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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조혈모세포 기증하겠다고 등록을 했었는데 오늘 연락이 왔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15741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운디드
추천 : 8
조회수 : 21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6/17 18: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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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공무원 시험 보고 나온 27살 오징어예요.

요 며칠 모르는 번호로 계속 전화가 왔었는데, 오늘 시험을 준비하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오늘 시험도 끝났고(성적 나름 잘 나왔는데, 조정점수 고려하면 작년 컷이랑 비슷하게 나올 거 같아요...헝...제발...)

점심도 먹고(버거가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주지.) 기분 좋게 헌혈이나 하려고 헌혈의 집에서 대기하다가 전화를 받았쥬.

'안녕하세요. 대한적십자입니다. 김X님 맞으신가요?' 친절 돋는 여성분이더라고요.

속으로 '지금 헌혈의 집인데 뭐하러 전화하지? 그냥 부르면 되는 거 아닌감.' 이렇게 ???하고 있었어요.

'13년 4월달에 조혈모세포 기증에 동의하셨는데, 기억하시나요?' 그러시더라고요.

X 같은 이등병 생활 지나고 감사도 끝나고 신병위로외박 나왔다가 헌혈이나 하러 가야지하고 가서 

뭔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후다닥 기증 서약을 했었드랬습니다.

당시 기억을 떠올리면서 속으로 '혹시, 혹시,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조혈모세포 DB에 등록된 제 DNA랑 유사한 백혈병 환자가 있는데 제가 기증을 하겠다고 하면

약 2개월간(?전화로 들어서 정확한지는 모름) 이식 받을 준비를 하고 

제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제가 몇 번 병원으로 가서 준비를 하고, 최종적으로 입원을 해서 기증을 하게 된대요.

환자는 제 조혈모 세포를 이식 받는다면 대단히 높은 확률로 완치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가 중간에 포기를 하면 환자분은 몸도 망치고, 이식을 받지 못한다는 절망에 더 힘들어 한다고 하시면서

중간에 포기를 하려면 아예 지금 기증 못하겠다고 말하라고 힘을 줘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일단 기증을 하겠다고 말하니까, 미혼인 분들은 성인이라도 부모님 동의를 받아야 하니까 부모님 동의를 받고 나서 통화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집에 와서 어머니께 시험 보고 왔다고 말씀드리고, 이러이러해서 오늘 기증 할 수 있냐고 묻길래 나는 기증하겠다고 했는데

부모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어머니는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어봤죠.

모친께서 너무 쿨하게 '기증 서약도 네 마음대로 했으니 기증을 하든 말든 네 마음대로 하거라.'라고 하시대요. 헝...

즉석에서 전화해서 그 직원? 큐레이터? 분이랑 모친께서 통화를 하셨어요. 

일단 오늘은 주말이라 자세한 거는 다음주 월요일부터 자세히 설명을 해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뭔가 기분이 묘합니다. 이게 두려움인지, 아니면 환자 하나를 살릴 수 있다는 알량한 정의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기증을 하겠다고 말을 뱉었으니, 남아일언 중천금이라고 끝까지 갈 생각입니다. 

부디 끝까지 지금의 마음을 버리지 않게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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