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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뜻밖의 추격전
게시물ID : readers_286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상연
추천 : 4
조회수 : 2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6/14 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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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목이 마르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버스비 1100원이 있었다. 무더운 밤 웅천해수욕장을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갈 차비였다. 그런 돈을 쥐고서  버스정류장과 가게 사이에 섰다. 서리가 낀 냉동고가 보인다. 하드가 종류별로 잔뜩 있다. 하드가 먹고 싶었다.
 하드를 사먹어버리면 집까지 40분을 걸어야했다. 늦으면 할머니가 애타게 기다린다. 그리고 잔소리를 할 것이다. 그 생각에 나도 애가 탔다. 이 애타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면 차가운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하드를 사먹었다. 이성은 게으르고 욕망은 부지런하다. 세 번 비어먹으니 사라졌다. 나는 왜 또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 버스도 못타는 거지가 되버렸네.  
 웅천에서 여서동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확장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는 길은 하나 뿐이었다. 주황색이었던 가로등은 형광등으로 교체되었다. 창백도록 흰 외눈이 자신의 외발을 비추었다. 이 가로등과 다른 가로등을 이어주는 외길을 따라 걸었다.
 앗! 내가 좋아하는 교복이다! 길 앞에 두 여고생의 뒷태가 보였다. 음? 그런데 어째 등빨과 종아리가 장난 아니었다. 힘을 조금만 줘도 교복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뒷모습만 보고 판단컨데 자신이 없다.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다. 교복을 보니 어디 여고인지 알겠다. 여자 일진이 많다는 곳이다. 이 시간에 두 덩치가 이 으시시한 곳을 걷는 게 오히려 위협적이었다.
 도시의 불빛으로 만들어진 창백한 보랏빛 지평선. 이보다 높게 솟아있는 아파트를 보며 거리를 가늠했다. 집까지 약 30분 정도 남은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을 가늠하며 걷고 있는데 어느새 두 여고생과 애매한 거리가 되버렸다. 두 여고생은 걸음이 느렸다. 걷는 것만으로도 추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뒷따라가는 것 같아서 불편했는데 속도를 높였다. 추월해야지.
 한 여고생이 뒤를 돌아봤다. 돌아보는 시선에 따라 다른 여고생도 고개를 돌렸다. 나를 훑어보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두 여고생이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응? 어? 설마, 이야~ 어이가없네.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불쾌했다. 
 천천히 걸었다. 그럼에도 다시 애매한 거리가 되었다. 이대로는 추월 하기보다는 뒤따라다니는 형국이었다. 추월하고 싶었다. 아니면 두 여고생이 빠른 걸음으로 가줫으면 했다. 가만히 서있을 수도 없고 제일 느린 걸음으로 걷더라도 두 여고생과 거리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답답했다. 다시 속도를 높였다.
 한 여고생이 또 다시 뒤를 돌아봤다. 가까워진 것을 깨달았는지 둘이서 뛰기 시작했다. 뒷뚱뒷뚱거리는 뒷모습이 열받았다. 당황스럽고 약올랐다. 두 여고생은 쪼금 달리다가 뒤를 확인하고 다시 걸었다. 와, 신발. 
 여고생이 또 다시 뒤를 돌아본다. 이게 괭장히 불편했다. 그만좀 처봐라. 고등학생이면 나이도 나랑 동갚이거나 한 두살 많을 것이다. 덩치도 나랑 비슷하거나 조금 큰 것들이 왜 저러는 건가. 아, 왜 또 뛰어, 짜증과 분노가 솟구쳐 정수리에 구멍을 뚫어버릴 것 같았다. 뛸거면 끝까지 뛸 것이지. 내가 추월만 하면 저딴 꼬라지 처다보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아파트 아래에 있는 정류장까지 걷다가 달리다 뒤돌아봤다가 걷다가를 반복했다. 두 여고생은 정류장에 섰다. 조금 걷자 드디어 같은 거리가 되었다. 두 여고생과 시선이 마주쳤다. 
 빗물에 녹아 흐르는 연탄물처럼 눈 옆에 검은 화장에 땀이 섞여 꾸질꾸질하게 흘렀다. 안 그래도 열받았는데 얼굴을 보니 더 열받았다. 두 여고생을 향해 소리쳤다.
 "뻐스 좀 타고다녀라! 버스비 없냐? 그지냐!"
 한 마디 시원하게 내 뱉고 지나갔다. 그런데 어느 정도 떨어졌을 즈음에 정류장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너나 버스 좀 타고 다녀 이 거지새끼야!"
 하-!
 들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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