 일하다가 퇴근합니다. 정직하게 초과근무 하는대로 다 찍으면 한달평균 60시간가까이 될껍니다.

공식적인지는 모르나 공군의 여군비율 목표는 15%입니다.(간부) 우리대대의 경우 부서 단위로 15~20명 정도의 부사관과 한명의 준사관(반장)이 한곳에서 생활합니다. (병사는 10명 남짓)
15%라면 한 부서에 두세명정도는 되어야죠. 부서마다 다르지만 거의 한두명정도의 여군이 근무했던것 같네요. 사실 여군 정비부사관들은 남자들의 우리에 던져지듯이 생활합니다. 몸으로 부딛히고, 뭐가 옳은지 그른지도 모르면서 생활하죠. 여군들이 힘들어 하는것도 옆에서 보면서 생활했지만 저 먹고살기도 힘든 판국에 챙겨주기가 힘듭니다. 남자같은경우는 쉬는날이나 조금 일찍 퇴근하는날(칼퇴하는날) 치킨에 소주먹으면서 편하게 해주면 거의 해결되었었습니다. 물론 조직상의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많이 노력해야겠지만,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것도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고 보았거든요. 근데 여군의 경우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성군기 라는 단어로 정의되는 많은 제약이 있죠. 성격도 다르기 때문에 남자처럼 당근채찍으로 할수도 없습니다. 근본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고, 저 역시 여자 대하기가 서투른 남자1 정도라 어찌해야될지 모르겟더군요. 고참들은 이미 군대라는 사고방식안에 같힌 사람이기때문에 여군의 문제도 남군의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거나, 아예 문제들을 손대려고 하지도 않는 경우도 종종 봤습니다. 이제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까면 된다"라는 사고방식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할 수 없다"라는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예 해결 자체가 안됬을꺼라 봅니다. 사실 남의 고통과 아픔을 혼자만의 것으로 치부하는 문화가 문제였을지도 모르겟습니다만.. 
저 역시 정말 진심으로 대하려고 했느냐? 라고 물어본다면 대답이 좀 궁하네요.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여러가지 경험을 하면서 되돌아본 과거는 사실 후회투성이입니다. 남자 후배들 데리고 저녁마다 치킨뜯으면서 친해질 생각은 했지만 제가 말년 병장때 부대로 배속받은 여군 선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좋아하는지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거든요. 물어볼 기회도 있었을법 한데 그걸 못했어요. 그냥 회식자리에서 한번 물어보기라도 했으면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었겠지만 몇년전의 "저는 여군 자리에 남군이 있었으면 내가 스트레스도 덜받았을것이다"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물론 그 선배는 남자만큼의 몫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었지만 대접은 그정도로 받진 못했던것 같네요.

그냥 요즘 군게를 보면서 든 생각들을 두서없어 쓰다보니 뭔이야기 하는지 모르겟네요. 그냥 하고싶은말은 남녀평등(누군가들이 말하는 여남평등)은 생각보다 멀고 힘들꺼라는 겁니다. 생각보다 엄청난 갭이 있고 한두세대정도로 극복되진 않을껍니다.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합니다. 진지하게 부딛히려하지 않는 이상 바뀌는건 아무것도 없을꺼에요. 그리고 여성징병제는 단순히 남녀평등 문제만은 아니라는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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