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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유신 어릿광대의 퇴장 퍼레이드 모습을 지켜보며
게시물ID : sisa_8800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4
조회수 : 8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01 05:37:38

어제, 박근혜의 영장 발부부터 서울구치소행까지를 지켜보았습니다. 그것을 한 가족의 불행, 나라의 불행으로 보고 있는 분들도 적지 않다는 걸 인터넷상의 반응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역사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특별하게 물굽이치는 어떤 지점이라는 것에 대해 이견을 가질 이들은 별로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특히 제 눈을 끈 것은 구속 결정 이후 박근혜가 의왕으로 호송되는 과정이었습니다. 비록 구속이 확정된, 파면된 전직대통령일지언정 이른바 예우란 게 있는건지, 그녀의 호송 콘보이는 마치 당선 직후에 있었던 퍼레이드를 다시 리바이벌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때 박근혜가 보였던 환한 웃음. 그것이 그냥 '오래 집 떠나있던 아이가 원래 자기 살던 집으로 돌아가는 걸 알고 나서의 천진난만한 즐거움' 같은 것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없었다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던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을 겁니다. 그녀의 웃음에 자기의 희망도 싣고, 박정희에 대한 부채의식 같은 것도 올려 놓았었을 겁니다.

우연히도 그것은 모두 어두울 때 이뤄졌습니다. 그녀가 대통령이 됐다는 데 대한 절망감 때문에 그 어둠이 무겁고 슬프게 느껴졌던 이들은 어제 그녀가 의왕으로 호송될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싶습니다. 그것은 정의가 바로세워졌다는 것에 대한 기쁨만은 분명히 아니었을겁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은 통쾌함 같은 것만은 분명히 아니었습니다. 무거움, 예. 무거움이었습니다. 역사의 한 장을 지켜보는 엄숙함 같은 것이기도 했습니다. 

4년 전, 그녀가 당선증을 받기 전인지, 받은 후인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렇게 퍼레이드를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18년간 자기가 살았던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 이외에, 자기 아버지의 역사를 다시 살리겠다는 생각쯤은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그래서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게 이렇게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는 겁니다. 그것은 이미 5.16 쿠데타로 규정된 역사, 그리고 10월 유신이라는 이름으로 영구집권을 꾀한 반헌정의 역사였습니다. 

그녀가 그걸 인정했다면, 그래서 역사에 대한 올바른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다면 아마 국정을 그런 식으로 농단하지 않았을겁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의 지위를 이용해 이미 청산된 역사를 다시 돌려 놓으려 했고, 그녀가 가졌던 권력은 그것을 일정정도 가능케 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녀는 유신의 신화까지도 모두 끌고서 침몰하는 길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택해 버렸습니다. 아니, 그녀는 자기 자신이 한 짓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안목조차 없었고, 인식의 지평은 매우 좁았고 깊이는 박약했던 겁니다. 

그녀가 가졌던 이미지는 이렇게 침몰해 버렸습니다. 역사에 대한 인식이 그녀만큼이나 좁은 이들이 삼성동 담벼락에 붙어 "마마, 속히 환궁하옵소서"를 외치고, 성조기와 이스라엘 기를 태극기와 같이 흔들며 그들의 잘못된, 그리고 천박한 역사 인식을 드러내는 것과, 그런 이들을 보며 환히 웃으며 손 흔들던,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조차도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박근혜는 그녀가 국회에 당선인사차 찾아오던 그때처럼 어둠 속에서 구치소로 사라져 갔습니다. 그렇게 이미 잘못된 역사로 규정됐던 역사를 다시 꺼내오는 광대였던 그녀가, 그렇게 다시한번 어둠속에서 뜻하지 않았을 퍼레이드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유신의 시대는 정말 종말을 맞았다는 소회가 들었습니다. 

그 어둠을 건너 희망이 옵니다. 아직도 힘들고, 현실의 무게로 어깨를 짓눌리는 이들이 이제 그 무거운 짐을 조금씩이라도 벗어던질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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