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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다는걸 인정하는게 생각보다 어렵네요
게시물ID : gomin_17044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해물치즈만두
추천 : 1
조회수 : 39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5/13 00:08:08
넋두리좀 하려고 합니다.. ㅠㅠ

회사생활 시작한지 1년하고 한달이 더 되었네요

고등학교때 까지만 해도
그냥 대학교 잘 가야지 하면서 공부했었고..
대학교 들어갈땐 뭘 하고싶은지 모르겠어서 점수맞춰서 경영대를 갔습니다
대학교 졸업할때 쯤 아버지께서 당신이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대학원을 다녀오는게 좋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대학교도 점수맞춰서 간 놈이 무슨 공부를 더 하고싶어서 대학원을 가겠습니까...
처음에는 반대했었는데, 아버지께서 워낙 강하게 주장하셔서
그럼 원서만 넣어보고 떨어지면 바로 취직하겠다.. 고 말씀드렸습니다
근데 왠걸..... 대학원에 붙어버렸습니다;;
(학점이 3점 턱걸이 수준이라 당연히 안될줄알았는데..)

여튼 그렇게 대학원까지 스트레이트로 쭉 나왔습니다.
그리고나서 4학기가 되어서 논문쓰고 동기들처럼 취직준비를 했죠..
전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동기들이 넣는 회사에..
그냥 전공 관련 중소기업에 이력서를 몇개 넣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또 우연히 그 중 하나에 합격했습니다.
대학원 졸업하고나서 2개월만에 첫 직장을 구했죠..
좀.. 의도치않게 삶이 순탄하게 흘러간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 전공의 기업들이 항상 사람이 부족하고
어렵고, 야근도 많고 등등.. 그런 환경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긴 하지만요.

여튼 그렇게 취직 후 1년 정도를 쭉 다녔습니다.
좀 힘들긴 했지만 처음에는 다닐만 했었고
그냥 계속 이쪽에 다니다가 나중에 이직 할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알고보니까 이게 다닐만한게 아니었습니다... ㅋㅋ
제가 일하는 회사의 부서 특성 상
전체 업무의 한 70%? 정도를 차지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쪽에 매우 취약합니다...
처음에 할만하다고 느꼈던건
말 그대로 전 신입이었기 때문에 팀장님이나 선임들이 배려해주고 많이 도와줘서 그런거였습니다.
작년 말이 한 6개월차였는데..
그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전혀 일이 익숙해지지가 않고
거의 신입때 그대로인 수준입니다. 지금도요..

일이 어려워서 그런거 아니냐... 하면
힘들긴 합니다. 야근/철야는 기본이고 주말근무도 나오고
이번 5월 연휴때도 하루빼고 계속 일했었으니까요.

근데 저랑 같이 입사한 대학원+회사 동기는 저랑 다르더라구요
원래 센스가 좋고 열심히하는 사람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차이날거라곤 생각 안했었는데.. 차이 많이나더라구요 ㅋㅋ
그 동기는 벌써 새로 들어온 신입 대상으로 제가 어려워하는 일을 가르쳐주고 조언도 해주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선임들 도움 받아서 똑같은 일 하고있구요..

이번에는 제가 제 업무를 일정 내에 마무리를 못해서
우리팀 고참 한명, 옆 팀 고참 한명이 붙어서 같이 새벽까지 일해서 겨우 도와주고 했었습니다.
하.. 이게 진짜 버티기가 힘들었습니다.

저 혼자 힘든거면 뭐 내가 못해서 그런거니까.. 하겠는데
저때문에 괜히 선임들까지 그냥 야근도 아니고 새벽 3~4시까지 작업하고..

근데 이게 이번만 그런것도 아닙니다
작년부터 비슷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어요
물론 철야하고 그런거까진 아니지만
제 업무 도와준다고 다른사람들 시간 뺏기고
저는 제꺼 빨리 끝내고 팀 업무 다른거 도와드려야 하는데
다른 업무는 커녕 제것도 못끝내니....
팀에 0.1인분을 하는게 아니라 -0.5~-1인분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진짜 하고싶었던 일이라 즐기면서 할수도 없구요.

그래서 결국 팀장님께 상담신청하고 얘기를 좀 나눠봤습니다.
요즘 일이 너무 힘들고 다른사람한테만 폐끼치는것 같다...
1년을 했는데도 나아지는게 없다...
솔직히 지금 팀 인원이 부족해서 엄청 바쁜것만 아니었으면 나갔을거같다...
팀원들한테 너무 미안하다.. 등등

팀장님도 뭐 저때문에 고생하신적 많으셔서 그냥 허허.. 웃으면서 들어주시더군요
근데 전 그냥 힘들다, 그만두는게 맞지않겠냐 등을 상담하러 들어갔던거라서
정말 별 감정 없이 얘기하는거였는데
이상하게 엄청 울컥하더라구요.. 목소리도 떨리고

저는 평소에 자존감이 되게 낮은편이라서
제가 부족하다는걸 알고 있었고 인지하고있었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떄문에 괜찮을줄 알았어요.
뭐 난 원래 잘하진 못하니까 어쩔수 없지.. 이런생각이었는데...
거기다가 오히려 요즘 너무 힘들었어서 이렇게 말하고 나간다고 하면 기쁠 줄 알았습니다
전혀 아니더라구요

내가 이렇게 못해서 팀에 민폐끼치는거같다
죄송하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평소에 눈물이 많은편도 아닌데
자꾸 눈물나려그래서 삼키고...

그날 상담 결과는
어쨌든 팀장님도 제가 힘들어하는거 알고 계셨고
안그래도 그 건에 대해서 다른분들과도 이야기 몇 번 하셨던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당장 일이 엄청 밀려있으니 지금은 결정을 내릴수가 없다고 하셨구요.
저도 당장 맡은 일이 많아서 당장 나가려고 상담한건 아니었으니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기분이 싱숭생숭해서 잠시만 앉아있다가 나가겠다고 말씀드리고
팀장님은 먼저 일때문에 자리로 돌아가셨습니다.
회의실에 혼자 앉아있는데 왜그리 서럽던지... ㅋㅋㅋ..

위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
내가 잘 못하는걸 이야기한다 그래도 별 감흥 없을줄알았는데...
울컥울컥 하고 ㅋㅋㅋ 그러다 나왔습니다..
부족하다는걸 인지하는거랑
남들 앞에서 인정한다는게 이렇게 큰 차이인줄은 처음알았네요.
'평소엔 제가 잘 못하니까 어쩔수 없죠 하하..' 이런식으로 자조적인 농담도 했었는데
그거랑 진심으로 얘기하는거랑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뭐 여튼 결과적으로는..
팀장님께 제 의사도 전달드렸고 팀장님도 충분히 이해하시고 계시니까
당장 바쁜일들만 해결되고 나면 아마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이후로의 계획은 전혀 없습니다만..
퇴사 후 한 1년 정도는 월급은 좀 적어도 6시에 퇴근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서(사무보조나 알바 형식으로라도..)
6시에 퇴근하고 그동안 찐 살 뺄겸 운동하고 게임도 하고 적성도 좀 찾아보려고 합니다(내년이면 30인데.. ㅠㅠ)

전 제가 진심으로 뭘 하고싶어하는지 아직 찾지 못한거같아요.
1년 안에 찾을 수 있겠냐.. 라고 한다면 또 모르겠습니다.
29년동안 못찾은걸 1년동안 찾을 수 있을까요..?

컴퓨터랑 게임을 좋아하니 관련 직업을 찾아볼까 싶긴 한데
노느라 좋아하는거랑 일을 하는건 또 다르겠죠..
프로그래머 쪽도 생각해보고 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학원을 다니든 책을 사서 기초부터 독학을 해보든간에 여튼 해보긴 하려구요..

이쪽 길도 아니라면 다른 적성을 찾아보던가
아니면 일본에 있는 프리타족? 이라고 하나요?
결혼 등은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먹고 살면서 혼자 살아가는걸로 알고있는데
그쪽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있구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아르바이트만으로는 불가능할테니
그냥 일하면서 연애/결혼 등을 포기하고 혼자 살아가는 쪽의 개념이 되겠지만요

글 쓰다보니 생각보다 앞뒤도 하나도 없는 글이 꽤나 길어졌네요..
일단 내일도 출근해야 하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러가봐야겠습니다..
다들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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