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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과학협주곡] 과학자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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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달밤댄싱
추천 : 3
조회수 : 99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4/05 20: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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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근 BRIC 사이트에 몇몇 박사분들의 과학자 필드에 대한 글들을 올리는 란이 오픈되어서, 그 글 중 하나를 읽고 공감이 되어 글을 가져와봤습니다.
(오유가 큰 만큼 직/간접적으로 이 분들을 만나보거나 아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분들의 성향이 어떻게 되었건 저는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나, 그 글의 논조에는 공감을 해서 가져왔습니다.)

그 동안 국가과학정책의 몇몇 부분에서의 개선으로 인해 과학계가 조금씩 좋아진 것도 사실입니다만,
유행 따르다 한 번의 오보에도 줄도산 중인 국내 식품업계 같은 비전 없는 유행 따르기식 과학정책으로 인해
IT분야로의 쏠림은 종래에는 넷XX같이 프로그래머의 삶을 갈아넣어도 부끄럽지 않은 많은 회사들을 낳았고,
생명과학분야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었다가 결국 의/치전의 디딤발이 되어갔습니다.

독립적 연구시스템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한 많은 연구자들은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비정규직 연구자로 정착 아닌 정착을 하며
실력의 유무를 떠나 소위 많은 "과학자"직군 소속의 사람들의 인생은 명예도 돈도 없는 이상한 인생이 되어버렸습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별개로 본인의 삶에 자부심을 지니고 계신 많은 연구자분들께 혹여 실례가 될 말이라 생각되어, 사과드립니다.)

그런데 생명과학을 외치던 정부는 이제 4차 산업혁명을 외치고 있고,
이에 따라 생명과학/공학 관련 국가 R&D예산은 많은 부분 삭감을 목전에 두고 있거나 실제 삭감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이 외에도 많은 요인이 있습니다만...차후 5년간 저 말들에 의해 아예 영향을 받지 않으리란 것도 말은 안됩니다.)

그 불안정한 과정을 택한 것은 개인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의 부족 또는 개인적 소신의 탓으로 치더라도,
사방으로 북과 꽹과리를 울리며 유혹하던 국가과학정책의 허상들을 다음 정권에서는 반드시 깨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4차가 끝나면 5차가, 5차가 끝나면 6차가 올텐데,
그 때마다 "새 과학"을 외치며 또 과학정책을 갈아엎을 그런 "새마을과학운동"은 그 때마다 또다른 희생자가 생길 기회를 만들 뿐입니다.
과학자들을 경쟁구도로 넣지 말자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국민이 그렇듯, 모든 과학자가 잘 살 수도, 그럴 필요도 없지만,
그저 너무 힘들지는 않게 그들의 삶을 다양하게 꾸려 나갈 여력이 사회 전반적으로 생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과학협주곡] 과학자 없는 세상
오피니언  김우재 (2017-03-30 13:20)

들려 오는 소식은 죄다 비관적이다. 대선 후보들은 도무지 이해하지도 못할 4차산업혁명 같은 이야기를 떠들면서, 무슨 과학기술자들이 없으면 나라가 도태되어 망할 것처럼 설레발을 치는데, 정작 주변의 과학자들은 그런 헛소리엔 관심이 없다. 당장 과학자로 먹고 사는 일이 걱정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중반엔 휴먼게놈프로젝트니 뭐니 하면서 분명 생물학자가 미래 최고의 직업인 냥 언론에서 떠들었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주위를 둘러보면 같이 공부를 시작했던 사이언스키즈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1)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에서 개구리가 죽듯이, 과학을 둘러싼 환경은 근 십 수년 동안 아주 서서히, 하지만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듯 그렇게 변해버렸다.

예를 들어볼까? 국내 최고 과학기술대학이라는 카이스트 학부생들이 너도 나도 의대에 진학을 하니까, 정부는 졸업을 유예시키겠다는 위협을 하고 앉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문제지만, 도망간 소를 쫓아가 죽인다고 외양간이 튼튼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카이스트 우등생들의 의대 진학은 그저 상징적인 사건일 뿐이다. 이미 국내 자연계열 대학원은 외국인 학생들 없이 운영이 불가능해진 처지가 되어버렸다. 자연계열 대학원 진학은 자살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그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졸업해봐야 얼마가 될지도 모를 박사후과정에, 그 월급으론 결혼해서 가족을 부양하지도 못할게 뻔하고, 그나마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교수나 정출연 연구원은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들다는데, 도대체 제정신 박힌 대학생 누가 대학원에 진학하려 하겠는가 말이다.

노력하면 된다고? 아인슈타인처럼 되고 싶어서, 스티브 잡스나 빌게이츠처럼 되고 싶어서2) 대학원에 들어갔다고 하자. 그럼 뭐하는가. 교수가 인건비를 떼먹는 일이 다반사인데다, 교수가 무슨 벼슬이라고 한국 교수들의 갑질은 세계 최고 수준 아닌가 말이다. 이건 무슨 폭행이라도 당하지 않으면 다행으로 여겨야 할 지경이니, 한국에서 도대체 왜 대학원에 가야 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 된지는 오래다. 이유가 하나 있기는 하다. 그나마 석사라도, 아니 박사라도 하고 나면 내 연봉이 조금은 오르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 하지만 통계는 철저히 그 기대마저 박살낸다. 박사학위 소지자의 연봉이 결코 더 높지도 않고 행복도는 오히려 떨어진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 등에서 가속화되는 대학의 학위공장 시스템은, 철저히 자본주의적 질서를 낳았다. 여러분이 죽기살기로 연구해도 상위 10%의 연구자가 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건 능력 밖의 문제다. 여러분 주변에 1조를 가진 부자가 없는 이유와 같다. 사회를 병들게 만드는 경제적 양극화와 똑같은 일이 과학계에도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과학기사를 장식하는 화려한 연구들에 속지 말아야 한다. 그런 연구는 우리 같은 보통 연구자들이 하는 일이 아니다. 자기계발서에 나온 대로 해봐야 절대 성공하지 못하는 원리와 같다.3)

그러니 자신이 양심 있는 선생 대접이라도 받고 싶은 교수라면, 대학원에 들어오겠다는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 무엇이겠는가. 도망치라는 말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심각하게 고민은 해보았느냐고 물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을 사탕으로 꼬셔 최저임금도 안될 임금으로 부려먹으며 자신의 자리나 보필하려는 자를, 우리는 스승이라 부를 필요가 없다. 하긴 교수들은 학생을 지도하는 법에 대해 배운 적이 없는 자들이다. 그들의 인격이 학생들보다 나으리란 보장 같은 건 없다. 그런데도 한국의 교수들은 항상 꼰대가 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연구나 잘하면 될 걸, 쓸데 없는 걸로 존경을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면서 또 과학관료나 대통령은 욕하겠지. 권력이란 그렇게 인간의 시야를 가리는 법이다.

탄핵도 됐고, 저 지긋지긋한 최고 권력이 곧 구속영장을 받고 감옥에 가게 될 것 같은데, 과학자로서 갖는 기대는 별로 없다. 대통령이 될 확률이 가장 높다는 후보의 과학기술정책은 정말 후졌다. 4차산업혁명이라니, 이건 과학기술정책을 다시 박정희식으로 돌리는 길이다. 첨단산업이 필요하다는 정도면 될걸, 스스로 이해도 못하는 정책을 유령처럼 가지고 나와, 국민을 우롱하는 것 외엔 그저 선거가 지나고 나면 창조경제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구호가 아닌가. 도대체 이 나라는 반세기가 넘게 국가를 견인해온 과학기술자들을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도저히 견디기 힘든 모욕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구호 속에, 다시금 과학기술자들을 국가 산업혁명의 일꾼, 그걸 찬찬히 뜯어보면 국가발전을 위해 희생해야만 하는 노예 정도로 설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진보고, 무엇이 민주화라는 말인가? 그 수많은 과학기술자들의 작업을 4차산업혁명이라는 국가주의의 틀에 가둬 한 방향으로 달리게 만드는 일이, 그런 일이 정말 한국과학기술백년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건 새마을 운동과 무엇이 다른가? 의사 변호사 집단을 건드릴 거대공약은 내어놓지도 못하면서, 수십만 과학기술자 집단 전체의 운명을 바꿀 그런 허황된 공약이 두렵지 않은 건, 이 땅 과학기술자들에게 의사나 변호사 집단 같은 힘이 없기 때문인가?

그래서 가끔 상상해본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모두 파업하는 그런 상상을. 혹은 과학이, 아니 과학자가 없는 한국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생물학자들은 유전자를 빼고 다시 집어 넣고, 돌연변이를 만드는 방식으로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내곤 하는데, 과학자들만 쏙 빼버린 한국은 과연 어떻게 변할까? 그렇게 한 10년만 해보면 과학자의 기능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과학 없이도 문화강국 한국은 잘 지내지 않을까? 언제나 권력은 과학자들의 쓸모를 그렇게 경제적으로만 가늠하곤 했으니, 한번 과학자 전부를 없애고 국가를 경영하는 실험을 해봐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미안한 일이다. 어쩌다 교수씩이나 되어서는 이렇게 비관적인 말만을 내뱉게 되는 것 말이다. 하지만 한국을 넘어 미국, 유럽, 중국, 그리고 내가 속한 캐나다 어디를 봐도, 과학에 그다지 희망이 보이지는 않는다. 빚이 계속 늘어나는 자본주의 체제처럼, 과학적 발견들도 계속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그 과학을 수행하는 과학자들의 삶, 그건 절대로 예전처럼 행복한 시대로 돌아갈 것 같지 않다. 뭔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당신이 정말 과학을 사랑한다면 말이다.

김우재, 급진적 생물학자



※ 주석
1) 교훈은 지금 머신러닝 공부해봐야 소용없다는 거다.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시라. 유행을 따라가다가 망하면 답이 없다. 
2) 사실 스티브 잡스나 빌게이츠처럼 되려면 대학을 관두는 게 맞다. 페이스북 창업자 주커버그도 하버드 중퇴생이다. 
3) 구글링은 이럴 때 하는 거다. ‘박사학위 소지자+행복도+임금’으로 검색해보자. “수억 들여 유학했는데…… 명함 없는 석박사 주부 9만명”, 박사학위 취득자 열에 넷은 임시직 평균임금 3800만원. 같은 신문기사가 뜬다. 과장이 아니라는 말이다.
출처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81838&BackLink=L215Ym9hcmQvbGlzdC5waHA/Qm9hcmQ9bmV3cyZQQVJBMz0y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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