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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
게시물ID : gomin_17080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락숙회
추천 : 6
조회수 : 45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6/04 15:45:43
이개월동안 연습하던 연극 막판에 대사있는 엑스트라가 빠져서 내가 채우게 됐다. 

 그리고 오늘은 네살어린 후배에게 공개적으로 일주일동안 대사 두줄(사실 네줄이지만)도 제대로 못외우냐고 비웃는걸 듣고는 말한마디 하지 못하다가 동기가 정색하고 그만하라고 핀잔을 주고서야 그 비웃음을 멈추는걸 바라보았다.  

내성적인 성격에 오랜 우울증, 불안장애에 자연스러운 소심함과 무대 공포증.. 사실 대사는 외웠다, 무대앞에 서면 머리가 하애지는것 뿐.  

그래도 나름 열심히해서 감독에게도 칭찬받고 인정받아서 대사없는 엑스트라에서 대사있는 엑스트라로 옮겨졌다고 꼴에 뿌듯해 했었다. 

 근데 실상은 설사똥, 연습기간 내내 친구도 못사귀고 겉도는 내가 한심하다.

그 애는 내가 이 연극에 참여하기위해 했던 노력, 매번 무대에 오를때마다 무대뒤로 숨고싶은 마음, 무대위에서 밝게 웃는 연기가 끝나고 집에와서 오늘 그 아이가 내뱉은 말들에 훌쩍거렸다는 사실 같는거는 꿈에도 모르겠지? 

 사람들과 소통하기, 당당해지기, 이런거 진짜 노력한다고 나아지는걸까?   더 나아가 내가 정말 이대로 사회에 나가면 제대로 인간구실이나 할수있을까? 거의 모두가 생각없이 시퍼렇게 날이 선 말들을 아무렇지않게 끝임없이 내뱉는 사회에서? 

 ..그래도 그나마 이런 신세라 나는 말을 경솔하게 하지 않.. 아니 못한다. 

말이 줄수있는 아픔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 사람의 성격과 상황, 이 말의 필요성, 내 말이 그 사람에게 미칠 영향과 만약 내가 이 말을 들었다면.. 이라는 시나리오를 거쳐서 어렵게 입을 떠난 말들을 누가 알아주는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이렇게 오늘도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내며 어떻게든 하루를 살아낸것 같다고 위로한다. 
출처 어디 딱히 털어놓을데도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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