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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대 졸업생인데, 선생님 되기 싫어요. 하소연 좀 할게요
게시물ID : gomin_17075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은향월
추천 : 0
조회수 : 2173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7/05/31 23: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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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시작하기 전에 부연설명 좀 할게요
주변에 교대, 사범대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그냥 하소연입니다. 글 길어요 죄송ㅎㅎ


교대: 예비 초등학교 선생님이 다니는 곳. 나랑 상관없음
사범대: 예비 중고등학교 선생님이 다니는 곳. 내가 이거 졸업함.

※ 임용고시에 합격해야 정식 교육공무원이 됨. 
졸업했다고 바로 선생님은 아님.
기간제 교사로 근무할 수는 있으나, 계약기간 끝나면 나가야됨
=================================================

안녕하세요
지방 국립 사범대학을 졸업한지 좀 된 25살 여자사람입니다.

하하 부끄럽지만.
교사가 되는 정규과정을 거쳐갔는데도,
저는 막상 그 직업이 내키지 않네요.

전 사실 간호학과나 생물학과를 가고싶었어요.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여자 직업으로는 교사가 최고라며 그냥 사범대를 고집하셨습니다.
대학 진학을 앞뒀을 때에도 교사 되기 싫다면서 부모님이랑 싸웠는데 결국 졌어요ㅎ.ㅎ
제가 사범대에 진학했던 것은 순전히 부모님의 선택이었죠ㅎㅎㅎㅎㅎ

암튼 뭐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냥 가서 열심히 하긴 했습니다.
교수님이 강의하시는 것들 잘 배우고, 친구들이랑도 친하게 지내고..
중간중간에 과탑도 해보고 과대표도 해보고..
교수님께서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그냥 선생님될꺼라고 영혼없이 대답하고
(선생님 안될꺼라고 하면 왜 그러냐고 시선집중되며 여기저기서 예민한 질문 막 해댐.)
휴학없이 4년을 쭉 달려서 빠른 졸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임용고시를 두 번 쳤었는데 최종 합격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합격 가능성이 있는 점수가 나왔습니다.

..이까지는 겉보기에 괜찮죠?

근데 있잖아요. 아무래도 저는 교육직에 대한 열정이 없어요.
성격도 꽤 내향적이라서 교사에 적합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외모도 좀 어려보이는 인상이라(예쁘다고는 안했다) 애들 휘어잡으려면 남들보다 고생 좀 해야되요

학점 그거는 그냥 교육학이나 전공이론같은거 무식하게 외우기만 하면 잘 받는거에요
주입식 교육. 딱 그거. 그거 머릿속에 잘 주입하면 되요

수업시연도 어차피 연습 수업이니까 실제 수업보다 어렵지는 않아요.
열정있는 교사인 척, 수업시간동안 연기만 좀 하면 되요.

교육봉사는 졸업요건 채우려고 + 그냥 남들 다 해서 했던거에요. 
애들 가르쳐보긴 했는데 큰 보람은 못느꼈어요
소소하게 해봤던 편의점, 빵집 알바가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을 정도로?

교생실습때도 무난무난하게 맡은 일만 하고 슥 넘어갔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실습때 항상 '오늘은 우리 반 애긔들과 어떤 추억을 만들어볼까>_<'라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지도교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까, 수업 지도안을 어떻게 짜야되나'라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아요.

아니 뭐 그냥 다 필요없고
제가 이 길을 걷기 싫습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이에요.
발이 아파서 피가 나는데 주변 사람들이 계속 걸어가라고, 아니 뛰어가라고 넌 할 수 있다고 재촉하는 느낌?

사범대 특성상, 임용고시를 합격해서 정식 교사가 되지 않는다면
기간제 교사생활을 하며 방황하거나 계속 책상 앞에서 고시생으로 살아가는데 일반적인데
더 이상은 도무지 임용고시를 준비할 의욕이 생기지 않아요..
절실하게 원하고 바라면서 노력해도 힘든데, 이렇게 심적으로 삐걱대니 잘 될리가...
가뜩이나 1년에 한번뿐인 시험이라서 한번씩 준비할때마다 심적 부담이 심하네요ㅎ.ㅎ

사회생활을 거의 안해본 사람의 철없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같아서는 당장 지금이라도 교사의 길을 포기하고 회사에 취직하거나 
학사편입을 해서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간호학과에 가고 싶습니다.
많이 늦은 감이 있긴 해도, 가서는 진심으로 열심히 할 자신이 있는데....
가서 고생 좀 하더라도 내 정체성은 뚜렷하긴 하니까 그걸 감안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이때까지 모아둔 돈으로 한 학기 등록금 정도는 낼 수 있을 것 같고
방학때 일 좀 하면서 등록금 모으면 부모님 손 안빌려도 될텐데..
...몰래 다른 공부 해볼까요
참 이것도 애매한게.. 빨리 결정 안하면 나이 또 먹어서 난감해지고ㅋ.ㅋ

부모님 좀 설득해보고 싶은데..
하필 얼마전에 대통령님께서 교육공무원을 많이 뽑겠다고 하셔서 
부모님께서 제 임용고시 합격을 잔뜩 기대하시네요 ㅎㅎㅎㅎㅎ...........설득 난이도 급상승..^^
휴 엄마아빠 미안..


그래도 여기서라도 털어놓으니 좀 낫네요.
쓴소리여도 괜찮으니 뭐라도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방황하는 청춘들 모두 힘내세요.
언젠가는 아무 걱정 없이 깊은 잠을 푹 자는 나날들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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