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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의 대구, 2010년의 대전, 그리고 2017년의 정의
게시물ID : sisa_8820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백화선생
추천 : 9
조회수 : 45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4/04 14:18:42
2002년, 누군가에게는 월드컵의 기쁨을 나눈 해였겠지만,
저에겐 수능을 친 해이자, 대구 지하철 사고에 휘말릴뻔 한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그 즈음, 대구에는 이런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빨갱이가 대통령 되면 안된다", "나라 망한다", "대구부터 다 망하게 할거다"

사실 그 즈음 대구의 경제는 회복세였습니다. IMF에 지역중견기업이던 우방이나 청구가 직격탄을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도 유명한 수성구 학군을 중심으로 대규모의 스타 강사가 생기고, 대구의 새 동력이 되는 듯 했습니다.
노량진에서 불꽃강의로 유명한 전한길 강사도 이 전후에(2001-2002년 정도로 기억합니다) 대구에서 데뷔한 꼬꼬마 강사였죠.

사람들은 두려워했습니다. 바로 전 정권이 국민의정부였고, 분명 IMF를 잘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만 대구 경제 자체는 취약점이 많습니다.. 후술하겠지만) 민주당은 절대 안되며, 이번에는 대구사람 밀어줘야 한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시대는 노무현을 불렀습니다. 
한동안 대구 사람들에게 정치는 금기어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대구를 떠나 대전의 한 공학대학으로 터전을 옮기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고 복학을 한 뒤, 학교에 새로 부임해온 개발자 출신의, 의사 출신의, CEO 출신의 교수 내외를 접하게 됩니다.
바로 안철수였습니다.

처음 학생들 사이에서 그의 이미지는 '좋은 교수' 였습니다. 비록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로 연구실에 있는 시간이 적긴 했지만, 
기존에 교수들이 하던 소위 '더러운 행동'을 하지 않았고, 그가 가지고 온 커리큘럼 자체도 꽤나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멘토링을 하면서 그의 평가는 뒤바뀌게 됩니다.

모든 학생들이 그와의 상담을 한 후 이런 말을 해 왔습니다.

"학생이 힘든건 학생 스스로가 노력을 안해서 그런거에요"
"문제는 학생 안에 있어요"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말 아닙니까? 노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력이 부족하다는 말. 
맞습니다. 분명 안철수 당신은 노력을 통해 당시 최고의 상아탑이던 서울대 의대에 합격했으며, 
선구자적인 엔지니어로 V3을 개발했고, CEO로서 그 회사를 일구어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당신은 아니며 모든 사람의 배경과 환경이 당신과 같지도 않다는걸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또 다른 일화로, PC 사용을 잘 못하는 당시 김미경 교수 (부인이죠)는 매번 연구실을 찾는 학생들에게 사용법을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학생 중 하나가 물었습니다. 안교수님한테 알려달라면 안 알려주냐고. 

교수님은 답했습니다. 그런거 물어보면 혼난다고. 농담일 수도 있고, 바쁜 사람 붙잡기 싫어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안철수라는 사람은 튜터, 혹은 기술자나 경영자로는 분명 존경할 수 있지만, 사람을 이끌고, 사람의 미래를 짚어주는 동반자적인 인물이나 멘토적인 인물로는 적합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시간이 지났습니다.

야구를 보기 위해 찾아간 대구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나며 피폐해져 있었습니다. 문희갑, 조해녕 시장의 어마어마한 삽질과 밀라노 프로젝트라는 대형 사기를 당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부르짖던 '대구 사람', '대구 정권'은 그들에게 아무런 빛도 주지 못했습니다.

저 개인은 사회로 나와서 나름의 정의를 찾아 다녔습니다. 어줍잖은 게임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고소도 당해보고, 기자 생활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돈을 넣은 봉투를 받아(물론 돌려줬습니다)보기도 했고, 기사 한두편에 홍보팀에서 달려와서 기름칠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게임에서라도 바른 말을 하려 했는데, 돌아오는건 협박전화고, 당한 것은 업계 내 따돌림이더군요.

지금. 2017년.
다시금 저는 제 짧았던 삶을 되돌아봅니다.
대구에서 그들이 그토록 찾았던 것이 무엇인지,
안철수란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가 찾아왔던 정의란 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36일 뒤, 저는 투표로서 조그만 답을 내놓으려 합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며, 그들의 삶을 지켜나가고, 그들이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에서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제가 찾아왔고, 찾았으며, 찾아갈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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