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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얼마나 팔릴 것인가
게시물ID : freeboard_15154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0
조회수 : 11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3/30 08:49:14

평일인데, 우편물이 별로 없습니다. 수퍼바이저는 "오늘 일찍 끝내."라고 말하며 제 어깨를 툭툭 칩니다. 그럼 한 시간 쯤 일이 일찍 끝날 수 있고, 여덟시간 일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찍 들어온 시간은 연가에서 빼서 채우면 됩니다. 하루 여덟 시간 근무가 기본이니, 오늘처럼 일이 별로 없는 날엔 그런 식으로 해서 기본 노동량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불받습니다. 

정규직이 된다는 건 이런 거겠지요. 과거엔 모든 직장이 정규직이었습니다. 한국이 IMF 사태로 인해 받아들여야 했던 이른바 '노동 유연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렸는가를 생각해보면 안타깝습니다. 물론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적은 임금을 받고, 더 많이 착취당하는 이 제도는 적지 않은 사회 구성원들이 불행을 강요당하도록 했습니다. 

호주나 일본처럼 파트타임으로 일을 해도 생활에 충분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거나 하는 보조장치도 없고, 사회안전망조차 갖추지 못한 사회에서 기업은 정치가들에게 로비, 혹은 뇌물을 통해 이윤 추구의 극대화, 규제 철폐를 약속받고 착취가 합법화되는 것은 사회를 병들게 만들 겁니다. 

미국도 사회의 양극화가 버니 샌더스라는 인물을 불렀습니다. 자본주의가 가진 모순은 착취가 계속되면 기업도 망하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한 겁니다. 기업은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충분한 임금을 지급해야 소비가 늘고, 이것이 사회 전체의 부로 확산됩니다. 미국에서 이런 생각을 갖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크게 늘려 준 것이 대기업의 전형인 자동차 회사 포드였다는 것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규제는 나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사회를 더 잘 살게 해 주는 것입니다. 규제가 없어진다면 기업은 단기간 살찌겠지만, 결국은 공멸로 가는 겁니다. 그리고 규제를 없애주는 댓가는 늘 어두운 곳으로 흘러갑니다. 이런 식의 어두운 거래는 공정한 경쟁을 무력화시키고, 특권이 횡행하면 그것은 사회 전체의 피해가 됩니다. 특히 권력자가 이런 식으로 거래를 한다면, 결국 사회 전체에 기회주의와 한탕주의가 자리잡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는? 이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됩니다. 

이제 곧 박근혜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겠지요. 그녀의 구속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그녀가 자기에게 주어진 권력을 통해 마땅히 지켜져야 할 체제의 기본을 해쳤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사회라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일을 한 겁니다. 권력을 이용해 기업의 이익을 '사적으로' 지켜주고,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했고, 심지어 권력을 마땅히 써야 할 곳엔 태만했던 그녀가 처벌될 지경에 이르르자 한국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는 것도, 박근혜가 그동안 한국에 있어서 어떤 존재였는가를 드러냅니다. 

주말, 닭집들의 매출이 다시 오를 거라는 친구의 카톡이 있었습니다. 웃음이, 하지만 좀 씁쓰레한 웃음이 나오더군요. 그녀의 업적이라면 박정희 신화의 종말, 그리고 닭 시장의 활성화 정도일까요. 그래도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 그동안 숨겨졌던 것들이 모두 밝혀졌으면 좋겠습니다. BBK 사건의 주범으로 8년 만기 복역을 마치고 추방된 김경준씨의 뉴스를 읽으면서, 아예 '이명박근혜 시대'를 툴툴 털어내고 그동안 숨겨졌던 것들을 모두 꺼내어 백일하에 드러내게 되면, 아마 한국은 오히려 세계 속에서 더 경쟁력 있는 국가로 자랄 기틀이 마련될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거의 확실해지는 정권교체에 희망을 걸어 봅니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이런 일들을 잘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녁에도 치킨이나 먹을까.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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