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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랜에 대한 생각이 바뀐 과정과 그러면서 깨달은 것들
게시물ID : science_642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상너무식기
추천 : 2
조회수 : 972회
댓글수 : 150개
등록시간 : 2017/06/07 05: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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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합리적 사고를 지향합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귀차니즘이 더 강해서 문제입니다.그렇기에 더 플랜을 보면서, 개표 과정이 영 찜찜하고 조작 의혹이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됐습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영 찜찜한 구석이 없었던건 아닙니다.


찜찜 1. 어차피 분류만 자동이고 확인은 다 하는데 결국 확인하는 속도만 제대로 하면 되는거 아닌가?  

-> K값이고 나발이고 눈으로 확인할 때 제대로 보기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 미분류표만 확인 하는 것도 아니고 표가 증발했다가 다른걸로 대체되는 것도 아니다. 영화상에서 지적한 '너무 빨리 지나가서 확인이 제대로 안 되는 것'만 수정하면 모든게 해결된다. 그리고 실제로 선관위에서 속도를 줄인다고 했을때 더 이상의 의혹은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물론 K값에 대한 궁금증은 남아있었지만....

 
찜찜 2. k값이 1.5가 나올 수 있는 경우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임의 추출이 아니기에,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조작했을 가능성 보다는 원래 그러한 경향성을 띨 가능성이 더 높다)


-> 영화상에서는 상관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지만 사실 편집된 자료를 보여준거지 실제로 확인을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당시 확신을 할 수는 없었죠. 그렇지만 귀찮아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일단은 받아들였습니다. 유의미한 지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지금 드는 생각은 김어준은 원래 이쪽에 약하든가, 아니면 주장을 위한 비약을 서슴치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수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동조를 하게 됐으니깐 본인 의도에 비추어 본다면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죠.

  
찜찜 3. 여기에 동의하는 전문가는 왜 한 명 밖에 없는가?


-> 적어도 논문에 대한 반응을 체크해 볼 수 있을텐데 '원래보다 촉박한 시간에 개봉을 했어야 했다'는 명목상에 어중간하게 돼버렸습니다. 



뭐 어쨋든 비록 의혹일지는 몰라도 나름 강력한 의혹이고 여기에 대한 해명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게 사실이라면 영영 못 밝혀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역시 이래서 음모론은 편리하고도 강력하다는 생각 역시 들긴 했지만요.)

베오베에 슬슬 K값에 대한 과게 반박글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약간의 확신 같았던 것들이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강력했던 것은 '더 플랜에서 제시한 손떨림설에 대한 반박은 부정확하다'는 내용 혹은 그와 비슷한 내용의 글이였습니다. 결국 영화가 가장 강력하게 내세운 K값 주장에 대한 근거가 잘못됐다는거죠.


그러던 와중에 과게에 글을 한 번 썼다 지운적이 있습니다. 글이 중구난방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에게 '의도는 좋았다' 라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지더군요. 뭐 저는 그런 주장을 하려던건 아니라 좀 당황스러워서 글을 지웠지만 속으로는 혹시 나도 어느정도는 그렇게 생각하던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때 하려던 말을 지금의 생각으로 다시 정리하자면 이겁니다.


"더 플랜은 원래 했어야 했던 주장을 넘어섰다. 투표함을 지키고 개표 확인만 제대로 하자는 취지였으면 됐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우선 그러면 영화를 만들기에는 부족하니깐. 
만약 K값에 대한 확신이 있었더라면 그건 전문성과 정밀함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만약 K값이 1이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취약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건... 편법을 저질러서라도 상대를 이겨야겠다는 마음 때문이겠죠. 

솔직히 말하자면 그게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더라도 잘못됐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합리적 사고라는 가치와 정치적 사상의 가치의 충돌이죠. 그리고 이 부분이 아마 지금의 논쟁에 있어서 결정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객관적 사실과 그것을 입증하는 근거 및 방법론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취급하는 과게와 썩어빠진 정치판과 그것을 둘러싼 언론 및 기타등등의 적폐를 청산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게. 특히 노무현을 잃고 어떻게든 문재인을 지켜낼 것이라는 '절대적 지지선언'을 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객관적 사실을 수호하는 사람 마저도 적이 될 수 있는 노릇이죠. 아마 이 지점이 과게인들이 '종교적'이라고 느끼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생각을 바탕으로 받아들인 더 플랜의 내용은 가장 강력한 선입견 처럼 작동합니다. 애초에 그 내용을 검증할 필요성 보다는 그 내용이 사실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더욱 강력하달까요.

시게인의 입장에선 절대적 지지를 철회하지 않으면서도 이 딜레마를 극복할 방법이 존재합니다. 더 플랜에 대한 지지를 김어준에 대한 지지로 바꾸면 될 뿐입니다. 더 플랜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는 없지만 더 플랜 이외의 김어준에 역할에 대해선 동의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인물에 대한 평가가 흑백에 가까운 성향상 힘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람이 다 완벽한건 아니고 그건 김어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특히 과학이나 학문 쪽에서는 황우석 건도 있고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비록 이번에 틀렸다고 하더라도 김어준이 하는 역할 자체는 필요합니다. 단지 그 의혹의 정밀성을 향상시키면 될 뿐입니다. 그 역시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겠죠.

그래서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저 절대적 지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서로 평행선을 달리며 스트레스를 받을 뿐이죠. 즉 데이터 얘기를 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고, 김어준이 틀렸다는 얘기가 꼭 우리가 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죠. 그게 되지 않는다면 결국 K값에 태클을 거는 행위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발버둥으로 해석될 뿐일겁니다.


마지막으로 과학 게시판으로 대표되는, 이 논쟁에서 더 플랜의 주장을 반박하다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발암물질에 기여했던(글삭튀) 사람으로서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한 행동은 아니지만 알바몰이라든지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 대신 사과드립니다. 여러분이 사실을 위해 싸우듯 그들은 또 다른 사활을 건 싸움을 하다보니 그런라고 대신 변명해봅니다. 단지 하나의 길목에서 잘못 만나 서로 싸울 필요 없는 사람들이 적이 돼버린거죠. 



이상입니다. (이번에는 본삭금이라 조금 무섭네요.) 

 

근데 씨발 이게 다 야당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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