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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게시물ID : sisa_8976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희짱
추천 : 1/10
조회수 : 1092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7/04/19 12: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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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있는 승부] 바둑에서 배우다

2017.04.14. 17:51
URL 복사http://blog.naver.com/ahncs0518/220983380344 

   
회사를 세운 후 CEO 입장에서 않은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한 신문사에서 바둑과 경영’이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요청한 적이 있다. 나의 바둑은 아마추어 1,2단 수준으로 바둑에 입문한 것은 의대 예과 2학년 때이다. 
  
바둑은 보통 잘 두는 사람 어깨너머로 배우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실전  이론 이 아니라 이론  실천’으로 바둑을 배웠다. 바둑을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먼저 서점에 들러 무작위로 바둑 입문서를 하나 샀고, 이어 포석, 정석, 끝내기 등을 책으로 익혀 나갔다. 아마 오십 권은 읽었던 것 같은데, 자주 보는 바람에 책을 모두 외워버릴 정도가 되었다.   


책을 통해 바둑이 어렴풋이 머릿속에 그려질 무렵, 현실감각을 익히기 위해 실제로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공부한 것이 전혀 소용없어 보였다. 10급에게 9점을 놓고 100집 이상을 졌다. 실전 감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꾸 두다 보니까 책을 읽어두었던 것이 큰 밑거름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으로 습득된 내공 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1년 후에 아마추어 1,2단 수준까지 오르게 되었다. 고향에서 기원을 운영하는 프로기사는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내가 바둑을 늦게 시작한 것을 알고 프로 못지않은 기재인데 하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내가 바둑에서 배운 경영원리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부분적인 이익보다 전체 국면을 보는 태도이다. 나는 장고파에 속하는데, 한 번 돌을 잡으면 어떤 때는 1시간 이상이 걸리는 바둑을 즐겼다.
 뚝딱뚝딱 두는 속도전은 내 성격과 맞지 않았다. 바둑이 그러하듯 인생이나 사업도 결국은 장기전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바둑을 배울 때 정석을 외운 뒤 몸으로 체화했는데, 그런 경험 때문인지 경영을 할 때도 이론을 체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캐즘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벤처기업의 마케팅에 적용되는 이론인데, 벤처기업 제품이 초기에 조금 판매된 후 대중적인 판매로는 잘 연결되지 않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것은 실리콘 밸리에서 태동한 이론인데, 한국의 벤처기업가들 중에는 이런 이론이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사업을 벌이다가 불안감에 휩싸이거나 낭패를 보는 것을 목격한 적이 많다. 
  
많은 벤처 기업가들은 미국 마케팅 기법이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하곤 한다. 어떤 이는 현실은 교과서와는 다르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초적인 이론도 안 익히고 무조건 시장과 맞서는 것은 정석을 모르고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 오히려 이론을 튼튼히 한 후 이것을 시장의 특수성에 맞춰 나가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라고 본다. 이와 관련해서 과거를 돌아보면 그나마 긍지를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에서 무료 소프트웨어로 출발해 유료로 전환하여 성공한 회사는 거의 없다. 인터넷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무료로 회원을 많이 끌어모았지만 수익 모델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그것을 극복했다. 
내가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그 사실 자체보다는 마케팅 이론을 다룬 교과서로 공부했고, 그 이론대로 접근해 결국은 해냈다는 점이다.
   
바둑 1급 정도 수준이 되면 정석대로 두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마스터하지 않으면 정석에 변화를 줄 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교과서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방법을 택해야 한다면 정답을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텍스트도 모르면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하면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셋째는 요소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전략이다. 바둑에서 요소는 승부처이다. 급소를 차지하고 있으면 바둑이 편해진다. 이런 바둑의 원리는 상대방이 먼저 뛰어들면 가장 타격이 큰 곳은 내가 선점해야 한다는 지혜를 주었다.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한 후 유관 영역으로 조인트 벤처를 만든 것도 그런 맥락이다. 

바둑판과 알을 보관하고 있다. 대학시절 바둑대회에서 우승하여 받은 상품이다. 지금 그것은 철저히 추억의 물건이 되었다. 장고를 해가며 바둑을 둘 여유가 아예 없기 때문인데, 먼 훗날 은퇴를 하면 그제야 제 역할을 할 것 같다. 

  안철수 블로그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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