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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억 짜리 그림이라는 게시물을 보고 글을 써 봅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15464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뚜루뚜똬똽
추천 : 2
조회수 : 262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05/13 19: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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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색면추상이나 현대의 작품과 그 가격만 올라오면 '부자들의 탈세수단' '그들만의 리그' '돈 장난'이라는 식의 댓글은 언제나 많이 올라오네요..

물론 이해받지 못 할 물건 하나가 상상하지 못 한 금액으로 거래된다면 분명 거부감이 들 수 는 있어요..
또, 현대 미술에서 경제적인 부분으로 어두운 측면도 부정할 수 없고요. 

하지만 종교적인 의미로 영혼을 담은 그림을 그린 작품이 호화 레스토랑에 걸린 사건이 방아쇠가 되어 자살까지 한 작가의 작품을 '줘도 안 가진다.' '나도 하겠다.'라는 식의 매도는 아무리 고인이 되신 분이라 하더라도 보고 있기에 마음이 아파 댓글을 적게 되네요..

캔버스와 물감만 있으면 누구나 저렇게 칠할 수 있지요. 
하지만 템페라 기법을 적절히 혼용하여 새로 창출한 저 작가의 안료기법은 아직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색에 관하여 엄청난 연구를 한 것이지요. 
그리고 양식면에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작가이고요. 

어느 시대의 대표 작가는 200억이 아깝지 않은데 어느 시대의 대표 작가는 200억이 아깝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나요?

또 저 그림을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받았는지 알려고 하지 않은 채 저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쉽게 매도할 수 있나요?
우리 취존이라는 말 많이 하잖아요..
돈 때문에 구입을 하는 부자들도 많겠죠. 
하지만 저 작품이 전시될 때 한 순간이나마 실물을 보고 위안을 받기 위하여 몇 번이나 전시장을 찾은 사람도 있습니다. 
저 작품을 느끼는데 드는 비용이 한국에서는 비싸야 (한가람 미술 기준으로) 2만원이면 되는데 이렇게 까지 조소를 받을 일인가 싶습니다. 


현대미술은 말 장난이라고 하신 댓글도 보아서 변을 하자면..
누구나 비슷하게 칠을 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칠한 작품을 들고 10여점 이상을 엮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각종 공모전에 냅니다. 
운 좋게 갤러리에 컨택을 하여 전시를 하게되면 (그 와중에 처음 전시를 하는 작가들을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갤러리는 왜 그리 많은지..)
몇 명이 될지도 모르는 관객 앞에서 비판받을 수 있는 일을 일생을 걸고 반복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그들의 철학과, 자신만의 세계를 모든 사람들에게 이해해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쉽게 타인의 인생을 담은 작품을 쉽게 폄훼하는 것은 작가의 인생에서는 슬픈 일일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글을 적는 이유는 저 또한 저런 예술을 하는 사람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 저 사람의 그림으로 자해를 멈추고, 뜨겁게 눈물을 흘린 적이 있는 사람이여서 이기도 합니다. 



이해받지 못 할걸 알면서도 저에 대해서 적자면,
저는 일반적인 삶을 작업을 위해 포기했습니다. 정기적으로 받는 월급, 적절한 인간관계, 여가생활, 안정된 노후 등등이요. 
물론 안정적인 삶을 꿈꾸고 있지만 가슴속에서 뭔가 미어지고 설명 못 할 그런 감정과 이미지들이 떠올라 작업을 안 할수가 없더군요.. 
항상 떠오르는 이미지들 때문에 가슴이 아파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면서도 마음으로 그 그림들과 떼어놓을 수 없어서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어요. 
근데 제가 이렇게 작업을 한다고해서 제가 주목을 받고, 부자들이 이 작품으로 돈 놀이라도 해준다는 보장이 없어요. 
계속 이 일을 한다고 연차가 올라서 뭔가 더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지요. 이름 값이라는게 시간이 지난다고 생기지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설명하고 비판받을 준비를 하며 작가노트를 쓰죠. 
스스로 조금이라도 견디기 위하여. 

그러다가 혹시라도 누군가 몇 일 밤을 새워 그린 제 그림을 사주신다면 세상 감사한 마음만이 들거예요. 
내 그림이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죠. 작가들에게 부자들의 세계는 모르는 일이죠. 
미술시장에서 돌고 돌아 저 가격이 되는 것이지 정작 작가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생각보다 적거든요. 


현대미술에서 아마 많은 작가님들이 이렇게 작업을 했을 것입니다. 
일생이 어떻게 될지 일말의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말로 하지 못 하는 어떤 감정들 때문에 작업을 합니다. 
그러다가 일생이 바스러진 채 끝나는 작가들은 더 많고요..

그런 인생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너무 가볍게 경제논리로만 폄훼하지는 말아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부끄럽지만 적어봅니다. 


또, 경제논리에 따라서 단순히 탈세하기 좋아서 아무 그림이나 부자들이 사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부자들은 그림을 살 때 큐레이터들을 대동하고 결정을 합니다. 구매하는 그림이 정말 가치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요. 
얘기를 들어보니 연예인 탑씨도 개인 큐레이터가 있다고 하더군요. 
큐레이터들은 미학, 미학사, 예술사, 미사, 큐레이터학, 박물관학, 역사 등을 공부하시고요. 


마지막으로 이런 작품들이 일반 시민들의 삶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극단적인 예술의 스펙트럼 어딘가에서 영감을 받은 좋은 디자인의 제품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좋은 디자인은 예술의 연장선이지요. 


이 긴 글을 몇 분이나 보고 공감을 해주실지도 모르겠고..
'네가 선택한 길을 어쩌라고?'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매일 울면서 작업하면서도 이쁘고 경쾌한 그림은 제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없어서 결국 수없이 고민만 하고 또 같은 작업을 하는 작가의 넋두리라고 봐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매일 로스코가 자살을 하기 전에 그렸다는 그림 프린트를 침대 옆에 붙여놓고 바라봅니다. 
작품에 대하여 그렇게 뜨겁게 타오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허울뿐인 작업을 하지 않으려고요..
그리고 그런 강박에 가까운 마음으로 작업을 했을 로스코를 매일 생각합니다. 

작가에게 작품은 자식이라는 표현보다 저는 제 일부분, 저의 인생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로비의 수단으로 쓰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지, 작품은 작가 그 자체인데.. 그런 작품을 '나도 하겠다.' '줘도 안 가짐' 같은 표현은..
'키보드 뒤에 사람있어요' 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비판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글쎄요..
저 작가의 작품 크기는 대부분 150호 (227x181cm)정도의 대작들이 많은데.. 
색과 매체는 상관 없으니 한 번이라도 그 면을 색으로 채워보시는 경험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너도 한 번 얼마나 힘든지 겪어봐라' 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고요.. 그 노동의 중간에서 오는 명상에 가까운 평화로움이 미워하는 마음을 조금 안정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컬러링 북의 조금 큰 버젼인데 자유롭게 컬러링 하는 거지요. 




이 세상 작가들의 수만큼 다양한 방법과 생각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무작정 이해해 달라는 뜻은 아니지만 마음을 내려놓으시고 데이트하시면서, 카페나 서점이나 어딘가를 가실 때 갤러리나 미술관이 있다면 주저마시고 구경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갤러리는 무료로 운영되니 그냥 슥-들어왔다가 슥-구경하시고 나가시면 됩니다. 
보통 수요일에 오픈을 5시쯤 하는데 간단한 다과도 많이 준비하니 같이 즐겨주세요. 
와 주시고, 작품을 감상하러 와 주시는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이니까요. 
막 몇 시간씩 본다?? 그런 작품은 저의 인생에서 손에 꼽는 것 같아요. 
페어에 가면 그냥 걸어가면서 훑어보는 거지요. 내 마음과 맞는 작품을 찾기 위해..
좋아하는 음악이 있고, 책이 있듯이 좋아하는 작품도 있다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잖아요?


덧붙이자면.. 요즘은 미술에도 다 세금 붙는답니다:)
출처 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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