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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업적, 그리고 박근혜가 우리에게 준 숙제
게시물ID : sisa_8817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4
추천 : 2
조회수 : 52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04 02:12:32
대한민국은 예로부터 난치병을 앓아 왔습니다.

이익 앞에 법과 원칙을 우습게 알고 지키지 않는 병이죠. 마치 암처럼 이 병은 무럭무럭 자라서 윤리와 도덕에 마저 전이가 됐습니다. 그리곤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릴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됐죠.

이 병의 근원이 어디서부터인지는 정확치 않습니다. 혹자는 구한말 나라가 기울때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잡놈들이 떵떵거리고 잘 사는 꼴을 탄압받던 대다수 민중들이 지켜만 봐야 했던 경험 때문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독립된 후 그 잡것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기는 커녕 친미 반공 독재자 밑에 붙어 여전히 대다수 민초들 보다 잘 먹고 잘 살던 그 아이러니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또 혹자는 악독한 독재자가 모든 민중의 주권을 강탈하고 자기 입맛에 따라 마음에 안 들거나 반항하는 자, 정의를 외치고 요구하는 자는 핍박하고 재산을 빼앗고 목숨마저 빼앗으며 대신 자기에게 아부하고 뇌물 바치는 이들에게 그 훔친 돈을 나눠주는 요지경 세상을 살아왔기 때문이라고도 하죠.

이유와 근본이 어디에 있건 이 망국병, 모럴해저드, 도덕적 해이는 나라를 정상적으로 굴러가기 힘들 정도로 심각해져 갔습니다.

그래도 대충 10수년 전을 돌아보자면 지금보다는 병의 진행 상태가 훨씬 양호했던 것 같습니다. 대통령 후보의 자식이 병역비리 의혹을 받는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들이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국민들이 눈앞의 작은 이기심과 사욕에 눈이 멀어 이러한 도덕적 윤리적 원칙적 (심지어) 법적 기준까지 놔버린 선택을 하게 됩니다.

내 땅값 올려줄 사람이라면 인간으로서 문제 투성이인 작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줄 수 있다, 하는 막장스런 선택을 했던 그 날 말이죠. 그리고 그 이후 모럴해저드는 급가속화 합니다. 대통령도 그모양으로 뽑아놨으니 그 아래 정부 각부처 장차관들과 고위 공직자들도 가관입니다. 청문회장에 나온 인물들이 하나같이 탈세, 병역비리, 각종 투기 의혹들로 점철된 인간들이었지만 쓰레기장을 방불케하는 인재(?)풀 속에 웬만하면 다들 통과해 나라의 중요한 일을 맡습니다. 위로는 대통령부터 아래로는 말단 공무원까지 정부가 썩을대로 썩어빠지고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웬만한 비리와 부정 부패에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거나 자조적으로 포기하고 웃어넘길 뿐입니다. 그야말로 비리와 도덕적 해이의 쓰나미가 몰아치는 미쳐 돌아가는 시대였었죠.

그나마 그 속에서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민중의 몸부림이 어둠 속 촛불이 되어 힘겹게 타올랐으나, 교활하고 악독한 권력자는 그것을 교묘히 탄압해 무산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전임 대통령을 희생양으로 몰아세워 공권력을 앞세운 비열한 인신공격 끝에 기어이 그 자존심 강했던 사람이 구부러지는 대신 꺾이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죠.

악이 법과 원칙과 윤리와 도덕을 모두 짓밟아버린 미친 그 세상은 결국 차기 대통령마저 독재자의 딸을, 단지 그 애비가 경제성장을 시켰단 믿음 하나만 가지고 그 딸을 대통령으로 밀어넣는 지극히 몰상식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이익의 환상을 쫓아 윤리도 도덕도 원칙도 그리고 '헌법'도 무시하는 막장 선택을 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 박근혜는, 상식을 이유로 그를 반대했던 절반의 국민들이 우려했던대로, 아니 그 우려조차 훨씬 뛰어넘는 기세로 나라를 망가뜨렸습니다.

박근혜의 (그 스스로 의도치 않은) 유일한 업적이라면, 나라를 아주 철저하게 심각하게 망가뜨림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최악에 대한 어두운 상상 그 이상의 지옥도를 실현시켜 줬다는 겁니다.

불법과 비리, 부정과 도덕적 해이에 대해 에이 뭐 그까짓것 쯤이야 하고 무덤덤히 여기던 많은 국민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불법 비리 부정을 보여줬습니다. 그러한 불법이 잘못됐단 것을 알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게 옳다는 것을 알지만 지리한 싸움 끝에 지치고 포기하게 된 국민들의 눈도 번쩍 뜨이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지치고 힘이 들더라도 이거는 아니다,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과 비리에 더해, 마찬가지로 상상을 초월하는 레벨의 무능과 천박과 허술함과 추잡함도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자존심을 심히 건드렸죠. 우리를 지배하고 고혈을 빨아먹던 권력자들의 실체가 우리보다 훨씬 천박하고 못난 얼간이였단 사실에 모두가 분개했습니다.

이로서 대한민국은 지금껏 이 나라를 서서히 좀먹어 죽여가던 망국병을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게 이 망국병을 모두 극단으로 끌어모아 전 부문에 걸쳐 모두 최대한으로 발휘시키고 스스로 그 화신이 된 박근혜의 공(?)입니다. 이제 우리는 박근혜의 유지를 이어(?) 이 기회에 나라 안 모든 분야에서 이 망국병을 쥐잡듯 잡아 몰아내야만 합니다.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은 박근혜에 대한 강력한 수사와 처벌이 첫 걸음이며 정치 경제 문화 안보 모든 분야에서 관행이란 이름 하에 이어져 온 비리들과 도덕적 해이를 몰아내고 철저한 원칙주의를 대신 세워야 합니다.

대통령이 사라진 이번 선거에서 여야의 구분은 없습니다만, 누가 여당이고 누가 적폐 세력인지는 명확합니다. 그리고 그놈은 하나의 얼굴과 몸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뤄내야 할 정권교체이고, 그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대선이란 그 난관은 겨우 첫 걸음에 불과합니다.

대선에서 야당이 정권교체를 이뤄낸다 한들, 새 대통령 한명이 제아무리 적폐청산과 원칙주의 고수에 대한 신념으로 가득차 있다 해도 여소야대의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합니다.

문재인을 유독 싫어하는 기성 정치인들의 반문에 대한 이유는 그가 계파 나눠먹기식 타협을 하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정한 원칙과 시스템 하에서라면 자기 사람이 잘려 나가도 눈하나 깜짝 않는 인물이기에 내가 원하는 것에 협조해주면 니가 원하는 것도 적당히 들어주고 좋은게 좋은 식으로 야합하는 기존 계파 정치 논리가 먹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문재인이 아직 못미덥습니다. '대통령 감의 능력'이란 일단 대통령을 시켜본 후에야 검증 가능한 부분이 많기에 문재인을 지지하는 것 역시 (단지 제가 생각하기에 그나마 가장 확률 높아보이는 수의) 도박인게 사실입니다. 실수도 많이 하고 실패도 많이 할게 분명하고, 다만 그게 얼마나 잦으냐, 얼마나 심각한 것이냐 하는 기 문제일 뿐일 겁니다. 그러나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 아래 타협하지 않는 원칙주의자의 모습이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요소란 판단하에 지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만약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여소 야대 구도 속에 그 뜻대로 적폐청산과 대한민국 개조, 치료 사업에 힘을 쏟기가 힘들 겁니다. 국회에선 '나라가 망하건 어쩌건 어쨌든 문재인 정권 하에서 뭐 하나라도 좋은 꼴 나는 건 못 본다' 발악하는 인간들이 과반수 이상일테고, 같은 당 내에서도 계파 나눠먹기 야합이 아니라 시스템과 원칙주의대로라면 자기 밥줄 끊길 걱정에 반기 드는 인물들이 수두룩히 나올 겁니다. 문재인이 시스템 공천 속에 건져올린 소수의 초선 새 얼굴들은 수에서도 딸리고 세력에서도 딸릴테죠. 당장 국회 법사위 장이 누군지 생각해보세요. 이런 구도가 다음 총선때까지 아직 3년이나 남았습니다. 손 발 묶인채 마음껏 개혁을 펼치지도 못하고 힘겨워하며 3년을 허비하면 국민들의 마음과 지지도 식어버리고 돌아서겠죠. 노무현 정권 시즌2가 되는 겁니다.

그렇다고 문재인이 타협과 협치에 나설 인물은 아닙니다. 그리고 만약 스스로 노무현의 전례를 벗어나고자 발버둥친다고 타협에 나설 경우 원칙주의라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너지는 셈이 됩니다. 또한 강력한 카리스마와 힘으로 상대를 누르거나, 교묘하고 교활항 술책으로 상대를 무력화 시키며 내 뜻을 펼치는 것 역시 문재인의 성격상 어울리지도 않는 일이고 원칙주의의 대원칙 하에 옳지 못한 일이죠.

힘으로 누를 수도, 적당히 타협할 수도 없지만 나보다 수도 많고 힘도 센 적폐세력 정치꾼들이 자기 밥그릇 싸움을 하겠다고 나라의 시급한 치료와 개혁을 3년간 발목 잡을게 뻔합니다. 문재인에게는 외롭게 싸우다 손발이 묶인채 시간을 허비하거나, 혹은 가장 중요한 원칙주의의 기준을 잃어버리고 흐지부지 야합하거나 흑화하는 선택지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촛불과 민심의 직접 정치 참여는 이제 끝난게 아닙니다. 오히려 이제 막 시작도 안 된 겁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18원 후원과 문자폭탄을 하지 말라고. 그러나 저는 말합니다. 정당하고 이유가 있는 항의라면, 건의라면, 언제건 누구에게건 정치인에게 당당히 요구해야만 합니다. 문재인이건 민주당이건 예외는 없습니다. 문재인과 민주당을 포함해 그 어느 정치인이더라도 잘못을 하고 있다면 유권자로서 당당히, 그러나 또렷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요구하십시오. 그들과 맞서 민심의 소리를 전달하고, 그 뜻대로 대변하게끔 만드십시오. 선거가 끝이 아닙니다. 선거는 시작일 뿐입니다. 선거로 뽑혔다면 그는 나라 일을 하는 사람으로써 민심을 파악하고 그 뜻대로 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의도적으로건 실수로건 민심을 잘못 읽고 있는 정치인이 있다면 유권자이며 주권자인 우리가 우리의 주장을 알려줘야 하는 겁니다.

적폐와 도덕적 해이, 이 나라를 천길 벼랑끝으로 몰아세운 이 망국병을 뜯어 고칠 마지막 기회가 우리 손에 있습니다. 문재인이건 민주당이건 다른 누구건, 그들은 우리의 도구일 뿐입니다. 그들은 이것을 고쳐줄 수도 고쳐주지도 않습니다. 그들이 고치게끔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의 관심과 참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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