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이라는 말만 들어도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요즈음의 '프레임'이라는 말은 참 부정적입니다. 자신의 생각에 '끼워맞추기'한다는 어감으로 쓰이는 것은 알겠지만,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꽤나 슬픈 일입니다.
사실 프레임이라는 것은 꽤 효율적입니다. 어떤 시선으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물과 사건, 또는 인물은 천차만별의 형태를 가집니다. 프레임은 사물 자체에 어떤 형상을 내제시키기라도 한 듯, 상상도 할 수 없는 다면성을 가지게 만들죠.
제 전공인 한문학 분야에서도 그렇습니다. 근세기에 유효했던 민족주의의 시선을 반대하여 나온 시선은, 수많은 색다른 시선과 가치를 가진 프레임을 확대&재생산합니다. 이른바 주류에 대한 반론이 다시 주류가 되는 과정을, 우리는 이러한 프레임의 변화를 통해 쉬이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 '언어는 색안경과 같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을 멋지다고 생각하며 되풀이한 말이었을 겁니다. 최근에 '말과 언어'라는 책을 보면서 당시의 생각이 근거없는 말은 아니었음을 알았습니다. 언어 또한 프레임의 일종이요, 프리즘의 한 형태입니다.
우리는 보고싶은것만 보기 쉽습니다. 심지어, 보기 싫은 것을 볼 때도 "불편한 '면'" 이라고 하며, 내제되어 있는 프레임을 자신도 모르게 인식합니다. 수많은 형태와 수없는 색깔 중 하나를 어떻게 취사선택하느냐, 그것이야말로 올바른 인식의 기초일 것입니다.
우리가 배격해야 할 것은 '잘못된 틀'입니다.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판별하는 것은 우리의 지성이 할 일이요, 또한 충분히 행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릇된 여론조사, 명백한 오류, 곳곳에서 자행되는 불의야말로 우리가 배격해야 할 것들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 또한 프레임의 일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