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모르겠습니다.
고민게에서 가족에게 많은 상처를
받으신 분의 글도 여럿 봤고
가족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다는 게 애초에 무리인가?
라고 혼자 곰곰이 생각하는데.
저는 부모님이 생각하면 서운하시겠지만
정서적으론 저 혼자 컸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저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언제나 싸워야 하는 사람,
어머니란 존재는 아버지로부터 지켜야 하고
토닥거려야 하는 사람, 동생이란 존재는 누나로서
모범을 보이고 마찬가지로 지켜야 하는 사람.
부모님이 힘든 거 있으면 이야기 좀 해라,
고 말하는데, 그냥 전 웃고 말거든요.
이야기해봐야 마음의 위로 같은 건
안해줄테니까요.
근데 또 그럴 수밖에 없는 부모님도 이해는 되네요.
이 험난한 세상에, 지금보다 더 힘든 일 많을텐데
고작 이런 일로 힘들다고 하느냐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겠죠 부모로서는.
그래서 대학시절엔 난 아마 결혼하기 힘들거고,
결혼해서 아이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줄 수
없을거라고 생각을 했더니,
누군가가 아마 그런 생각을 가진 예비 부모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을거라고 소개해준 적도 있지요.
고민게에서도, 난 가족들에게 이런 상처를 받았고
그렇기에 난 가족을 꾸리지 않을거다, 라는 글을
종종 보는데, 그럴 때마다 댓글로 또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나면 달라질거다, 라고 저조차 와닿지 않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냥 오늘 엄마랑 이야기하다가,
아무렇지 않게 꾹꾹 누르고 있던 울음이
왈칵 터졌는데, 이젠 그건 꼬꼬마때나 하던 짓이다,
라는 말을 듣고 조금 멍-해졌네요.
엄마 앞에선 웬만하면 울지 않으려 노력하고,
울고 싶으면 방에 들어와 조용히 베개에 얼굴 파묻고
끅끅 거렸는데, 누가 들으면 매일 엄마 앞에서
징징대던 사람으로 보이겠다 싶더라구요.
근데 또 엄마 말도 틀린 말은 아니죠.
나이도 먹을대로 먹었는데, 엄마 앞에서
눈물 흘리는 건 진짜 불효겠지요.
그냥 나는 내 자식에게
네가 언제든 힘이 들면 나에게로 와
눈물을 흘렸으면 좋겠다고
나는 언제나 토닥토닥해줄 수 있으니
힘이 들거들랑 찾아오거라,
이렇게 말해줄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싶은데
가능하지 않을 것 같네요. ^^;;
가족이란 게 참 애증의 관계인 것 같다 싶습니다.
미워하다가도 사랑하고 그러다 또 미워하고.
이 마음을 어디다 말할 곳 없어
그냥 여기다 풀어봅니다.
저보다 더 가족들에게 상처 받은 분들
많으실텐데, 별거 아닌 일로
주절주절이 길어지니 좀 창피하네요.
혹, 그런 분들이 있으시면 너그럽게 양해부탁드릴게요.
다들 어디에선가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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