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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이별준비
게시물ID : animal_1792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합체김창남
추천 : 32
조회수 : 1421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7/04/08 03:13:58
2007년 4월 초 였던것 같다.

 

너는 슈퍼집에서 받은 진이에게서 태어난 몇마리의 중의 새끼고양이.

 

유독 너만 예쁜고등어 무늬가 아니고 흰색 검은색 얼룩덜룩 얼룩이었지.

 

고등어 무리들이게 맨날 괴롭힌 당하며 삐약삐약 울어대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래서일까 다른고등어녀석들은 이리저리 분양을 해 갔지만 유독 너만 분양이 되지 않았지.

 

그래서 진이와 너를 같이 키우게 되었지.. 사실은 니가 순하고 얌전하고 머리가 큰 모습이 귀여워서 내심 분양이 안되길 바랬던 것도 있단다.

 

얼마안가.. 진이가 갑자기 죽고나서는 오롯이 너와나 둘만 남았더구나.

 

그때부터 캣초딩인 너를 금이야 옥이야 업어키웠던것 같다.

 

내가 밤에 잘을 잘때면 언제 다가왔는지도 모르게 이불속으로 들어와서는 내 발치언저리에 니 살같을 부비며 자더구나.

 

그러다가 잠결에 몸부림치는 내 발길에 수도없이 채이기 일수 였지만..

 

너는 또 그자리에 와서 잠을 자곤 했었지.

 

예전에 주택에 살때, 너는 창밖으로, 또는 열려진 현관으로 집을 나가곤 했었지.

 

한번정도는 3일 밤낮을 찾아도 돌아오지 않는 너를 제갈길 갔다며 허탈해 했지만.

 

새벽, 창밖에서 아옹~ 하며 우는 소리에 나는 빤쓰바람으로 나가 꼬질꼬질한 너를 데리고 들어와

 

그 새벽에 너를 씻긴다며 애를 먹고 했었지..

 

그 후로는 넌 집앞 골목을 떠나지 않고.. 햇살이 좋은 오후나 기분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봄,가을에는

 

앞집 장독에 앉아 내가 돌아오는걸 지켜봐주곤 했었지. 

 

한번은 집에 문이 잠겨 있고, 나는 술에 취해 늦게 들왔을때.. 어슴프래한 골목 저 어귀에서 아옹~ 하면서

 

달려와. 내 정장바지에 니 뺨을 부비며 털이 묻히곤 했었지.. (그때 꾸짖어 정말 미안해.)

 

이사하는날, 

 

차 트렁크에 실려 가던날, 새집에 들어와 큰 눈을 굴리며 돌아다니던 니모습도 떠오르는구나

 

복층은 거의 너의 아지트였고.. 내 기타하드케이스, 우쿨렐레 하드케이스 니가 작살을 내놓았지...

 

그때 너를 참 많이 혼내서 미안해..

 

그 복층 오피스텔로 이사한 후 너는 니가 좋아하는 골목에 못나가게 되어.... 많이도 갑갑해 했었지..

 

한번씩 내가 너를 데리고 옥상에 산책을 시키러 갈때면 내 뒤를 졸졸 따라오던 모습도 눈에 남아있네..

 

복층계단을 힘차게 올라가던 니 모습, 내가 화장실에가면 어김없이 따라들어와 내가 볼일 보는 시간을 길게 만들어 주었지.

 

여름이면 수북히 빠지는 털, 빗겨도 빗겨도 끝이 없더구나. 그래서 반쯤은 포기하고. 내가 고양이인지 니가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검은색 옷마다 박힌 니털들..

 

별다른 식탐이 없던 너는 내가 밥을 먹을때면 항상 내옆에 앉아 뭘 먹는지 냄새만 맡게 해달라며 아옹~하고 울어댔지..

 

그리고 코앞에 음식을 슥~갖다 주면 냄새만 맡고는 관심없이 돌아서곤 했지.

 

하지만 가끔 내가 집에서 소주한잔 할때 배달로 시킨 생선회에는 기가막히게 반응해, 너한점 나한점 먹고

 

나는 널 술친구로.. 오늘있었던일, 짜증났던일을 너에게 쏟아내곤 했었지.. 

 

햇살이 창밖으로 들어오는 날에는 햇살이 들어오는 곳곳으로 굴러다니며 그루밍하던 니모습도 떠오르고

 

국수를 해먹는 날이면 우려낸 멸치의 뼈를 발라 너에게 주면 게눈감추듯 먹던 니모습도 떠오르고

 

집에 들어가면 현관앞까지 쫒아내와 아옹~하던 니모습도 떠오르고 

 

11년을 함께 살아온 니모습이 곧 내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얼마전 수술.. 그리고 노령, 합병증으로.. 너와나는 이제 바이바이를 할 때가 온것같아..

 

신장이 기능을 정지하고, 복수가 차올라 숨을 가삐 쉬는 너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 같아..

 

큰눈은 촛점을 잃어 내가 불러도 쳐다보지는 않지만 곰돌이 푸우 같은 꼬리를 얄랑 흔들어 내 부름에 힘겹게 대답하는

 

너를 이제 보내주려해.

 

내 욕심이야.. 수술과 치료를 계속해 너를 붙잡고 싶지만..

 

힘겨워 하는 너를 보니 차라리 보내주는게 널 위한 길인것 같아서..

 

미안하게도 너를 보내려해.

 

자식을 길러본적 없지만 너는 내 자식이고 최선을 다해 길렀고 또 넌 자라주어 지난 11년이 행복했던것 같다.

 

힘이들고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때 니가 내옆에 앉아 아옹~하고 울어주며 까끌한 혀로 내 손을 핧아주고 했을때

 

너는 비록 고양이고 짐승이지만 내 분신이나 마찬가지였고 내 식구이며 가족이며 버팀목이자 행복이었다.

 

내 속끓는 마음은 하루라도 더 보고 한번이라도 더 쓰다듬고 싶지만.. 병에 힘들어하는 니 모습을 보면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꼭.. 이렇게 꽃 좋은 봄날, 내가 좋아하는 벚꽃이 질때 가고 싶으냐..?

 

해마다 벚꽃이 지는걸 보면서 니생각에 눈시울 붉힐 내가 보고 싶었더냐..?

 

아니다, 너는 예쁘고 예쁜 고양이라 가는길에 꽃길을 깔고 가고 싶었던 거였구나.. 라고 생각하련다..

 

11년간 너와 살면서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제일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자면 그건 정말 셀수도 없이 많았단다..

 

생활 그 자체가 행복이었다.

 

먼저가 기다려 주면 좋겠지만.. 너는 이번생이 참으로 예쁘고 고와 아무래도 다시 태어날듯하다.

 

기다려 주지 않았다고 서운하겠지만... 내 맘은 둘다 이루어지면 좋겠구나..

 

아무래도 내일은 우리가 보내는 마지막 날이 될것같구나..

 

정말 싫은 상황이 오고야 말았구나..

 

니가 나보다 먼저 세상을 뜰거라는것은 진즉에 알고 있었다. 모른척했을 뿐이고 부정하고 싶었을 뿐이지.

 

나의 결정에 너무 서운해 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정말 정말 나도 싫은결정이지만 이 방법밖에 없더구나..

 

가는길이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여나 니가 다시태어난다면 정말 선물같이 진짜 내 자식으로 태어나 준다면

 

정말 좋을것 같다.

 

잘가 우리 곰이.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 어떻게든..

 

이제 앞으로 불꺼진 집에 들어올때 니이름을 부르며 들어오는 내모습에 쓸쓸한 나는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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