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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페 바람막이 입고 소개팅한 썰 그리고 감동.txt
게시물ID : love_263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렇게살아가
추천 : 14
조회수 : 2861회
댓글수 : 48개
등록시간 : 2017/04/09 22:13:07
비루한 대학원생입니다.
연애를 놓은지 조금 오래되어 주변에 소개팅을 요구하였으나, 계속되는 실패와, "취업하믄 해줄게." 라는 거절에 의해 자존감이 바닥을 칠 무렵,
'더 이상은 안되겠다.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자.' 라는 마음에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살짝 개명))  라는 어플을 통해 어찌어찌 카톡으로까지 넘어왔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일요일인 오늘 낮에 점심을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하였지요.
그런데 오늘 아침...

-어제 술을 너무 마셔 무리하여 오늘 못만날듯 하옵니다

라는 비보를 접하며... 시무룩한 기분으로
푸르죽죽한 살짝 늘어난 니트, 우중충한 청바지, 노페 검정 바람막이 라는 철저한 대학원 3종 비루셋트를 입고 그냥 학교에  가버립니다.

랩실에서 한참 일을 가장한 게임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제가 남긴 마지막 카톡 ("괜찮소 잘쉬시오. 대신 다음 약속을 잘 잡아주시길 부탁드리겠소") 에 대한 답장이 옵니다.

- 여 : 혹, 오늘 저녁은 약속이 없으시온지....
- 나 : 헐..오늘..저녁?...헐..
- 여 : 왬마
- 나 : 되긴 되는데...옷을 그지 같이 입고 왔소만...
- 여 : 괜찮소.
- 나 : 하... 진심 거적데기인데..
- 여 : 뭔뎀마.
- 나 : 바람막이...
- 여 : 바람막이? 대학원생 복장이 다 그렇지 모. 나도 편하게 입고간다. 운동화에. ㅎ
- 나 : 컥... 그럼 이따 뵙겠소.


그리고 저녁 5시반 약속장소로 가며 끊임없이 후회합니다.
아.. 진짜 이 차림은 아닌데 .... 거진데...
처음보는디.... 이건 하....

그리고 만남.
정말 편한복장으로 와주었습니다.

저를 배려해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저야 약속이 없는 줄 알고 나왔기에 이딴 차림이지만, 만약에 괜찮다구 해놓고 여자분이 차려입고 오면 정말 미안할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심지어 첫만남에, 잘보이고 싶을텐데 바람막이로 편하게 와주시니, 한결 부담을 덜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밥을 같이먹고 밥값도 제가 촥 내니,
여성분이 말씀하십니다.
- 다음 주엔 내가 산다. 먹고 싶은거 생각해놔라.

하..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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