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흔적
게시물ID : panic_930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선비로소이다
추천 : 2
조회수 : 64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4/10 14:09:07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사거리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작은 새가 나뭇가지 사이를 날아 살랑거리는 바람에 꽃잎이 떨어지는 게 뭔가 축하하는 것 같습니다. 
햇볕을 쬐며 그 사이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사진을 찍기도 하고 서로 솜사탕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들은 또 어찌나 예쁜지요. 봄꽃 마냥 단장을 하고 엄마와 나들이 나온 아이들이 와글와글 웃습니다. 

날이 이렇게 좋으니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이도 부쩍 많구요, 근처 병원에선 휠체어에 환자를 싣고 좋은 풍경을 보약삼아 눈요기를 시키러 제법 나왔습니다. 
찬바람 불어 움츠리던 노인들도 올해의 봄을 만끽하며 수다에 빠져 있습니다. 

꽃이 핀 따뜻한 사거리는 오늘 행복한 모습입니다.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면 좋았으련만. 

그때 보았던 신발은 대굴데굴 굴러서 미처 수습하지 못했었지요. 
 
나는 일년 전 사거리 도로에 그려졌던 하얀 선을 떠올립니다.  
그래요, 여기서 오토바이 모양과 아프게 구겨진 사람의 모양이 하얀 페인트 선이 되어 그려졌습니다. 
차들은 무심하게 지나다니는데 누군가 호스로 물을 댕겨 와 도로를 하염없이 씻어 내렸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길 바라는 것 처럼. 
하얀 선도 금새 지워지고 벗겨진 신발도 치워진 덕분에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아팠는지 알지 못하고 아름다운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흔적이 지워진 것 처럼 도로에 선으로 그려졌던 그 사람이 지금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동네 사거리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