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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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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나는살아있어
추천 : 0
조회수 : 3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6/10 18: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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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게 말했다. '소유'하고 싶은 것 아니냐고.
보드라운 가슴 한가운데를 찔린 듯 그저 이음절뿐인 그 단어가 매서웠다.
어떤 생각에서 벗어나려거든 벗어나려는 그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가.
그렇다. 나는 너를 '소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내가 못내 애잔하고 바보같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소유'하고 싶지 않기로 했었다.
가지고 있으므로 확실해보이는 소유가 주는 안정감이란 불안의 다른 얼굴이다.
불안에서 벗어나려 확실해 보이는 바운더리 안에 너를 집어넣고,
관리하는 일에 집중하면 또 상실할까 불안해질테지.
누군가를 챙겨주기 전에 너덜너덜거리는 너 자신을 먼저 챙기라고 심리치료사는 내게 말했다.

왜 나의 괜찮지 않음은 너의 괜찮지 않음보다 항상 뒷전인가.
왜 나의 괜찮지 않음은 너의 괜찮지 않음보다 참기 쉬운가.
왜 미뤄놨던 나의 괜찮지 않음은 모두를 괜찮지 않게 만들어버리는가.

함석환은 시로 이렇게 말했다.

"탔던 배가 가라앉을 때에
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지금은 없는 그 사람.
나는 네게 되어주고 싶었다.
비록 내게 그런 자질이 없고 지구력이 없다해도 너와 나의 인연의 옷깃이 스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는 거짓이었던 적이 없다.

이 또한 절절한 사랑의 세레나데.
이슬이 내려앉은 화창한 대낮에 흐드러지게 핀 해바라기처럼
마냥 밝은 사람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어쩌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미안함의 연속인가.

끊임없이 미안함을 느끼게 만드는 애잔한 그 누군가가 된다는 것...
그리고 그 누군가를 안고 가는 사람에겐 더 괴로운 일이려나.

흘러나오고 있는 karma police의 가사가 이런 생각 조차도 비웃듯 읊조리며 흘러간다.
"this is what you get"

모든 것이 확연했던 내게 투명하게 다가와 부옇게 일어난 불투명한 마음속 한가운데 가부좌를 틀어버린 너.
너와의 세 번의 만남 끝에 이별을 고했을 때 난 이제는 작고하여 세상에 없는 피천득의 "인연"을 떠올렸다.
"그리워하면서도 한 번 만나고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서로 아니 만나 살기도 한다."

이대로 그리워하며 아니 만나 살것인가.

인연을 잘라낼 때는 칼 같은 내가 다시 네게 연락을 한 것은,
세 번밖에 안되는 만남의 숫자가 주는 부족함 때문이 아니었다.
못 만나는 것이 아닌 아니 만나는 것이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 아픈 서사의 종착역이 결국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편도 티켓을 쥔 여행이라도...
결국 네가 자신에게서 그 확신을 찾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랑과 애정을 주겠다고 내밀은 나의 손목을 덮고 있는 옷깃 아래에 상처가 벌어지고 있어도...
너를 놓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할까.

진정 내게와 꽃이 되지 않더라도...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너를 사랑하는 일인것 같다.
이 길이 지나고 나면 한 층 성숙해져 있을 나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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