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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집어삼킨 어른들의 나라
게시물ID : sewol_544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주스키부대
추천 : 10
조회수 : 21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3/22 23:33:56
저도 아이 키우는 아빠이지만, 이 사회가 점점 어른들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이들을 산채로 집어삼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의 허영을 채우기위해 의미를 알 수 없는 경쟁을 하며 청소년기를 허비하고, 결국 숫자와 서열로 번호매겨져 인생을 평가당하는 것을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세뇌시키는 나라.

얼마전 만난 한 학부모가 자신의 딸을 지역의 명문 사립고에 보내고 싶어하길래 "왜 보내고 싶습니까?" 하고 물어보았더니 한참을 대답을 못하더군요. 그리곤 더듬거리면서 한다는 소리가 "사회 나갔을 때 선배들이 끌어줄꺼니까"라는 웃기지도 않는 판타지를 얘기하더라구요.

결국 부모의 빈약한 자존감을 채우는 받침돌로 희생되는 우리 아이들....

세월호참사 얼마 후 지역 모 병원의 수술실을 지나다가 수술실 간호사들이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중 수간호사라는 사람이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걔네들이 효자지. 공부도 못하는 애들이 어짜피 평생 돈 벌어야 얼마나 벌었겠어. 이렇게라도 죽으면 부모한테 억대 돈이라도 벌어주는 거잖아. 완전 로또된거지."

같이 있던 간호사들도 꺄르르 거리며 동조하고 그 누구도 반박하지 않더군요. 

정말 지금 생각해도 위액이 역류하는 기분이 듭니다.

아마 이 사회 내부에는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유사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부류가 의외로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그 사회에 속한 나마저도 자칫하면 그런 세태에 어느새 물들어갈지도...

저는 사진찍는 일을 하는 데 종종 아이들이나 학생들을 촬영할때면 포즈를 정해주고는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고 말해야 하는 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별이 된 우리 아이들이 들었던 어른들의 마지막 목소리 "가만히 있으라"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온다는 게 섬뜩하게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결국 나도 그런 어른이 되어버리는 게 아닌가....
 
아이들을 집어삼킨 어른들의 나라에 살고 있는 어른인 것이 한없이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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