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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니야
게시물ID : animal_1827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혼밥애호가
추천 : 3
조회수 : 29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6/12 21: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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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너와 함께 산 지 913일째 되는 날이야.




요새 편식으로


살이 좀 마르긴 했지만 


오늘 오후에 쳇바퀴도 열심히 돌리고


뚱이 옆에서 낮잠을 잤지.




다가오는 시험때문에 나는 바빴어.


그래서 몇시간동안 널 보지 않았지.


뚱이가 밥을 먹는 소리에 집으로 시선이 갔고


집이 아닌 밥통 근처에서 자는 널 봤어.




늙어도 자는 모습은 귀엽구나 생각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뭔가 이상하단걸 깨달었어.




너가 숨을 쉬지 않는 듯한 그런 느낌.


갑자기 심장소리가 빨라지고 너무 무서워졌어.


그래서 널 만질 용기가 안 났어.




뚱이를 네 곁에 밀어넣었고


뚱이는 네 몸의 냄새를 맡다가 도망갔지.


그때서야 네 죽음을 인정했어.


 

내가 가진 가장 작은 상자에 


내 손으로 직접 널 담았어.




상자에 담겨있어도


네 털은 윤기나고 부드러웠어.




자는 듯이 죽은 너의 몸은 살짝 굳었고


온기는 느껴지지 않더구나.


그래도 난 한참 더 네 몸을 쓰다듬었지.




집 근처 야산에 널 묻었어.


사람이 잘 다니지 않을 만한 그런 곳에 말이야.




비가 내릴 때 쓸려내려가는 건 아닐까 싶어


내려가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 네가 묻힌 곳을 꾹꾹 밟았어.




네가 묻힌 곳 주변에 들꽃들을 뿌리고


해가 지고나서야 집에 돌아왔어.




방에 들어오자 마자 


자고 있는 뚱이 엉덩이를 쿡쿡 찔렀어.


귀찮다는 듯 몸을 뒤척거리다 다시 자더구나.


뚱이는 네가 죽은 걸 아는 걸까.


이기적이지만


뚱이가 모르는 편이 좋겠어.





넌 내가 미울까?


3년도 살지 못하고 간 네 영혼은 어디로 갔니.


천국이 있다면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렴.




환생이 있다면 나같은 주인은 만나지 말고...


아니 쥐로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겠다.


네가 주인으로 나는 쥐로 태어나는 것도 좋을 거 같아.




미니야, 너의 평생을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


나의 조그맣고 고운 아가,


더 많이 쓰다듬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널 많이 아끼고 사랑해.


왜 곁에 있을 때


이 말을 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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