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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이야기 [ 2 ]
게시물ID : panic_928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rilliantRed
추천 : 20
조회수 : 196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3/22 01:54:18
" 꽃신 얘기요? "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처음 듣는 얘기다.
 
" 꽃신 얘기라고? 그게 뭔데? 옛날 이야기 같은데? "
학회장 선배가 자기도 잔에 소주를 따르며 말했다. 내가 옆에서 잔을 따르는 시늉을 했다.
 
" 옛날 얘기는 맞아. 그런데 좀 다른 점이 있지. "
학회장 선배가 따른 술을 넘겨받아 자신의 잔에 소주를 따르며 고관선배가 말했다. 그리고는 주위에 우리들을 둘러보면서 말을 이었다.
 
" 이 이야기는 평범한 옛날 이야기 같지만 이야기에 힘이 있어서. 음... 마치 주술 같다고 할까? 뭔가 그런 힘이 있어서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돼. 그래도 들을래? "
 
" 무슨 이야긴데 시작부터 이렇게 겁을 줄까나? 흐흐 뭔 영향?"
 
나도 학회장 선배의 말처럼 처음에 거창하게 나오는 것들은 대부분 실속이 없다는 사실을 믿고 있었다. 기껏해야 이 이야기 들으면 악몽 꾼다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처럼 다음에는 네 차례니 하던 그런 거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를 다 듣고. 그러니까 끝까지 말이야. 사실 얘기가 좀 긴 편이라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힘들긴 하지만 어쨌든 다 들으면. "
 
"들으면?"
 
" 그러고 나서 하루 이틀일 수도 있고, 아니면 한 열흘 일 수도 있는데, 그 후로 밤에 처음으로 집에 혼자 돌아가는 날에.... “
 
고관선배가 주위의 사람들을 죽 한 번 둘러 본 후 천천히 입을 뗐다.
 
“그 때 무슨 일이 일어나. "
 
여자 선배가 이거 무슨 겁을 주려나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 그런데 보통 집에는 혼자 들어가잖아? 날 밝을 때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매일 술 마시니까?흐흐"
 
 
"그렇지. 대부분 밤에 집에 주로 가겠지. 우리 같이 이렇게 할 게 많은 과는. 그러니까 밤 늦은 시각. 대충 한 10시 정도 이후로 집에 돌아가는 길. 아무도 없는 골목이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곳을 가는 데, 이제 듣게 될 얘기를 떠올리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고 가다 보면 마주치게 돼."
 
"뭐를?"
 
" 꽃신."
 
"꽃신?"
 
학회장 선배부터 우리들 모두 서로를 쳐다보며 의아해 했다. 21세기에 꽃신이라니.
 
"꽃신 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종류 일 수도 있고. 문제는 갑자기 맞닥뜨리게 된다는 거야. 아무 준비 없이. 그걸 보는 순간. 아 그 얘기가 사실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나서는 이상한 일을 겪게 돼. 꽃신을 마주친 사람은 하나도 예외 없이."
 
"이상한 일이라니?" 여자 선배가 물었다.
 
"음... 그러니까 보통은 일어날 수 없는 일 일거야. 아니 절대로 겪고 싶지 않은 일이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지." 고관 선배는 아득히 멀리 있는 무언가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그럴듯한 설정 같았다. 학회장 형은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가 고관 선배에게 다시 물었다.
 
" 이 얘기를 네가 아는 것도 그렇고. 얘기를 대충 들어보니 그럼 너도 그 꽃신인가 뭔가를 봤다는 말이네?"
 
순간 나는 고관 선배에 눈빛이 살짝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 감추고 싶은 과거를 들킨 사람처럼.
 
"그렇지. 그러니까 이런 얘기를 하는 거지."
 
"무슨 일을 겪었는데 오빠는?" 여자 선배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 음... 말할 수 없어. 말 하기도 싫고. 어쨌든 내가 아는 무섭다는 얘기는 이게 전부인데. 어때 해줄까?"
 
가만히 듣고만 있던 우리들은 빠르게 서로의 눈동자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뭔가는 있긴 한데. 괜히 허세 부리면서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아까 잠깐 고관 선배의 표정을 보면 괜한 허풍은 또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 까지 얘기 하는데. 아니 또 생각해 보면 뭐 하러 무서운 얘기 잠깐 하는데 긴 서론을 펼칠까?
 
동기들의 표정을 보니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여기서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순간 겁쟁이 인증이 되어버리는 상황이라 쉽게 아무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 선배님~. 저희는 무서워요. 꽃신 나타나면 기절할 거 같아요. 우리는 아까부터 졸리기도 했고..."
그나마 남아있던 여자 동기 중 한 명이 말하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도 따라 일어날까 하면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여자 선배가 갑자기 말했다.
 
" 야. 너희 남자들은 들어야지! 무서워? "
 
킥킥대는 여자 선배를 거들며 학회장 선배가 말했다.
" 야 야. 이런 거로 무서워하면 군대 가서는 맨날 무서울 거다. 설마 니들도 도망치는 건 아니겠지?"
 
결국 우리 동기 4명은 고스란히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자선배, 학회장 선배. 이렇게 남았다.
고관 선배는 잠깐 뜸을 들이면서 생각할 시간을 더 주겠다며 담배피고 온다는 말을 남기고 일어섰다. 학회장 선배와 여자선배가 같이 가자며 따라 나섰다.
 
 
선배들이나간 수현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 야. 이거 후배 들한테 겁주려고 막 그러는 얘기 아냐? 이렇게 했다가 무서워서 못 듣겠다고 하면 지들 졸업할 때까지 놀려 먹으려고!"
 
덕형이가 거들었다.
" 그러게. 꽃신은 무슨.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차라리 나이키 에어맥스면 모를까!"
 
상훈이랑 나는 멋쩍은 듯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도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옛날부터 그랬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으면 항상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 그래서 이런 느낌이 올 때는 잘 피하려고 했다. 그게 잘 안되긴 했지만 말이다. 지나고 보면 오히려 이런 느낌을 피해서 더 좋지 않을 일들을 잘 헤쳐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어떻게 빠져나갈까, 아니면 도대체 어떤 이야기길래 하는 생각 사이에 앞서 나간 선배 세 명이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밖에서 셋이 무슨 얘기를 한 건지. 고관 선배 말고는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고관 선배가 종이컵에 소주를 다시 따르며 말했다.
 
" 너희들. 계속 듣고 싶어? 해줄까?"
 
우리는 놀림감이 되고 싶지 않았기에 서로를 쳐다보고 다시 고관 선배를 봤다. 학회장 선배가 갑자기 기지개를 피면서 말했다.
 
" 그래 니들끼리 더 얘기 해라. 나는 내일 애들 또 통솔해야 되니 먼저 잘란다. 뒷정리 좀 해주고."
 
학회장 선배가 벌떡 일어나 남자들만 자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게 뭐지.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냥 자러 들어간 사람 같았다.
 
"그래 남은 사람들은 니들이구나. 이제 후회하지 말고."
고관 선배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나의 머리 속에서는 이 이야기를 듣지 말고 들어가서 자야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스타트를 끊는 게 쉽지 않았다. 이제 대학생활 시작인데, 겁쟁이 같은 이미지는 다들 죽어도 싫은 모양이었다. 여자 선배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허세를 더 드높였던 것 같았다.
 
우리는 뭐 그까짓 거.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 앞으로 일은 이제 나는 모르겠다. 다 너희들이 선택한 거야."
 
고관 선배는 알듯 말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우리는 각자의 잔에 소주를 채우며 그 다음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했다. 앞서 말했듯 나와 수현이, 상훈이, 덕형이 그리고 여자선배 이렇게 다섯 명이 얘기를 들을 준비를 했다.
 
무언가 달라진 눈빛으로 고관 선배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출처 本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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