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판타지 소설을 썼는데 읽어봐주세요
게시물ID : readers_281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쿰척거리기
추천 : 0
조회수 : 53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4/13 10:50:44
아무도 없는 듯한 고요한 상태가 좋다. 조용한 와중에 새의 소리나 주변의 소리를 듣고있자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진정된다.
그리고 졸리다. 이대로 잠들면 세 시간쯤은 더 잘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언니 생각은 어떤데?"
"응? 뭐라고? 뭔 얘기 중이었지?"
더 잘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아침 찾아와서 내 단잠을 방해하는 놈팡이. 손님 놈만 없다면 말이다.
"이거봐 이거봐! 맨날 내 얘기는 안 듣잖아"
놈팡이 손님은 내 주 고객이자 단골이다. 이름은 마리. 놈팡이이라고 하는 이유는 사전적인 정의와는 다르지만, 어감이 좋지 않은가
아무튼 열심히 일하고 있어야 할 사람이 여기서 노닥거리는 거라면, 놈팡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게 유지에 가장 큰 도움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 미안미안 지금 손님이 많"
"지 않아요. 아무도 없어. 저 혼자. 생각을 해봐요? 수요일 아침 9시 30분부터 여기에 손님이 있을 거 같아요? 여기가 그런 북적북적한 카페일 리가 없잖아"
"그럼 지금 그 수요일 아침 9시 30분부터 내 앞에서 노닥거리는 넌 대체 누구 신데요? 드디어 기사단에서 보직해임 되신 건가?"
"아니지 아니지! 기사단이 아니라 성기사단! 이지. 그리고 보직해임이라뇨? 전 일종의 비상대기라서 연락만 된다면 나름 널널하다구요"
"아닐 거다. 대부분의 비상대기는 너처럼 이렇게 널널하진 않다고"
마리와 거의 매일 아침 이렇게 쓸데없는 소릴 해가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곳에 카페를 개업한 지 대강 8년째인가? 애아빠는 상부구역에 외근. 아들은 놀러 나갔다. 
"개인 트라이섹터 보호지역 보호임무 범위는 숙지하고 있고, 임무도 충실히 실행 가능하네요. 문제없다 이 말씀"
"여기서 노닥대는 걸 보고 잘도 월급을 준단 말이지 요즘 기사들은"
"엇 언니 꼰대..꼰대 말투"
"닥쳐 쫓겨나기 싫으면 콱 씨. 너희 하는 데에 우리 안전이 달려있어 똑바로 하란 말이.."
띠링하고 문 위에 달아둔 종이 울린다.
"손님 어서 오세요" 웃는 얼굴로 손님에게 인사한다. 문을 열고 들어온 손님은 별말이 없이 터벅터벅 걸어서, 가게 구석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았다.
오늘따라 구름이 끼었다. 오후에는 비가 내릴 것 같다.
"주문은 따로 있으신가요?" 손님은 별다른 말이 없다.
"언니 저 손님 되게 조용하다 그치?" 
"그래 그러네" 
손님은 계속 아무 말이 없이 가만히 앉아있다. 메뉴판을 가져다주었지만 열어보지도 않았다.
추천하는 것이나 이래저래 이야기해봤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가만히 내버려두기로 하고 카운터 옆 테이블로 왔다. 
"진상인가 진상?" 마리가 귓속에 속닥거린다. 
"그렇게 말하는 건 좀 그렇고.. 그래 고민하는 걸 수도 있어." 전혀 그렇게 생각하진 않지만
그런데도 계속 내 눈은 그 손님에게 향한다. 특별하게 잘생겨서 눈이 가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후드를 덮어쓰고 있는데 묘하게 얼굴을 알아보기가 어렵다.
흐릿하게 평범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언니 저 손님 말이야 그거 아닐까?"
"그거?"
"그래 그거"
"그게 뭔데?"
"여기 있는 누구를 좋아해서 일단 무작정 찾아와봤는데 막상 용기가 안 나서 그냥 가만히 있는 거지. 아아 죄많은 여자"
"...."
그런 건가? 하고 순간 생각하였다. 마리는 뭐 그냥저냥 예쁘니까. 그때 손님의 몸을 두르고 있는 후드가 울렁하고 부풀었다 꺼진듯했다.
분명히 잘못 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눈이 되게 좋았으니까.
"야야 조용히 하고 귀 좀 대봐" 조용히 아주 조용히.. 몇 미터 정도는 떨어진 손님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말했다.
"왜요 언니" 
마리는 분위기 읽는 것이 묘했었다. 느린듯하면서도 빠른 그런 타입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조용히 하고 귀를 대라는 말에 말소리만 줄여서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다.
귀를 댈 필요도 없이, 제자리에서 입은 계속 뻥긋거리면서 손동작도 취해가면서 계속 뭔가를 이야기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다.
아마 저 손님의 시선이 닿는다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빨리 말해 언니. 혼자서 쇼하고 있는거 피곤하다고"
"저 손님 방금 몸이 부풀었다 꺼졌다 한 거 같거든? 자세히 한번 봐"
"응 ? 어디가? 아 그러네 정말이네? 눈도 좋지"
순간 시야가 흐릿하고 목덜미 아니 머리 전체가 흔들렸다. 목뼈를 부술 생각이었을지도 아니면 광대뼈. 어딘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미안 언니 잠시만.."


-


"이 호로 잡년이! 얼레? 가게 꼴이 왜 이래?"
목 주변이 아프다. 턱 주변인가? 혹은 둘 다일 수도 있겠다. 아프다.
바닥에 누워있다가 주저앉는 정도로 몸을 일으켰다. 내 눈에 보이는 건 온통 박살 난 가게다. 건물의 형태를 유지하지 않고 천장도 날아가 버려서 없어졌다.
복층으로 2층에 살림살이를 차려놓지 않아서 참 다행스럽다. 새로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 일어나셨나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아 그래그래 제 이름부터 말해 드려야 되려나 전 뤼젤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목정도만 굽혀서 인사를 한다. "네.. 안녕하세요..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아 그러네요. 지금 한창 마리 씨가 전투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 여기 주방 외에는 전부 파손된 상태. 
아 그렇지. 마리 씨가 이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거기 카운터에 있던 계산대를 가ㅈ..부순 것은 내가 아니라 저 녀석이다. 라고. 
제 생각에는 본인이 부순 것 혹은 가져가려고 따로 챙긴 것 같지만 일단 넘어가고,기사단의 민간 보호와 직업윤리 의무에 따라 정보공개 한도까지만 말하자면
트라이섹터 밖의 마수입니다"

"트라이섹터 밖의.." 
그렇지만 여기는 안이잖아요? 라는 말은 가까스로 참아내었다.어찌�怜� 지금 눈앞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니까. 이 사람한테 말해서 무슨 소용인가? 난 그렇게 막무가내는 아니다.
"네 그렇죠. 여기는 트라이섹터 최중심부 안전지역. 그것도 기사단 맞은편 건물. 이런데에 가게를 낸 것을 보면 분명 기사단의 돈을 빨아먹겠다는 지역주민의 잔꾀겠지만
아 이 부분은 잠시 넘어가도록 하죠. 돈을 빨아먹으려는 주민의 아무튼 이 가게 내부에서 계속 기사단 건물을 감시하던 중. 마리 씨에게 발각. 여기까지는 알고 계시겠죠
즉시 교전을 개시하였고 현재 30분가량 교전을 이어가는 중. 일상용 신체로 한계가 임박하여, 제가 무장을 전해주러 왔습니다."
뤼젤씨는 한 손에 은색 가방을 들고 있다. 제법 큰 가방이다 대강 2미터 * 30센티 * 20센티 정도. 어떤 무장인지 조금은 궁금하다. 무거울까? 
"그렇다면 왜 아직..?" 주변을 둘러보던 뤼젤씨의 눈이 내 쪽을 향한다. 그리고 말이 없이 쳐다본다. 뤼젤씨는 일어나있기 때문에 위에서 내려보고 있는데 여러 의미로 내려다보는 듯하다. 눈빛이 날카롭다.

"역시 저.. 때문인가요?" 침묵을 이어가던 뤼젤씨는 내 말 직후, 주위를 한 번 더 둘러보더니 "네. 민간인의 안전이 최우선이기에"라고 말했다.그렇다곤 하지만 표정은 좋지 않다. 
걱정하는 걸까?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1초도 지나지 않아서 해결되었다. 순간적으로 인간미를 기대한 내가 바보다.
"죄송하지만 걱정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사태수습에 쓸 경비를 생각해서 답답할 뿐입니다. 괜한 착각은 마시길. 맞은편 기사단로비에서 기다리고 계십시오. 사태가 마무리 되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머리를 조금 긁적이더니 그대로 소음이 들리는, 마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나도 너무 마음 편하게 있으면 다치겠지? 일단은 안전한 곳으로.


-


"사장 언니는? 일어났어?"
괴물의 칼날 같은 팔이 땅에 박혀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양팔 모두가 땅에 박혀있다. 요령도 참 좋은가 보다. 사무직으로 경비계산이나 하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대단하구나
"네 안 죽었습니다. 멀쩡해요. 그러니까 애당초 당신이 그렇게 안 하고 처음부터 빠져나가게 했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야말로 당연한 생각이다. 왜 이런 간단한 것을 생각 못한 걸까. 생각을 하나만 하니까 그런 걸 거다. 대부분은 생각을 두 번 세 번 하지 않고, 아니 어쩌면 하나도 하지 않고 즉시 행동했을 수 있다.
이 사람에게서 읽히는 분위기는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느껴진다.
"아 그러네? 고마워 다음에 그런다면 그렇게 할게"
"다음 같은 건 없습니다. 처음 할 때 최대한 똑바로 일 처리 하십시오" 
확신한다. 아마도라는 말은 내가 싫어하는 말이다. 확실하다. 다음 같은 건 없다. 실패하면 확실하게 그대로 끝. 인생 같은 불공정한 게임에서 실패해도 재도전 같은 방법은 있을 리 없다.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한번 실수해서 일을 그르치는 멍청이는 필요 없다. 지금 이 사람은 그런 멍청이라고 생각한다. 속 편한 멍청이.

"그래그래 미안미안. 무장은?"
"네 기사단 주변 민간인은 전부 기사단 건물 내부로 대피가 완료되었습니다. 무장은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가고일의 시가전 성능증명을 위해서라도 전투형태로 끝내라고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만 개인 재량으로 하나는 가져왔습니다.
왼팔을 이리로 뻗으시길"
현장직 가고일의 무장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가방이 쓸데없이 넓은 게 문제지.
가고일의 무장을 장착하기 위해서 마리 씨의 상완골(어깨뼈와 아래팔뼈를 연결하는 뼈. 윗팔뼈라고 한다)중앙의 커넥터를 분해한다.
언제든 간편하게 다양한 무장을 활용한다는 것이 가고일 타입의 장점이지만..불쾌하게 연장된 신체는 아무래도 혐오감이 든다.
"생긴 게 이래서야 혐오감이 드는 건 별수 없나" 마리 씨도 의견이 같다.
보는 눈은 나쁘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아니지, 일지도 같은건 없다. 확실하지 않을 때는 생각하지 말자.

상완골은 연장되어 허리춤까지 오고 거기서 팔꿈치, 자뼈와 노뼈(아래팔의 두 뼈)가 있고 손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사마귀의 앞다리처럼 생긴 날이 있다. 약간 가시 돋친 형태까지 사마귀와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라면 뼈가 노출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팔이 기괴하게 길어지지만 뼈가 노출된 것보단 혐오감이 덜 할 것이다.
"굳이 하고 많은 것 중에 이걸로 선택한 이유는 뭐야? 난 이거 흉측해서 싫은데.." 동감합니다. 흉측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이 문제입니까? 그냥 보이는 대로 가까운걸 집어왔을 뿐입니다. 얼른 마무리나 하세요. 더 피해가 늘면 경비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그래 알겠습니다 딱딱한 사무직 아가씨"
"이거나 드십시오" 오른손은 주먹을, 왼손은 펼쳐서 허리춤에서 아래로 댄 동작을 취한다.
"그건 또 어느 지방 욕이니?"
"아 모르시나요? 현장직은 모를 수 있는 말입니다. 뭐 여기서 곱게 뒤지진 말라는 정도의 의미겠네요"
"그래? 생각 이상으로 입이 험하구나. 네 덕분에 죽진 못하겠구나 그럼.. 우선 마무리를 지어볼까"


끼기기긱하고 바닥이 끌리는 소리가 난다. 사마귀 앞다리 모양 날의 끝 낫이 끌린 바닥의 돌들의 색이 하얗게 변색되었다.
"난 너 같은 참을성 있는 마수들은 좋아. 괜히 날뛰어 버리면 서로 번거롭잖아? 곱게 끝내줄게. 얼마 걸리진 않을 거야 자! 끝내줄게"

주변이 완전히 엉망이 된 것과는 다르게 끝은 정말 순간이었다.
"차가운 대지의 아버지의 위, 뜨거운 태양과 달 두 어머니의 아래. 그대와 나. 둘 만의 명예. 결착을 짓노니. 발할라에서 영원히 싸우기를"
기다란 팔을 높게 들어 사마귀의 낫까지 쭉 뻗어 낫의 날이 태양 속으로 들어갔다. 날 부분에 빛이 튕겨 눈이 부셔 잠시 눈을 감았는데, 그 사이에 마수의 목이 떨어졌다.
"룬"
마수의 목에서는 피가 흘렀다. 각종 매체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피가 엄청나게 뿜어져 나오거나 하진 않았다.
순간적으로 조금 울렁 하고 많이 흘러나왔지만, 이건 조금 실망스럽다고 생각했다.

"자 끝. 뒷정리는 사무직이 해주는 거지?" 마리 씨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실실 웃고 있다.
"제 이름은 뤼젤입니다. 사무직이 아닙니다. 똑바로 이름으로 불러주십시오. 그리고 뒷정리는 어느 정도 도와주셔야 합니다. 
주변 정리는 섹터 정리팀에 연락을 취해놓았으니, 마리 씨는 마수의 시체를 흐베르겔 연구소까지 운반하시면 됩니다. 연구소 앞에서 인계를 기다릴 겁니다."


- 인물 정보

이름 : 시논
현재 나이 : 32세
성별 : 여성
기혼, 아들 1명 있음.
직업 : 카페 사장. 
금색머리의 포니테일. 슬렌더한 체형이다. 가슴은 A-B 사이. 눈은 푸른색. 살짝 옆으로 찢어진 고양이 눈이다.
컬러링은 검은색이 주를 이루며 포인트로 빨강. 의상은 다리라인이 드러나는 바지, 조금 헐렁한 상의, 주로 가죽으로 만든 재킷(검은색, 어깨재봉부 부터 빨강. 혹은 반대)

8년전. 시논 24세에 기사단 건물 맞은편에 카페를 개업했다.
당시 결혼하였고 아들은 2세. 현재 10세. 원인 불명의 팔꿈치, 오금 등 일부 관절부 통증을 호소하지만 주변인들은 '나이들어서' 라고 말한다.
카페의 운영은 잘 되는 편이다. 
공공기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덕에 점심시간 식사고객도 상당히 많고, 고정적으로 야근하는 사람에게 도시락도 판매.
이 손님들은, 대낮부터 카페에 눌러앉는 놈팽이가 끌어모았다.


-2


젠장. 젠장. 경비가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다. 이번 달 예산으로는 부족하다. 어떻게 말해야 하지?
내 계산에는 분명 실수가 없었을 것인데? 어디서 무언가 착오가?
"뤼젤~ 놀러 왔어~ 뭐해~"
"아 리디. 또 왔습니까? 한창 스트레스받는 중이니 얌전히 있든지 나가든지 둘 중 하나만 해주십시오. 평소처럼 쫑알대면 매우 높은 확률로 물건을 하나 맞추겠습니다."
"던지겠습니다 라고하는것도 아니고 맞추겠습니다? 너무한 거 아니 냐학!"
퍽 하고 나무 벽에 작은 물체가 부딪힌다. 가까이 있는 적당히 던지기 좋은 크기의 물건을 던졌다.
던져진 물건은 지우개다.
"아쉽네요. 현장직이라 그런지 순발력은 굉장히 좋네요"
"헤헤 세이프! 그런데 지우개네? 언제적 물건을 아직도 쓰는구나. 대단하다니까 안 불편해?"
"네 그리 불편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손으로 무언갈 하고 있다는 감각이 확실하여서 더 좋습니다."
요즘에는 대다수가 신기술을 사용한다. 신기술의 이름은 후긴. 허공에 화면을 띄우거나 상당히 많은 정보를 받는 등   활용도가 엄청나게 많다.
쓰기 어려운 건 아니지만, 아직까진 예전 것들이 좋은 것이다. 취향 때문에 본격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뿐, 사용법은 이미 꿰고 있다.
"그럼 이쪽 구형 앰프도? 어 이건 뭐지? 얍!"
"아니 잠깐 잠깐! 내 물건에 손대지.."

'멀어버린 두 눈으로 그대를 기다리고 있어요. 내 눈에 보였던 그대 얼굴은 사실 기억나지 않아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왜 이렇게 보고 싶을까요? 
당신이 날 버린 것은 알아요. 하지만.. 하지만..'

"이런 음악 취향이었구나. 애잔하네"
"실화기반의 노래입니다. 최근에 유명한 셰릴이란 가수의 노래입니다. 지금처럼 뜨기 전의 직접 작사했던.. 곡명은 잊어요"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졌어. 말해줘"
"그렇지 않아도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들어주세요. 셰릴은 트라이섹터 밖에서 거주하던 이방인입니다.
이방인 중에서도 하반신은 바다의 마수였죠. 바다의 마수가 섞여 있는 그 이방인들은 변형마술 정도는 기본소양이라고 하더군요. 
바다에서 생존에 직결된 능력이라고. 변형마술로 인간에 섞여든 셰릴은 트라이섹터 외부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남자?"
"네 남자를 만납니다. 섹터까지 복귀하는 과정에서 둘은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그리고 그 후 셰릴은 용기를 내어 남자에게 고백하였습니다.
자신의 정체를. 이건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그때 셰릴이 말하지 않았으면 조금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어? 응?"
리디는 그대로 방안의 소파에 앉는다. 
"끄아아아앗! 여기 소파는 푹신해서 좋다니까~" 같은 속 편한 소리를 한다.
"계속 얘기하죠. 그 뒤로 남자는 얼마간은 변화가 없었지만.. 트라이섹터에 들어온 이후부터는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1년하고도 반년이 지난 3월. 남자는 연락을 하지 말자고 말을 전했습니다. 그전까지도 몇 번 그러자고 했었기에 셰릴도 지쳤던 걸까요.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쯤일 거에요. 셰릴은 바다에서 나온 지 오래돼서 그런지 점점 쇠약해지고 있었지요.
그 원인이 바다에 가질 않아서라고 생각했던 셰릴은 바다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바닷가에서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일을 추억하며 잊기로 하며 노래를 불렀죠"
"그 노래가 방금 그 노래?"
"성격도 급하시네요. 아닙니다. 단지 여기서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됐을 뿐입니다."
"셰릴의 두 번째 이야기는?"
"셰릴은 여기서 두 번째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셰릴을 가수로 처음 데뷔시키게 되는 사람이죠. 
작곡가였습니다. 두 번째 남자는"
"두 번째라는걸 보면 세 번째도 있고 그다음도 있단 건가?"
"다음에 알려 드리죠 그런 건. 제법 관심은 생기셨을 테니 몇 곡 정도는 직접 들어보고 오시면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냥 놀러 왔던 게 아닐 텐데 무슨 일인지 말해주시죠"
리디씨는 눈을 질끔 감고 머리칼을 비비 꼬다가 손뼉을 치고 '앗! 그래!' 라고 말한 뒤 이어서 말했다.
"예산상태가 왜 이래 민가 하나 정도도 복구 못할 정도로 관리를 똑바로 안 한 거야? 어떻게 된 일이야. 10분 안에 당장 오도록! 이라고 팀장이 말했어."
"10... 10분이요..?"
10분... 지금처럼 이야기한 게 대강 10분 정도 일 거..
"정확히 15분가량 떠들고 있고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5분 정도 썼으니까 지금 10초 만에 도착한다고 쳐도 20분이니까..딱 한 시간 정도만 욕먹을 정도?"
"젠장 젠장..그런 건 먼저 말하라고요!"
쾅하고 사무실 문이 큰소리를 내며 닫힌다. '그러니까' 어쩌고 하는 말을 했던 거 같은데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한 시간이나 망할 팀장한테 잔소리를 들을 순 없다. 

"그러니까 그렇게 신나서 떠들면 조금 정도는 궁금해지지 않겠느냐는 거지"

-

"어 뤼젤씨 어떻게 됐나요? 제 가게는.. 바로 복구작업을 시작하는 겁니까?"
뤼젤씨는 어딘가 피곤해 보인다. 일이 발생하고 딱 두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며칠 정도는 지난듯해 보인다.
눈 주변이 그늘져있고, 눈이 퀭하다. 눈빛도 흐릿하고 초점도 약간 어긋난 느낌이다.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네요. 아니오. 속이 뒤집힙니다. 망할 팀장 놈이 계속.. 계속..!"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제 가게가?"
뤼젤씨는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눈빛이 돌아왔다.
"가게의 복구는 연기되었습니다" "네?"
지금 뭐라고? 복구가 연기?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복구가 연기되었습니다. 예산 부족으로. 분명 제 계산 상으로는 이렇게 예산이 부족할 리가 없었는데. 모자랍니다.
어디 쥐새끼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덕분에 저도 현장직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좌천입니다"
말은 좌천이라고 하지만 조금 입꼬리가 올라간 것 같았다. 
"당분간은 마리 씨의 집에서 지내주시면 합니다. 기본적인 생활용품이나 식사 등등은 제 급여 중 여유분으로 계좌로 입금해두었습니다. 확인해보십시오.
그 외에도 당분간 저에겐 필요 없을 듯 하여 옷이나 기타 용품들도 옮겨두었습니다. 치수는.. 조금 헐렁할 수 있겠군요."
눈이 이리저리 흘긋 보다 한 곳에서 멈췄다. 분명 ..
"가슴이 남으실 겁니다. 마리 씨라면 입을만하겠지만" '너는 아닌 것 같으시네요'그렇게 눈과 입이 그리고 분위기가 확실하게 말해준다.
"그 이야기는 넘어가죠.. 연락처를"
"아 필요 없습니다. 이미 저는 알고 있습니다. 시기가 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뤼젤은 곧장 뒤돌아 걸어갔다. 듣고 싶은 말은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아 그래 왜 연락처를 알려주질 않는 건데?
-띠링 하고 눈앞에 알람이 떴다. 후긴 시스템의 음성문자 알람이다.
답장불가의 일방통행식 전달로 음성문자가 하나. 재생한다.

"지금 연락한 이 번호대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가능한 연락은 자제해주시길. 짧게는 1주일, 길게는 1달 정도는 우선 연락을 하지 말아주시면 합니다.
연락할 수 없는 기밀지역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필요한 것들은 제가 입금한 금액으로 처리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 외에도 지출이 발생하는 경우 먼저 마리 씨의 급여로 해결해주시길. 이후에 정산하여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라는 음성문자가 재생되었다. 덤으로 발신번호 표시제한. 일단 절대 연락할 생각하지 말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띠링 하고 이번에는 일반 문자 알람이 발생했다.
'집의 암호는 제가 해제해 두었습니다. 기본 암호가 0000으로 설정되어있었기 때문에, 차라리 없는 편이 좋습니다. 집 주소는 ..'
하아.. 무슨 암호가 겨우.. 그래?

"욧! 언니! 나왔어"
후긴 시스템의 화면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 사이 누가 갑자기 뒤에서 뛰어서 안겼다.마리였다.
"어 왔어? 야 나 오늘부터 너희 집에서 살라는데? 당분간" 있는 그대로의 전달. 마리도 알고 있겠지.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다시 말해봐 누가 누구네에 ?" 
아닌가보다. 일을 똑바로 하라니 어쩌니 했던 거같은데 이런 쪽으론 일을 안 하는 건가? 아니면 한번 엿 먹어보라는 건가?
그래 자기 좌천당했다고 할 때 웃던 게 이런 거 때문이었을 거야 분명 지금쯤 가면서 웃고 있을 거라고
하아.. 그 여자 승격하고는.
"잘 들어 마리. 똑바로 기억 못 하면,내가 네 귀를 잡고 세로로 쭈욱 뜯어버린 다음 부침가루 발라서 부침개로 만들어서 팔아버릴 테니까. 내가. 너네. 집에. 산다고."
양손으로 마리의 머리를 잡고 검지와 중지로 귓바퀴를 잡고 말했다. 이마를 대고 눈도 가까이 붙이고. 조금 더 위협적으로 느끼도록.
마리의 눈동자가 왼쪽 아래를 향한다. 조금 흔들린다 
"아.. 잠깐 그럼 몇 시간만 있다가 올래? 청소를 조금.."
"많이 해야겠지. 같이 가서 해줄게. 아! 그전에 먼저 아들부터 데리고 가야 될 것 같은데. 아들 놀러 간 지 제법 됐으니 슬슬 올 때가 됐을 거야 조금만 같이 기다리자"
"응 그 정도야 별것 아니지"
"그래 곧 오겠지 기다려보자"

-

몇 시간이 지나도 아들은 오지 않았다.
다음날 점심쯤이 되어, 내가 졸음을 버티지 못하고 곯아떨어질 때까지..
나는 망가진 가게의 카운터에 앉아서 아들을 기다렸다. 

- 인물 정보

이름 : 뤼젤
현재 나이 : 22세
성별 : 여성
미혼, 애인없음. 연애경험 1회(성격상의 이유로 헤어짐)
직업 : 성기사단 사무직 
짙은 파랑색 계통의 머리칼, 웨이브가 들어간 머리칼이 허리춤까지 내려온다. 
눈은 회색. 가슴은 E. 키는 168.
컬러링은 검은색이 주를 이루며 포인트로 하양. 의상은 몸에 딱 붙는 셔츠와 치마, 레깅스.

사무직으로 기사단에 근무한지 3년째. 
각종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몇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기회는 한번. 실패하면 끝' 이라는 압박을 받고있다.
자기자신에게 엄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계속 쌓아놓는 중이다.
스트레스 해소는 음악감상+쇼핑. 좋아하는 가수와 관련된 물품을 수집한다. (리디 : "월급 전부 꼴아박아요?")


-  3


"으..으응.."
잠들어있던 언니가 일어났다. 침대안에서 잠들어있던 언니의 모습은 정말 힘겨워보였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게 위태해보였다.
"언니? 조금만 더 자.. 힘들텐데.."
언니가 아들을 찾아 해멘지가 이제 거의 일주일이다. 처음 하루는 밤새워 나와 가게에서 기다렸다. 
내가 잠시 새벽에 졸았던 사이에 언니는 가게의 파편을 전부 헤집었다. 손은 피범벅이 된 채로 잿가루가 붙어서 엉망이었다.
그러면서 울고있었다. 눈물자국에도 잿가루가 붙어서 회색의 문신을 새긴듯하였다. 나는 그때 제대로 말리질 못했다.
"응? 그럴까.."
"그래.. 언에 요즘 무리했어 조금만 쉬어.. 아들은 금방 찾을테니까.."
가게를 전부 헤집어 놓은 다음은 온 마을을 헤멨다. 이틀째의 점심때가 되서야 온마을을 헤메던 언니가 돌아왔다.
신발은 어디서 없앴는지 맨발인채였고, 아끼던 재킷은 누더기가 되어서 반쯤 찢어진 걸레조각이 되었다.

"아...아들.. 아들.. 아들! 찾아야지 찾"
그 뒤로 하루를 꼬박자더니 똑같이 하루를 꼬박 헤메고, 쓰러진채로 발견. 멋대로 사라졌다가 발견되는 것이 반복되었다.
정신만 차리면 저런 말을 해대면서 침대에서 굴러 떨어진다. 저렇게 똑바로 걷지도 못할만큼 
"미안 언니.. 지금은 잠시만 제발.. 언니 지금 제대로 걷지도 못하잖아"
'똑바로 걷지도 못하고 도움도 안되니까 제발 가만히 있어주면 안될까? 번거로워' 라고 생각했다.

"일어나셨습니까. 시논씨. 일주일만인가요? 일주일 전이랑 상당히 많이 변했네요. 오랜만입니다. 뤼젤입니다"
뤼젤은 마수가 나타난 날. 언니의 아들이 사라진 날에 기사단 연구실에 기사 수술을 받고, 어제 밤이 되서야 나타났다.
통증 완화를 위한 약물과 기사수술에 쓰이는 약물들과 술식이 강했기 때문에, 부작용을 차단하려고 오래걸렸다고 했다. 
그리 오래걸린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찾으러.. 아들..아들이.."
바닥에 굴러 떨어진 언니가 바닥을 기고있다.
"죄송하단 말은 성미에 맞질 않아서 말이죠. 하진 않습니다"
리젤은 주방에서 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새하얀 앞치마를 두른 상태로 요리할때 쓰던 칼을 든 채로.
"끄..꺄아악"
"가볍게 눌렀을 뿐입니다. 너무 엄살부리지마세요. 엄살이 아니라 실제로 아픈거라면, 움직이는건 정말 무리입니다"
리젤은 발로 가볍게, 언니의 종아리와 옆구리 등을 눌렀다. 언니는 비명을 지르면서 더욱 납작 엎드렸다.
상처 회복을 위한 약과 마술로 피범벅이었던 손과 발을 회복시켰지만 일주일간의 피로는 회복되질 않았다.
무리했던 근육이 약간 만졌을 뿐인데 고통을 호소한다. 

"저와 마리씨를 믿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곧 찾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뤼젤은 어느새 무릎을 꿇고 앉아서 언니의 뺨을 잡고있다.

"우선 재웠습니다. 그리고 근육을 이완시켰으니 당장 깨어나더라도 움직이진 않을겁니다. 만족하시나요?"
"만족이라니?"
"아닙니다. 제 생각이지만 마리씨는 제가 이런 조치를 한것에 대해 굉장히 만족하시는 것 같아서요"
"지금 시비거는거야? 나도 지금 꽤 피곤해서 신경이 예민"
"하겠죠. 귀찮게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니까. 자 그래서 그 귀찮은 원인. 시논씨 아들은 어디있습니까"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시킨대로 일하는것 뿐이야"
"정말.. 그것 뿐 입니까?"
"그래"


-


"베니님 잠시 뵈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딱딱하게 하지않아도 되요. 들어오세요"
커다란 문을 열고, 그 문보다 조금 더 커다란 사내가 들어온다. 산 부족의 르플레지온이다. 근면성실함에서 따오려고 했지만, 풀뿌리와 헷갈려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의 다양한 사무를 담당하는 참모로 유능하고, 근면하다. 산 부족의 거인들은 유난히 덩치가 크기에 대다수는 현장의 전투원으로 발령받지만 이 거인은 달랐다.
"죄송합니다 베니님. 어느정도의 예우는 갖춰야 기강이 바로서기에. 용건은 이렇습니다. 섹터내부 기사단 은퇴자 거주구역 수색을 하던 오먼의 생체신호가 끊어졌습니다"
지금처럼 특히나 신경쓰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써주기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아아 그래? 그것외에는 별다른 정보는 없나?"
문을 열고 들어온 레죤(이름이 다섯글자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줄여서 부름)은 눈 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무릎을 꿇고 말한다.
"오먼의 정기보고내용을 취합하면 이렇습니다. 수색대상인 아스족 아이를 발견. 아이의 동선을 따라 추적중 인파에 휩쓸려 놓친 후. 한 장소에서 체류중. 이후 신호가 끊겼습니다"
"라타토스크의 작업은?"
"앞으로 일주일이면 작업은 완료입니다. 
"그래 문제가 발생하지않도록 철저하게 해주도록. 이건 작업의 속도보다 확실한 결과가 필요하다.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제대로 진행하도록"
"네!"
앞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기다려줘 시논..앞으로 일주일.. 일주일후라면 언제든.. 

"여보~ 나 왔 어~"
"아 오셨나요? 어땠나요 순방은? 부족장들과의 회의는 어떻게? 사오기로했던 선물은 잊지않았죠? 아 그래 오늘 저녁은 어떤걸로 할까요? 오랜만에 좋아하는 양고기로?
음 양들의 살이 오르질 않아서 별로일까.. 그래 소는 어때요?"
"잠깐잠깐~ 하나씩 말해줘 뭐가그리 급해"
"그야~당신이~ 며칠씩이나 집을 비우니까 그렇죠~ 어땠어요? 마누라 없는 해방의 시간은"
"아 정말 살만.. 아니아니 죽을것 같았어! 1분 1초도 버틸수가없었지. 회의도 최대한 단축해서 했다구!"
"그래그래 잘했어요~"
"아 깜빡할 뻔 했지뭐야. 선물이야"
"이건.."
"그래 산족 족장녀석한테 받아온거야. 이녀석 용케도 이런걸 잘 수습해뒀단 말이지"
"그래.. 고마워요.. 여보.. 저 잠시 잠시만 혼자있어도 될까요?"
"기꺼이.. 진정되면 찾아줘.. 오랜만의 친구를 보는거니까"


-


"으...으으 하앗!"
창을 뚫고, 침대 위에 매달아둔 캐노피를 뚫고 내 눈꺼풀까지 뚫고 햇볕이 닿았다.
여기는 섹터와 다르게 햇빛이 잘 닿지 않아서 그런지 항상 어둡고 햇볕이 비추어도 저녁놀같이 붉었다.
"한낮인가..."
나는 해가 하늘 가운데 우뚝 솟고 나서야 일어난 것이다. 남편은 먼저 방을 나간 모양이다.
남편이 어젯밤 놓아둔 상자는 손질된 갈색 가죽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람의 머리칼을 잡아채는 듯이 엉성하고 조잡하게 가죽의 윗동에 끈이 묶여있다.

나는 상자의 끈을 풀려고 했고, 순간 '조금만 있다가 봐줄래' 라는 남편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급할 이유는  무엇일까. 상자는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선물이라고 했지만, 항상 어디선가 쓸데없는 잡동사니를 가져와선 선물이라고 한 남편이다.
한번은 내게 다짜고짜 칼을 던져주었다. '좋은 칼을 구했다'라고 말하면서. 날붙이가 빙빙 돌면서 날아오는 건 조금 놀랐었다.
다치면 어찌하겠느냐고 한소리 하려던 나였지만, '정말 좋은 칼이네요'하고 솔직한 감상이 먼저 나왔었다. 칼의 몸은 검고, 날은 초록으로 빛나는 다소 특이한 칼이었다.

"베니님, 식사를 가져오겠습니다"
문밖에서 시종이 말했다. 거인 족은 전쟁포로로 잡아온 아이들을 재교육하여 시종으로 사용한다.
시종으로 교육받는 아이들은 대부분은 신원미상이다. 신원이 파악되는 아이들은 포로 교환금을 지불받고 돌려보낸다.
포로 교환금은 많든 적든 가리지 않는다. 지급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할 뿐이다. 이곳의 시종들은 굉장히 출생이 다양하지만 모두 버려졌던 아이들이다.
"나도 그렇지만..."

끼익 하고 문이 열리고 시종이 음식을 가지고 들어온다.
나와 같은 아스족인 시종이다. 시종의 머리는 하얘서 문득 
"얘 이름이 어떻게 되니?" 시논이 떠올랐다.


-

섹터 밖을 가고 싶어. 같이 가주지 않을래? 라는 말을 내가 했을 때 마리는 '어디를 가고 싶다는 거야?' 라고 말했다.
마리는 어떠한 불만도 말하지 않았다. 단지 귀찮아 보였을 뿐. 
'섹터 남쪽이라면 한 군데 아는 곳이 있습니다. 최근 기사단의 출동명령에 섹터 외부 남쪽에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마수에 의한 습격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아이 다섯 중 한 명이 사망, 두 명이 중상, 나머지 두 명은 찰과상 정도인 채로 발견됐다고 합니다. 안심하세요 당신 아들이 없어지기 몇 주 전 이야기입니다'
뒤 따라온 뤼젤씨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순간 안심했다. 그리고 곧 '내 아이가 아니구나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순간 자기혐오를 참을 수 없었다.

"안 좋은 생각은 그쯤 해주세요. 표정이 훤히 읽힙니다"
뤼젤이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마리와 뤼젤 둘은 섹터 밖은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준비가 전부 끝났으니 그만 멍하니 있고, 자리에서 일어나라...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번처럼 큼지막한 가방을 챙겨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맨손으로 왔다.

"장비는? 지난번에 큼지막했던 그 가방은? 마리는 뭘 하는데?"
내 물음에 뤼젤이 빨리 답했다. 
"마리 씨는 일회용 이동마술 진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방이 없는 건 공간조작형 보관마술 덕입니다.
민간에는 자세하게 공개되진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사용한 기술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게임의 인벤토리 같은 것입니다. 실제 가방이 없더라도 물건을 넣고 꺼내는 거죠. 
저기... 이해...하셨습니까? 애 엄마한테 이런 설명이 제대로 통할까는 의문스럽지만..."
뤼젤은 조금씩 걸어서 내 옆에 앉았다. 작은 게임기를 꺼내서 게임을 하면서.

"너무 아줌마라고 무시하는 거 아니니? 이래 봬도 아들이랑 게임도 하면서 공부한 게 있어"
"그렇게 공부까지 해야 하는 것입니까? 뭐 노력은 가상하다고 생각합니다. 방금까지 표정도 안 좋았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진정된 모양이네요"
뤼젤은 게임기를 작동시켜서 이리저리 휘적거리고 있다. 고장 난 건가? 요즘 게임은 다 저런 건가?
"으응...어느 정도는 진정됐어. 그렇게 정신없이 돌아다녔는데, 여전히 그 상태로 있을 순 없지. 아들을 찾으려면"
"다행입니다. 언제까지고 그렇게 한심한 꼴을 보일지 마리씨와 내기한 참이었는데 덕분에.."
"덕분에?"
"제법 돈을 벌었습니다."
"이것들이..."
"뭐 회복할 것을 믿고 있었다. 그래서 시기를 예상해본 것 뿐이다. 라고 생각해주십시오"
"그래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지"
"어느 순간부터 말을 놓고 계시네요. 자연스러워서 모를 뻔 했습니다."
"아줌마는 별수가 없거든. 편한 게 좋지 않겠어?
"좋을 대로 해주십시오."

바닥에 뭔가를 끼적이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던 마리가 갑자기 일어나 몸을 풀었다.
팔을 쭉 뻗고 기지개를 켠 다음 혼자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자 이제 조정은 끝. 두 사람이 노닥거리는 사이에 저 혼자! 일해서 이렇게 조정을 완료했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뤼젤의 게임기가 꺼졌다.
"아 네네 고맙습니다. 선배"
뤼젤도 기지개를 쭉 뻗었다. 게임기는 그새 사라졌다. 인벤?뭐시기라고 했었지? 신기하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도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
"이럴 때나 선배지?"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쓸모가 있을 때가 아니라면, 제가 선배라고 부를 리가 없잖습니까"
그대로 걸어서 마리가 끄적거리던 곳까지 온 나는
"그래그래 사이좋은 선후배들 알아먹겠으니 당장! 힉.."
발로 툭 건드렸는데 아무래도 잘못 건드린 모양이다. 바닥에서부터 빛이 올라오고 눈을 뜬 그곳은...
온통 어지럽게 물건이 늘어져 있는 폐허뿐이다.


- 인물 정보

이름 : 마리
현재 나이 : 23세
성별 : 여성
혼 ???, 애인 ???. 연애경험 ???회
직업 : 성기사단 현장직 가고일

백색 머리칼에 목덜미 까지오는 단발. 머리칼을 조금 길게 포인트를 주었는데, 오른쪽 귀 앞 목까지 내려온다.
눈은 붉은 기운이 느껴지는 갈색. 가슴은 미정(E보단 크다) 키는 179
과거에는 머리칼이 매우 길었다.
편한 것을 좋아한다. 싫어하는 것은 번거로운 것과 귀찮은 것. 이익과 수고로움을 재서 더 중요한 쪽으로 행동하는 효율주의 적인 면이 있다.


-


까앙- 까앙-하는 소리가 울릴 뿐. 트라이섹터 아래의 굴 파기 작업은 기다리기 너무 지루하다.
"젠장 난쟁이놈들 작업속도가 이렇게 느려서야! 우리 거인이라면 이렇게 몇 달간 질질 끌질 않았다고!"
거인족 애프리는 쌓아둔 돌을 걷어차며, 괜한 화풀이를 했다. 
"이것 보쇼 애프리 형씨. 위에서 내려온 명령 못 읽었어? 급한 거 아니라잖아. 우린 그냥 여기서 작업 진행되는 것만 확인하면 되는 거야."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던 거인 핸슨은 그래도 마음이 편했다. 귀찮은 일은 없었고, 단지 지루할 뿐이었으니까.
"아니 핸슨,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 너무 더디잖아. 계획대로라면 오늘 완공이어야 했다고. 저 녀석들 놀고먹는 꼴을 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걱정마쇼. 저 녀석들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프로라고 프로. 오늘 중에는 끝날 거야. 내일이 되기 직전이 되더라도 오늘 안에 끝나. 라타토스크 난쟁이들이니까"
"...라타토스크"
난쟁이들이 피땀 흘려 모은 돈을 모아서 만든 난쟁이들의 연합 '라타토스크' 난쟁이들은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이기지 못한 약자들이었으나 돈으로 극복해낸 것이다.
착취당했던 그들은 이제 정당하게 일하고 일한 만큼의 보수를 받는다. 의뢰받은 것은 확실하게 이루어내는 최대의 조직이 되었다.
지금은 거인족의 의뢰로 트라이 섹터 남쪽 지하에서 굴을 파고 있다. 

"받아먹은 만큼은 철저하게 일하는 난쟁이들. 그 덕분에 우리도 편한 게 많잖아? 성의 증축이나 개조, 여기의 작업도. 우리는 아무래도.."
앉아서 책을 읽던 거인 핸슨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른 거인 애프리의 어깨에 손을 툭툭 친다. 그러고는 손으로 밖을 가리켜 자리를 슬금슬금 옮긴다.
"소리가 크게 울릴 테니까. 아마 땅도 흔들릴 거고"
거인 핸슨의 말을, 거인 애프리가 이어받아 끝맺는다.
"그래 그렇게 잘 알면 느긋하게 기다리잔 말이지. 그래 이번에 집에서 이걸 보내줬는데 한번 보겠어?"
거인 핸슨이 품속에서 조그마한 상자를 꺼냈다.
"어떤 건데 그러나?"
거인 핸슨은 조그마한 상자를 열었고, 그 속에 있는 물건을 보여주었다.
"궐련(얇은 종이로 말아놓은 담배) 신품이지. 최근의 초 부족에서 새로 품종개량 해서 막 만들었다더군. 저쪽 공터로 가보자고 작업하는 와중에 흡연은 예의가 아니지"
상자 속의 궐련을 꺼내 두 거인이 하나씩 입에 문다. 
"이봐 난쟁이들! 너희도 하겠나?"
거인 애프리가 멋대로 말했다. 제법 거리가 멀어졌겠다만 난쟁이들에게까지 닿을 만큼 거인의 목소리는 컸다.
"어이 뭘 멋대로"
"가만히 있어 봐, 어차피 줄 생각도 없어"

"아...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맡은 일을 마무리 하고 나서라면 부탁하도록 하지요"
난쟁이들의 대표. 팀장격으로 보이는 난쟁이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쳇... 그래. 재미없기는"
거인 둘은 공터로 향했다. 그리고 궐련의 끝에 불을 붙여서 연기를 마셔대기 시작했다.


- 인물 정보

이름 : 베니
현재 나이 : ??세
성별 : 여성
기혼, 아이는 아직 없음. 

검은색 머리칼이 허리를 너머 허벅지 까지 내려온다. 어떤 사건 이후 몇년째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거인의 성에서는 드레스를 입지만, 거인의 성 밖을 나설때에는 제복을 입는다.
검은색과 하얀색 만으로 이루어진 제복을 입으면 길다란 검은 머리가 망토처럼 보이는 착각을 들게 끔한다. 
남편과 몇몇 거인에게만 착하며, 대부분에는 고압적인 태도.


-


"언니 혹시 여기 와본적 있어? 난 없거든? 섹터에서 8년 정도 살았지만, 여기로는 처음 와봤어. 이런곳이 있네"
"나도 처음이야. 이렇게 보니 정말 신기한걸..."
"...그러네요. 두 분은 다른 곳에서 오신 것 같은데 전 아예... 섹터내부에서만 생활했습니다...자료로 보던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차이가 크네요..."

"이렇게 큰...섬이라니..."
하늘에 떠 있는 섬 '트라이섹터' 하층 중층 상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대부분의 인간은 상층에 거주한다.
"섹터의 밖에서 보는 모습은 정말이지... 멋지네"
"그러게...아들한테 이야기 해줄 게 생겼네"
"... ..."

"저 아가씨가 감상에 빠져있는 동안에 저기부터 가보자. 느낌이 좋네 저쪽에 뭐가 있어도 있어"
"언니 갑자기 기운 넘치는거같아서 하는말인데, 무리는 하지마"
"응 무리 안해. 그리고 나 지금 기운 넘치는 건 맞아."
"걱정해서 이러는줄 알아?"
"그럼? 걱정하는게 아니면?"
"아니다 말을 말지. 가자 저쪽이라고?"
"어 그쪽 언덕쪽에 뭔가 보인거같거든?"
"뭐가 보인다는거야? 아무 수술같은것도 안받았을 사람이...눈은 뭘 어떻게 했길래 나보다 좋지?"
"천천히...! 조금마안... 조오..그음.. 후..."

"하아?"
"...쉿... 엎드려 언니... 그리고 지금부터 여기서 단 한걸음도 움직이지마...그렇지 않으면 언니 죽을수도 있어"
"어 그럼 쟤네가 돌 같은거 던져도 여기에?? 그런거 날아와도 여기에 있어야되는거면 나 완전 짜부(납작하게)되버린다?"
"그럼 납작해진 언니를 돌돌만다음 계란풀고 밀가루랑 반죽해서 바움쿠헨으로 만들거야"
"난 겉에 초콜렛 코팅해둔게 좋더라. 그렇게 부탁해"
"오케이. 그럼 우리 반죽언니를 반죽여줄 저 두 덩치랑 놀아볼까"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