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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EO(Equal Opportunity)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게시물ID : military_676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ripsider
추천 : 8
조회수 : 728회
댓글수 : 114개
등록시간 : 2017/03/18 02:31:15
군대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화 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글을 적을까 말까 잠깐 고민했는데
사그라 들지 않고 많은 과열이 되는것 같아 생각을 한 번 적어보려 합니다.

저는 EO(Equal Opportunity)에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으로서 생소하지만 말 그대로의 조직입니다.

모든 군인에게 Race, Gender, National Origin, Color, Religion 크게 이 다섯개의 항목에 있어서는 그 어떠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라는 취지로 만든 미군 내 존재하는 조직입니다.
아시다시피 미군은 모병제이지만, 그 덕에 여성 사병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또한 그 뿐만 아니라 각종 인종, 종교 등이 모조리 모여있으니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지요.
(이 다섯개의 항목을 제외한 그냥 이유없는 갈굼은 IG_Inspector General 즉 감사실 소관입니다. 즉 EO는 순수하게 '차별'이라는 관점에서의 문제를 다루도록 만들어진 전문 기관입니다.)

체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은 병장 계급부터 EOA(EO Advisor)로서 신청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 EO Advisor는 각 중대에 한명씩 배치되게 되어있으며, 중대 내에 발생하는 차별적 행위에 대한 감시 또는 상담을 도맡아 합니다.
이 EOA가 되기 위해서는 EOLC(Equal Opportunity Leaders Class)를 이수하여야 하며, 상위 SEOA(Senior EO Advisor)에 의해 교육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참고로 SEOA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중사~상사급이 요구되며_(드물게 하사), 미국 본토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몇 달에 걸쳐 이수하게 되어있습니다.)
또한 병장 이상 계급은 SEOA의 상담과 감시를 받을 수 있으며, 연대에는 최대 EO 중령과 원사까지 있습니다.(원사도 EOA 활동이 있거나 짬이 상당히 높은 경우를 주로 임명을 합니다. EO관련 최대 직위는 Brigadier General 즉 1성장군까지 있습니다.)

(실제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되냐와는 별개로) 미군에서는 다양한 성별과 인종이 모이는 만큼 그로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감시하고, 해결하고, 구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군 상황은 어떤가요?
본인이 성적인 차별을 받았다고 하여 이를 감시하거나/구제받을 수 있는 전문기관이 갖추어져 있던가요?

한국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를 보면 아실 수 있을겁니다. 여군들이 각종 성차별을 받더라도 대부분 그걸 문제를 삼지 않고 덮어버리려 하거나, 또는 계급 한계상 실질적으로 고발을 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 기관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보통 해당 대대장이나 연대장 선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있을 뿐이죠.
(혹시 있다면, 어떠한 직책과 연대-대대 기관에 속해있으며 어떤 교육을 이수하는지에 대해 또한 각 중대별로 어떻게 배치가 이루어지는 등 자세히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아는 한 한국군엔 없는 제도라고 한국군 중대장한테 들었으니까요.)

저는 여자도 군대에 징집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도 찬성하고, 현재 남자들만 책임지는 처사가 부당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여성들을 군대에 징집하기 위해서는 먼저 체계적인 제도와 있을 수 있는 사고와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다음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군대 다녀오신분은 여성장교가 어떤취급 받는지 대충 다 아시지 않습니까. 
사병들한테도 몸매평가 받고, 계급상 못되는거지 저년은 그냥 밖에가면 따먹는다, 여자년이 군대와서 지랄한다 이런 뒷담화와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게 한 두번이 아니였는데, 그런 군대에 여성 사병이 간다고 여성도 군대에 참여하니 남녀평등이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여전히 그냥 조리돌림 노리개감으로 취급할까요?

베오베에 올라운 글중에 '개선이 된 이후에 가겠다는건 그냥 갈 생각이 없는 것이다'라는 글이 많을 공감을 받았더군요.
물론 그것도 말이 됩니다. 좋아질때까지 기다리면 개선의 속도는 느리니 결국 안가게 되는거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린 이미 더 나을것을 위해 먼저 뛰어들고 시행할 것을 강요했다가 희생당한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산업화의 역군들로 불리는 분들이 바로 그런 분들입니다.
그 때를 보며 그렇게 국가의 전체를 위해 개개인들을 희생시켜서는 안된다고 역사를 보며 다시 배우자면서, 다만 장르가 다르다고 이곳에는 적용 가능한것처럼 옹호되는 분위기가 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성분들이 국가의 의무를 같이 다 하길 바라는건가요 아니면 여성들도 우리와 같은 안좋은 일을 겪어야 된다가 요지인가요. 
만약 전자라면,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체계에 대해서 먼저 비난해야될 일이 아닐까요? 
장교에서부터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그게 일반인인 사병에게까지 잘 운영될꺼라고 믿고 안심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러니까 여성들도 현행 군대 제도에 대해서 꺼려하는것도 있구요.
(물론 최후의 결론적으로는 남자 사병도 기본적인 대우를 안해주는 군대 자체가 문제긴 하지만, 이는 논의가 확장되므로 여기서는 접겠습니다.)

징집을 바라는 남성이나, 현재의 징집 분위기를 거부하는 여성이나 제가보기엔 양쪽이 서로 큰 잘못이기에 앞서
현행 제도에서 문제점을 우선적으로 개선하고 체계적인 제도를 잡지 않는 군대가 문제지, 개개인의 판단이 옳고 그름의 싸움은 그 뒤에 일인 것 같습니다.

최소한 더 나은 방향에서의 토론이 되려면 이러한 현행 제도를 먼저 고치지 않고, 또 더 나은제도가 있음에도 개선할 의지조차 없는 군대를 먼저 문제삼아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로 개선방안이나 타협점이 아닌, 너무 감정적인 남/녀 프레임의 대결 구조로 가는것 같아서 글을 써봅니다.


p.s : 참고로 제가 EO에 근무할때 몇몇 젊은 한국 장교들(대위정도)가 와서 EO시스템에 흥미를 가지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연계를 해서 한국군에 적용해보고자 한다는 얘기는 좀 듣고 실제로 같이 이야기도 해봤습니다만. 결과는 뭐 지금 현행 군대제도에서 보시다시피 공식적인 요청이나 이런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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