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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면제자가 말하는 여성징병제
게시물ID : military_670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안그레이
추천 : 12
조회수 : 592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7/03/16 17:44:01
제목이 자극적이라 일단 죄송합니다.
남자 의견이긴 한데, 면제자 입장에서 쓴 글이라 아무래도 일반적인 의견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적었습니다.

일단 제 의견 자체를 듣기 전에 제 경험담 부터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혹시나 경험담에는 관심 없으실 분들을 위해 가로줄 쳐놨으니 그쪽으로 가서 의견만 읽으셔도 좋습니다.

전 간질 환자입니다. 사실 대단한 것도 없어요.
해외 생활이 길었는지라 군대 문제를 특별히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데,
막상 대학 들어가서 전공을 정하려다 보니 이과 계열을 통한 대체복무가 끌리더군요.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이 군복무 안한 사촌 때문에 피해본다는 소리까지 듣고나니 고려를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들어가서 무작정 이과 과목을 들었다가 죽 쑤고 집안이 풍비박산 나더라고요.
어마어마한 학비를 써놓고 학점을 그따위로 받아올 수 있냐고.

그리고나서 얼마 안 가 간질 발작이 났습니다. 찻길에서 난 덕에 첫 발견이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신고자한테 물어봤더니, 운전자는 그걸 보고 본인이 치었다고 생각하고 뺑소니 마냥 도망갔다더군요.
그 외에도 절 발견한 사람이 있었는데, 대학가인 덕에 술에 취한 취객 정도라고 생각해서 넘어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미국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좋은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미국 의사들은 하나 같이, 20대에 발견 되는 경우도 잦고 MRI에 흔적이 보이니까 넌 epilepsy가 맞다 라는 통일된 의견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한국은 어떤지 아십니까? 제일 처음에 묻는 질문이 너 군대 갔다 왔냐는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간질이랑 연관이 있는 겁니까?
그래서 미필이다 했더니 갑자기 한다는 소리가 인생에 발작 한두번 정도 할 수 있다, 군대 갔다 와서도 이러면
큰 병원을 알아봐 줄 수도 있으니 다시 발작이 있지 않는 이상 치료할 것이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 의사를 다시 만났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였습니다. 왼팔이 아예 날라갔더라고요.
차에 치인 것도 아니고, 순수하게 제 힘으로 어깨를 날려먹었다는 모양입니다.
병원에선 6개월 정도를 잡고 있었고, 한국에선 통원치료 포함 3개월 잡더라고요.
x-ray 찍은 거 보니 대못 2개 잡아 넣어 고정하고 어깨 쓰는 일은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당연히 부모님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솔직히 전 부모님한테 배신감 느꼈습니다, 그때까지 믿어주시질 않아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소견을 들어보자고 서울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통원치료 하면서도,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게 답답하더라고요.
수술 후 보호대 (보조대? 어깨를 쓰지 않아도 되도록 왼팔을 몸에 잡아줍니다)를 풀었을 무렵에 징병검사를 받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7급이라고 하더라고요. 재검사 해봐야겠다고.
거두절미하고 5급 받는데 3년 걸렸습니다. 간질로 치료 시작하는데 2년 걸렸고요.
간질인건 이미 파일 보고 알테고 발작이 심각한건 어깨보고 알 텐데 병무청 그런거 고려 안합니다.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건 다름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사는 여성의 군 의식이 굉장히 떨어진다는 겁니다.
의식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 의식 자체가 없어요. 예산이 40조나 된다는데 여자 의견은 들어보지도 못합니다.

사실 저도 군면제인 입장에서,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야 된다 같은 세세한 부분을 따질 생각은 없습니다.
당연히 저도 '넌 미필이잖아' 라는 소리로 의견 묵살당한 적도 많습니다.
다만, 전 남자라서 군대라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다가오는 지에 대해 최소한 한번쯤은 고려를 해봤다는거죠.
군대 가기 싫은건 누구나 다 알아요. 저도 몸이 만신창이 될 때까지는 뇌전증이 5급이라는걸로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온몸이 수술 자국이 되고 나니까 이런 생각이 안들 수 없더라고요.
저도 미필이지만, 전 군 문제를 싫던 좋던 친구들과 말해야 하는 입장이고 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대화는 어째서인지 여자와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전 매일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자폭하는 몸입니다. 미국 의사는 뇌가 전자레인지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여성징병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생리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그리고 남자의 경우, 몸에 심각한 질환이 있을 경우 이를 스스로 증명해야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필이여도 남자면 최소한 병무청 문 앞까지는 들렸다 와야됩니다.
그래서 미필이면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하기도 하고, 모든 사건사고의 자료를 직접 수집해야되는데다
그렇다고 대구까지 KTX타고 내려가면 변호사랑 같이 중앙신체검사소에 입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타이밍이 좋으니까 지금 까겠습니다, 법호사도 없는데 2심 운운하는 거 정말 역겹습니다)

그럼 여성은 단순히 여자니까, 유전적으로 XX니까 저런 증명의 의무가 갑자기 사라진다는건데...
말도 안되는 소리죠 그냥. 그런데 증명의 의무가 없는거랑 본인이 의견을 가지는 것과 무슨 상관이예요.
본인도 세금내는 국민이면 본인이 내는 세금의 1/4이 어디로 흘러들어가는 지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게 말이 되나요?
유전적으로 XX면 갑자기 국방부로 흘러들어가는 40조는 남의 돈이 되나요?
군대에서 일어나는 비리는 사회 바깥으로 안나올 것 같나요?

전 이 부분이 불만입니다. 아예 평화주의자라 무장을 하지 말자는 의견이 아닌 이상
본인 만의 군대에 대한 의견이 있을텐데, 지금까지 미디어에 나온 여성의 의견이라는 게 참 알맹이가 없어요.
가산점이나 ROTC 같은 의견만 나오고, 문민정부라는데도 군대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없어요.
지금당장 여성신문 가서 군대로만 검색해도 나오는 기사는 현재의 '남성군대'를 비판하던가
해외의 '성평등 군대' 소식을 전하는 내용 밖에 없습니다.
군인이 전부다 남자던 기계화되던 문제는 그게 아니라, 국민으로써 해당 사안에 대해 의견을 갖는 것 아닌가요?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징병제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남자는 싫던 좋던 민증 받기 전 부터 군대에 대한 문제를 피부로 접하는데,
여자는 그런 문제를 선천적으로 겪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인식의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인식이 아예 생기지 않는다는건 무언가 굉장히 잘못되었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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