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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네 생각이 났어.
게시물ID : animal_1799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항상봄빛인생
추천 : 14
조회수 : 988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7/04/22 2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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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미세스 카탈로그.

안녕? 너랑 함께 살고 있는 사람 중 여자를 맡고 있는 봄빛이야.
니가 남자 사람 무릎 위에 앉아있으면 "내 남편을 빼앗아 가다니, 이 요망한 도둑고양이 같은 것!"이라며 썰렁한 농담을 던지는 그 사람.
듣는 순간에는 그게 뭐야 싶겠지만, 나중에 혼자 있을 때 웃길거야.

나에겐 첫 고양이라 부족한 점이 많은데, 끈기와 아량으로 이해해주니 항상 고마워.

뜬금없이 너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오늘 외출했다가, 문득 네 생각이 났기 때문이야.

아까 낮에, 오래된 베개를 바꾸러 쇼핑을 갔어.
계절이 바뀌는 시기라, 가게에는 봄여름용 침구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더라.

마침 덮는이불 커버도 바꿀까하던 차여서 나도 구경을 했어.
우리랑 같이 사는 남자사람, 내가 남편이라 부르는 그 사람이 함께 갔다면 그렇게 천천히 구경도 못했을거야. 
그자식은 이불 커버에 디자인을 따지는 걸 이해를 못하거든. 맘같아서는 신문지 몇장만 던져주고 싶어.

기왕 사는 거, 조금 비싸도 몇년 전부터 사고 싶었던 린넨 원단으로 할까, 
상큼한 디자인의 코튼 원단으로 할까 두근두근 하면서 살펴보고 있었어.

기분좋게 까슬거리는 감촉을 손으로 느낀 순간, 니 생각이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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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밤마다 나와 남편 사이에서 잠을 자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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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에는 이불에 폭 싸여 낮잠을 즐기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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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까슬거리는 이불커버는 삼일을 견디지못하고 네 털로 가득하겠구나...


기억나? 너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 그 때 쓰던 순면으로 된 까는이불 커버가 며칠 안가 털투성이가 되었던거.
그거 청소기로 빨아내다가, 청소기 머리부분 고장나서 AS도 받고, 결국 그 이불 버렸잖아.
그래서 털방지 기능 있는 제품을 구입했던 게 일년도 안된 일인데 그사이 깜빡 잊어버렸나봐.
그래도 내가 경험을 통해 배운 게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하마터면 큰 실수를 할 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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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슬까슬 린넨 이불커버따위 안써도 돼. 너랑 함께 눈뜨는 아침만으로도 충분해. 
하긴, 날이 좀 더 더워지면 넌 우리 자는 곳 근처로도 안오겠지.
이불 안으로 파고들지 않는 계절이라해도, 네가 이 집안에 있는 이상 너의 털들은 모두 이불커버로 모여들테니,  미련은 접었어.


기왕 편지 쓰는 김에, 한가지 부탁할 게 있어.

요즘 네가 무릎위에서 그르렁 거릴 때 네 발톱에 긁혀서 내가 지르는 비명, 너한테는 안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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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엔 옷이 두꺼워서 괜찮았는데, 이제 좀 참기 힘들어.


그러니 이제 발톱 깎자. 네가 싫어하니까, 하루에 한개씩만 깎을게. 

맨날 귀청소하고 치석제거제 바르고 빗질하는 것도 귀찮은데 한동안 잠잠했던 발톱깎기까지 시작된다니 짜증나겠지만,
내가 너랑 살며 포기하는 게 있듯, 너도 포기해야할 것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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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나 나나 이딴 인간들이라 너도 고생이 많다만, 앞으로도 이렇게 알콩달콩 살자.

안녕!
출처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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