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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 대한 지지란
게시물ID : sisa_8697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4
추천 : 2
조회수 : 24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3/18 19: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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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정치인에 대한 지지란 뭘까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듯, 완벽한 정치인도 없습니다.
여기에서 완벽이란 말은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서, 예를 들자면 윤리와 도덕의 범주에서 따지는 기준일 수도 있지만,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범주에서 따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저 사람이 완벽하게 도덕적인가, 정치적으로 올바른가 아닌가 하는 문제를 떠나, 저 정치인이 나의 정치/사상적 이상을 완벽히 구현해 줄 대리인이 되어 줄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관해서도 '완벽한 정치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대의민주주의에서 나를 대신할 정치인을 골라 지지한다는 의미는 나의 정치 참여 행위를 모조리 해당 정치인에게 일임하고 그의 사상과 이념과 정책에 온전히 따라가겠다는 뜻이 절대로 아닙니다. 대의민주주의라고 할지라도 정치의 주체는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사상과 이념, 방향성과 방법론을 모두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이것을 무에서부터 스스로 다 창조해 내라는 것은 아니고, 역사와 철학에 대한 공부와 고민을 바탕으로 현존하는 정치인들의 공약들 속에서 객관식으로 고르고 차용하고 다듬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컨닝을 할 수 있습니다.(컨닝이란 표현을 썼지만 이러한 컨닝은 매우 바람직하고 올바른 행위이며 권장될 일입니다) 첨언하자면 큰 틀에서의 사상과 이념과 방향에 관한 문제는 인류가 여태껏 쌓아온 역사와 철학 속에 힌트가 숨어 있으며, 그것을 이루기 위한 미시적 방법론에 관한 것은 지금 시기와 정세에 맞게 이뤄져야 하므로 현세대 정치인들의 공약 속에서 고르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큰 틀에서 지향해야 할 정치적 사상은 민주주의, 경제 시스템은 수정자본주의 이렇게 정했다면 그 방법론에 있어서는 현재 정치인들의 여러 공약들인 사법부 개혁/독립, 검경 수사권 분리나 경제민주화 등등에서 고르는게 좋다는 거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정치인에 대한 지지는 이렇게 우선 자기 머릿속에서 어느정도 스스로의 신념과 사상과 방향을 정하고 그것을 위한 방법론, 러프한 정책과 공약들을 결정한 후 그것을 이루는데 도움이 될 만한 정치인을 고르는 행동인 것입니다.

특정 정치인을 골라 '저 사람이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줄거야', '저 사람만 뽑아놓으면 모든게 다 잘 풀리고 잘 돌아갈거야'라는 생각은 틀린 생각일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저 사람이면 내 사상과 생각을 모두 다 그대로 이뤄줄거야'라는 생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 머릿속에 중요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작성된 정책리스트를 가지고, 각각의 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전략적이고 약삭빠르게 어느 정치인을 어느 시점에 어떤 방식으로 지지할지를 그때그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어떤 시점에선 A란 정치인을 지지하다가, 거기서 본인이 생각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판단되면 바로 등을 돌리고 그와 정 반대되는 입장의 B란 정치인을 지지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것이 옳은 일입니다.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전이란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단 말이 있습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언제건 누구와도 손을 잡고 등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민주사회 일원 개개인의 정치인에 대한 지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인에 대한 지지는 내가 그에게 종속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에서 일시적이고 전략적인 동맹을 맺겠다는 것 뿐이에요.

우리가 사업을 하다가 법적 문제 해결을 위해 변호사를 찾아 일을 의뢰하거나, 복잡한 세금문제 처리를 위해 세무사에게 의뢰하는 것과 같이, 정치인에 대한 지지나 투표를 하는 행동 역시 내가 내 밥벌이에 바쁜 관계로 정치적 대리인으로 밥먹고 정치만 하는 직업정치인을 고용해 잠시 대리시키는 것 뿐이지 그를 내 윗사람으로 모시고 그에게 내 모든 권리를 이양한다는 뜻이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을때도 해당 문제가 어떤 사안이냐에 따라 다른 사람을 고용합니다. 가정문제 전문 변호사도 있고 기업간 문제에 대한 전문가도 있고 지적재산권에 관한 전문 변호사도 있죠. 때로는 고용한 변호사가 일을 시원찮게 한다거나 비리를 저지르면 계약을 끊기도 합니다. 정치인에 대한 지지 역시 마찬가지에요. 내가 원하는 수많은 정치적 문제 해결을 위해 각각의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을 일시적 계약관계로 동행하는 것 뿐이에요. 가끔은 그 정치인이 약속한 일을 잘 못하거나 비리를 저지르거나 하면 가차없이 내치기도 합니다. 정치인에 대한 지지란 이런거죠.

정치인에 대한 지지 여부는 철저히 개개인이 판단할 일이기는 합니다. 남이 그 과정에 어떤 조언을 하거나 홍보를 하거나 하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그걸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지지 철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부분에서 이 정치인이 내가 정한 용납가능한 선을 넘었기에 나는 이 사람과 더이상 함께하지 않겠다 라거나, 내가 이 사람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는 다 얻었으니 이제 다른 사람 찾아보겠다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될 일이 없는 행동이고, 오히려 권장될 일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판단에 있어 내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왔느냐 하는 부분은 다시한번 곰곰히 잘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누군가는 '아무리 문재인이 내 정치적 요구사항 관철에 대해 이용가치가 높은 인물이라 할지라도 내가 정한 절대적 기준을 넘어서 역린을 건드렸기에 지지철회를 한다'고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문재인이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지만 내가 필요로 하는 정치적 요구사항 관철에 있어 다른 더 중요한 부분을 이루기 위해 일단은 필요한 인물이므로 그 부분은 나중에 다투도록 보류하고 우선은 좀 더 이용해 보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둘 다 문제 될 게 없는 행동입니다.

다만 문재인이 내 모든 정치적 이상을 다 이뤄줄 사람이니까 나는 믿을거야 문재인 믿을거야 이런 신뢰는 잘못된 것이며,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실망도 마찬가지로 잘못된 것입니다. 문재인이건 누가 됐건 그 사람이 나한테 완벽하게 딱 맞는 사람이라 지지한다는 것도 잘못이고, 어? 그런줄 알았는데 이 사람 나한테 완벽하게 딱 안 맞는 사람이었네?하고 지지철회 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란거죠. 나랑 딱 완벽하게 맞는 정치인 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맞지 않은 와중에서도 어느정도의 이용가치를 지녔는가를 계산해서 일시적 동맹 관계로 이용해 먹는 것 뿐입니다.

민주주의에 낙원은 없습니다. 이곳은 개개인이 모두 정치적 주체가 되어야 하는 정글입니다. 권리와 의무는 양면의 동전입니다. 우리에겐 모두 이 나라의 주인된 권리가 있지만 동시에 이 권리를 절대로 남에게 넘겨줘서는 안될 의무가 있습니다. 누군가 하나 점찍어 놓고 저 사람이 다른거 다 알아서 하겠지 하고 편하게 지낼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정치인을 골라 지지를 했으면 계속해서 감시하고 싸우고 내 말 듣게 요구하고 때로는 지지의 가면 뒤로 다른 누군가 더 나은 사람이 없나 물색해 언제건 등 돌릴 준비를 하고 이것이 민주공화정 주권자의 의무입니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이 나라는 지난 대선에서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책임을 치뤄야 했고, 앞으로도 치뤄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선택하지 않음' 역시 마찬가지로 책임이 따릅니다. 지지건 지지철회건 신중하게 고민하고 계산하고 내려야 할 결정입니다. 그 사람이 완벽해서 지지하는 것도 옳지 않은 행동이고, 그 사람이 완벽하지 않아서 지지철회 하는 것도 옳지 않은 행동입니다. 그 사람이 이용가치가 있다면 지지하는 것이고 이용가치가 없다면 지지하지 않는 것입니다.

문재인이 됐건 안희정이 됐건 이재명이 됐건, 심지어 박근혜가 됐건, 이용가치가 있다면 지지하는 것이고 이용가치가 없다면 지지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그에 대한 개인적 비호감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는 나의 정치적 이상, 민주주의 지향이나 그것을 위한 미시적 방법론 모두에 전혀 이득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악만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지지는 커녕 열렬한 반대를 보내는 것입니다. 제가 이번 대선에서 누군가에게 표를 던진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개인적으로 호감이 간다거나 그 사람이 모든면에서 나와 일치해서 지지를 하는게 아닙니다.(사실 제 정치성향에 맞는 대권 주자는 커녕 해당 정치세력조차 존재하지 않는게 현실입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어떤 정치적 문제 해결, 정치적 이상향 지향을 위해 전략적으로 이용가치가 가장 높아 보이는 후보를 시한부 비판적 지지표를 보내주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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